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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from 분류없음 2010/09/18 14:59

어머니.
옛날 제국주의자들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현재의 우리는 노예로 살기 위해, 스스로 나갑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저는 제가 꿈꾸는 천국을 지옥에서
찾고 있는 처지입니다.


죽으면 무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살아남아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은 했으나 성공하진 못했고,
되러 노예만 됐습니다.

 

겁이 많으면 실패하고,
용감하면 왕이 된다는 속담이 있어서
나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용감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노예만 됐습니다.

저의 용감함이 헛된 것이었을까요?

한 친구는 자기의 나이도 모릅니다.
어떤 친구들은 어머님이 주신 제 이름조차 없고,
사장이라는 사람이 주는 이름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우리의 권리가 존재한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고 하셨지만,
실제로는 일하면 할수록 더욱 많은 요구만 받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같은 인간이 아닌
그저 착취할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나 봅니다.

 

어머님.
처음에 저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닦아줄 수 있는
수건이 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의 발을 닦는 걸레 같은
존재가 됐고, 있던 작은 자존심마저 뭉개졌습니다.

지금.
제 마음은, 노예들 조차도 반기지 않는
단물이 빠진 망고씨와도 같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노예라고 표현하는 것에
울지 마세요. 어머니.
그들이 화가 나면,
우리는 그들에게 작은 파리처럼 죽임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들에게, 우리의 목숨은
그들의 애완 고양이보다도 하찮은 존재죠.
이런 상황에서 제가 제 스스로를,
주인이라고 억지를 쓸 수는 없으니까요.
병이 있다고 인정해야 치료할 수 있잖아요.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읽었어요. 어머니.
링컨이라는 사람이 노예제도를 없앴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니에요. 어머니.
여기 와서 우리를 좀 보세요.
링컨은 그들의 나라만 바꿨어요.
그를 존경하지만, 우리들의 처치를 본다면,
그가 한 일은 역사에 남을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아요.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죠.
차라리 어려운 것이 좋겠어요.
전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새들만 바라보고 있어요.
새들은 종이 다르다고 서로를 배척하지는 않지요.
새들에게는 내전이 없습니다.
새들에게는 종교 갈등도 없습니다.
새들에게는 강제 이동도 없습니다.
만약에 운이 나빠 인간의 손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그들은 사랑을 받지요.
하지만 우리는 갇히더라도 미움과 증오 속에 갇힙니다.
사랑이 너무나 고픕니다. 어머니.

 

세계의 정상들 역시 국익이라는 이름하에 우리의 울음소리를 모른 체 합니다.

인권이라는 꽃은,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피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예제도라는 꽃은 우리 곁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소모뚜

 (이 편지는 한국에서 고용허가제 하에서 일하고 있는 한 버마노동자가 보낸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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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8 14:59 2010/09/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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