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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6/03/31 간파당했다.
  2. 2006/03/29 손가락에 붙은 일회용밴드 (3)
  3. 2006/03/06 늑대는 염소를 좋아해~
  4. 2006/03/02 애완할 수 없는 것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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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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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내.. 속을..

 

오늘도 저녁식사중 유치원생활에 대해 여러가지를 묻고 답하는 시간..

오늘은 목요일 유치원에서 면허증까지 발급받은 자동차운전놀이를 하는 날이었다.

 

나:오늘 자동차 탔어?

쭌:아니. 두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못탔어

 

나:왜?

쭌:한번은 놀다가 늦었구. 한번은 점심을 늦게 먹어서 늦었어.

 

나:................(핑핑..머리를 굴리다 시침을 뚝 떼고)

나:오늘 반찬 뭐 나왔어?

 

쭌:왜 점심 늦게 먹었냐구?

나:......으.......응.

 

왜? 왜? 점심 늦게 먹었어?

어떤 반찬이 너의 편식을 피해가지 못했니?

음식가리면 안되는데..기타등등

맘 속에 잔소리를 한껏 누르고 짐짓 우아하게 물었는데..

 

간파당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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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31 03:24 2006/03/31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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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에 붙은 일회용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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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먹은 남자 아이가 열손가락에 일회용밴드를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무얼 상상하게 될까?

그 아이가 손가락 빠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면 간단히 손가락 빠는 걸 막기 위해 벌을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아이의 손가락 빠는 욕구의 이면을 보지 못하고 행위만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어느 날 쭌이가 열 손가락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흔히 보는 어떤 장면이 그 장면이 속해있던 맥락과 떨어져 단지 한 장면으로만 보여 지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 성의 있는 파악이나 깊은 이해 없이 쉽게 판단하고 결론지으려고 했던 나의 경향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쭌이가 일곱 살이 되면서 아랫이가 빠졌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1월 중 어느 때다.  아랫 이 두 개가 빠지면서 빠진 자리로 혀가 드나들기 시작했고, 언제부터는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엄지에서 검지로 어느 날은 열손가락이 차례로 드나들더니 급기야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에 손가락은 늘 입속에 들어있게 되었다.


이는 이미 새로 나왔지만 손을 빠는 버릇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내가 쭌이의 손가락 빠는 행위를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늘

“쭌아 손가락 빨지 마. 이가 삐뚤어진다.”

“손가락 빨면 손에 있는 세균이 입으로 다 들어간다.”

그러나 너무 귀찮아지면

“손!”

하고 외마디를 외치는 것으로 손가락 빠는 행동에 대해 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변화도 없이 시간은 흘러 급기야 석 달이 다가오고 있던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며 만족스럽게 손가락을 빨고 있는 쭌이를 보고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난 손가락 빠는 애기는 싫어. 일곱 살 아들로 돌아와 줘~”

그 순간 쭌이 휙~하니 건너 방으로 가버린다.

분위기 심상찮음을 느낀 내가 뒤따라 가보니 쭌은 이미 눈가가 벌게져서 울고 있다.

“야. 엄마가 뭐라고 했다고 울고 그러냐?”

그때 쭌이 너무 억울하다는 듯이

“나도 모르게 손이 들어가는 데 어떡하라구” 외치면서 훌쩍인다.


저런,

너무 미안했다.

저보다 서른 몇 해나 더 산 나도 금연부터 시작해서 기타 등등 나의 의지로 성취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고 사는 마당에 이제 겨우 여섯 해를 산 아들에게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의지로 손가락 빨기를 멈추라고 하다니.

쭌이에게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쭌이도 손가락 빨기를 그만두고 싶은 지 물었다.

물론, 이제까지 손가락 빨기의 어마어마한 폐해에 대해 석 달을 들어온 범생이 우리 아들은 자기도 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손가락이 입으로 들어갈 때 마다 엄마나 할머니가 말해줄 수 없으니 손가락에 일회용 대일밴드를 붙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쭌이는 그러자고 했고,

그래서 쭌이의 열손가락에는 일회용 밴드가 붙게 되었다.


“엄마, 손가락이 입으로 들어갈 때 일회용밴드가 있으면 손가락 빨지 않기로 했지 하는 생각이 나서 안 빨게 되” 라고 쭌이가 말 한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열심히 놀고 있는 쭌이의 손가락에서 일회용 밴드는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손가락은 어쩌다 다시 입속으로 들어간다.

또 다음날 쭌이의 손가락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게 되겠지.

하지만 그 밴드는 쭌이에게 손가락 빨기에 대한 벌이 아니고 엄마가 생각해낸 도움이다.


무심한 엄마에게 우리 아들이 외쳐서 얻어낸 .. 도움.

 

매번 날 반성하게 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우리 아들이에게 엄청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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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9 01:35 2006/03/2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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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염소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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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룰루라는 그림책을 봤었는데..

늑대와 토끼의 우정에 관한.. 그 책을 보면서 이걸 여남관계에 대입시켜 가면서 헷갈려 했던 기억이 있다.

 

헐리우드 영화 마다카스카를 보면서 사자가 말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생선회를 먹는 마지막 장면에 허허 웃었던 기억도 있다.

 

폭풍우 치는 밤에의 카피는 "오늘따라 친구가 맛있게 보인다" 뭐 이런거였다.

대충 비숫한 스토리를 상상하며 쭌이랑 남산까지 가서 그 영화를 봤다.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폭풍우 치는 밤에"였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둘다 감기에 걸려서 아무 냄세도 맡을 수 없고,

메이는 폭풍우가 두려워 꼼짝 못하고 있었고, 늑대 가부는 발을 다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둘은 아무 편견도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던 그 밤

두려움을 달래며 둘은 긴 대화를 했고..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공통점을 찾고,

그래서 친구가 되었다.

 

여러 곡절을 겪은 후에

염소 메이는 묻는다. 

폭풍우치는 밤에 내가 염소라는 걸 알았으면 잡아먹었겠지?

늑대 가브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늑대가 초식동물이 되지 않는 한 둘이 어떻게 평화롭게 지낼 수 있어?

메이만 안 잡아 먹으면 되는거야? 둘 만의 평화라는 거지? 뭔가 정의롭지 않잖아?? 기.타.등.등.

결론에 빨리 도달하고 싶어하는 엄마와 달리

우리 쭌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봤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우리가 이미 내려진 수많은 결론과 편견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소중한 기회를 잃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었나 보다.

 

이미 내려진 결론 말고,

일단 시작하면서 나만의 열려진 결론을 만들어보라는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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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6 02:46 2006/03/06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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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할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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쭌이의 평생을 같이 산 바둑이가 15년 수명을 다하고 죽은 후 쭌이는 늘 무언가를 기르고 싶어한다.

그러나 15년 동고동락하면서 생명가진 것을 기른것에 대한 책임을 호되게 치룬 어른들은 결코 다시는 강아지는 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쭌이가 찾아낸 보완책은 소리내지 않고 귀찮게 하지 않는 것들이다.

첫번째 우리집에 입양된 것은 씨몽키라는 바다새우다.

모종의 처리를 거친 수정란상태로 봉투에 들어있는데 물속에 넣으면 부화한다.

그리고 다 자라면 1.5센티 정도가 된다는데 그걸 젤 먼저 손에 넣었다.

매일 공기주입해주고 사흘마다 먹이주고 때때로 비타민이란것도 넣어주어야 하는 아주 귀찮은 놈이다.

우리집 식탁위에 둥지를 틀었다.

 

것도 모자라는지 어제는 장수풍텡이 애벌레를 사들였다.

장수풍뎅이가 알상태에서 성충이 되는 건 1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대충 고치되기 직전의 것들을 판다.

어찌되었건 얘는 부식토만 넣어주고 물만 적셔 놓으면 지가 알아서 고치가 되고 성충이 된단다.

성충이 된 후에 먹이도 주고 하는데 성충이 된 후 삼개월 정도 생존한단다.

이건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한다고 해서 우리집 화장실에 자리를 잡았다.

 

간혹 집안을 기어다니는 개미도 잡아서는 관찰통에 넣어둔다.

 

이러다간 집이 조만간 동물의 왕국이 될 것같다.

 

물론 이 모든 즘생들은 시간이 좀 지나 쭌이의 흥미가 떨어지면 어른들의 수발을 받게 될거다.

이 예견된 결과를 두고도 나는 막지 못했다.

 

너 조금 기르다가 밥도 안주고 그럴거잖아. 그럼 어른들이 해야하잖아 . 난 귀찮아서 싫어.

라고 말하면 쭌이는 단호하게 지가 다 할꺼라고 한다.

그럼 난 뭐라고 해야하나.

지나번에도 어쩌구 저쩌구..전과를 들먹이며 왕무시를 할 수도 없고...

 

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매우 싫다.

그건 눈으로 말하는 개나 꿈틀거리기만 하는 애벌레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그것들이 내 손에서 제대로 돌봄을 못받고 죽는 꼴을 봐야 하거나.

다행스럽게 지 수명을 다한다고 해도 나보다는 빨리 죽을것임으로 그 마지막을 봐야한다.

그과정을 굳이 곁에 두고 보겠다는 사람들은 용기가 있는건지 무심한건지..

 

또 얼마나 이상한 것들이 우리집에 오려는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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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2 03:02 2006/03/0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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