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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13:41_ 민재



 

요즘 인터넷이 무거워졌다.

느리다.

 

유림 누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여서 영화를 찍는다고 했다.

그녀의 가슴 언저리에 어떤 점이 있는지

알몸으로 한 침대에 누었을때

내가 그녀를 누르는 무게는 모르고 있었다.

나는 촬영이었다.

그녀의 시나리오를 읽는 일은

그 절절한 고백을 듣는 일처럼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요, 나도 역시 당신을 사랑해요."

 

말할수가 없었다.

 

"더욱 사랑스러워지세요."

 

한페이지, 한페이지 시나리오가 넘어가고

오래된 정원이 펼쳐졌을때

그녀가 머나먼 여행을 떠나기로 했을때

비로소 나는 말했다.

 

"사실 나도 당신을 사랑하는걸요."

 

붙잡으려고 했다.

어제처럼 오늘도 몹시 덥다.

생일은 번쩍하고 지나갔다.

그 생일 안에서 나는 아무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달라질 것이 없었다.

 

요즘 갈수록 글을 쓰면 소설을 쓰듯,

어디선가 많이 봄직한 익숙한 혹은

재미없는 문체로 떠들게 된다.

왜 그렇게 됐을까.

뭐, 이 모든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마치 서재응의 체인지업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버렸을때

배트가 허탈하게 돌아가는 그 자연스러움,

그 대기의 움직임처럼

나는 지금 떠들고 있다.

대책이 없는, 수다쟁이.

 

점심 먹고 싶은데 나가기가 싫다.

집에서 해먹기는 덥다.

이럴때는 햇반이 좋은 편인데

오늘은 햇반도 없다.

햇, 햇, 햇, 햇, 바바반.

 

겨운이는 내게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비늘이 반짝반짝 빛나는

알수없는 어종의 자그마한 물고기를 내밀었다.

 

"난 이 물고기를 사랑해."

 

그 말은, 회 쳐먹자, 혹은 매운탕 해먹자,

혹은 어항에서 기르자, 혹은

정말 아름답구나, 혹은 물에 놓아줘, 혹은

온몸에 문질러줘 등등의

모든 말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어서

난 비겁했다.

 

"그 물고기는 먹을수 없을거야."

 

유림은 술에 취해 내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나의 집앞에서 기다린다. 

그녀의 편지가 내 손에 닿지 않기를 바랬다.

그녀는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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