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from diary 2010/11/09 12:02

 

 

집에 쳐박혀있다가 답답해 미칠 것 같아서 공원을 가던 중 은실이를 만났다. 그 추운데 서서 꽤 많은 얘길 나눴는데 그 많은 얘기의 전부가 입시 얘기였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얘기만 했다는게 좀 슬프긴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게 그것밖에 없으니 그 얘기 말고는 할 얘기가 없는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은실이는 매일 집에만 있는 나의 외로움을 이해했고, 난 매일 학교 다니는 은실이의 답답함을 이해해줬다. 서로 그렇게 위로하고 잘할 수 있을거라는 얘기를 하고 헤어졌다. 오랜만에 만났다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워낙 심심했던 탓에 집까지 바래다주고 헤어졌다. 히히. 정말 심심했나보구나? 하며 서로 웃었다. 근데 그 때 나 정말 심심했어!

 

은실이 말에 의하면 학교는 거의 노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미 하향지원해서 거의 다 합격해서 공부하는 애가 없다고. 올해 재수생들이 너무 많아서 다 하향지원했단다. 은실이도 이미 한 곳에 붙어버려서 시험에 대한 큰 부담은 없다고 했다. 학교 와서 하는 것도 없는데 학교 왜 다니나 싶겠다 하니까 그렇다고. 다들 꾹 참고 다닌다고 했다. 진짜 학교는 쓸모없는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입시만을 위한 공간이고. 1, 2학년 때는 시험진도 맞추기에 급급하고 3학년 때는 입시준비 한다고 바쁜 곳이 학교인 것 같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애는 반에서 5명도 안될거란다. 그리고 은실이랑 헤어지고 나서 공원에서 지인이를 불러내서 수다를 떨었는데 인문계 뿐만 아니라 실업계도 마찬가지란다. 취직하는 애와 진학하는 애로 나뉘는데 이미 반은 취직나갔고 반은 진학을 하는데 등교에서 하교할 때까지 자습만 하다 온다고. 선생들은 뭐하냐고 했더니 논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냥 출석일수 채우기? 뭐하는건지.

 

지인이는 대학 진학에는 전혀 생각이 없는데 수능은 그냥 한번 본다고 했다. 삼년 동안 집에 있으면서 너무 외로워서 학교를 가지 않으려는 지인에에게 그래도 대학교는 가라고 했더니 학교에 있어도 외로운건 마찬가지라며 대학을 왜 가야하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바로 수긍했다. 배움의 큰 뜻이 없는 이상 학교 다니는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솔직히 배우는것도 혼자서 할 수 있고. 내가 대학 가는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어서 사람 구경을 좀 하고 싶어졌고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다. 정작 학교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휴ㅡ 아무튼 다들 재미없게 산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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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12:02 2010/11/09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