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입시

from diary 2010/11/09 19:47

 

 

오랜만에 미대 입시생들이 많이 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봤는데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작년이랑 제작년까지만해도 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 같은데 머리에 소름 돋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마다 다른데 한달 회비가 40~60만원이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면 특강을 하는데 300~500만원이 든다. 학원비도 학원비지만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식비와 자취비가 추가된다. 지방에서 계속 그림을 그린다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서울까지 올라갈 경우에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진다. 아무래도 홍대 앞 미술학원에는 홍대생들이 보조쌤으로 알바를 하고 있으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서울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불안한 지방 입시생들의 마음.

 

지금도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다녔던 학원은 교수평가라는게 있었다. 엄연히 말하면 불법. 그런데 교수평가를 의무적으로 해야했다. 교수평가란 말그대로 교수에게 그림을 평가받는거다. 학원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려서 그걸 모아서 교수한테 갖다준다. 그리고 학생들은 교수들이 평가해주는 대가로 교수에게 돈을 내고. 아마 학원에서도 좀 챙겨먹고 교수들한테도 돌아가는거겠지. 교수평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른다. 학원측에서 교수평가 하는 사진을 비공개 클럽에 올리면 그걸 보는 정도. 점수를 채점해준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결국 교수와 학원 배불리는것 밖에 더 되나 싶고. 

 

그런게 지금도 있을거다. 학원끼리 연합해서 연합 교수평가를 실시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실시하기도 하는데 이런걸 아무도 신고하지 못한다. 선생들은 원장들 눈치 보느라 신고하지 못하고(이런걸 적어도 잘못됐다고 생각은 하겠지. 선생이라면.) 그리고 학생들은 이런것에 신경쓸 여유라는게 없다. 학교 다니는것만으로도 힘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 쓸 물리적인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다. 미술학원에서 10시 30분~11시에 마치고 집으로 가지 않고 영어나 언어 학원에 가기 때문.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 바로 온다 하더라도 시험공부가 아닌 이런것에 매달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대 입시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럴 여유가 없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입시생들의 마음은 가난하다. 그리고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바껴야한다고 막연하게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 실천해야할지 몰라서 그 상황을 참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얘기가 좀 샜는데, 지금 그 커뮤니티에서는 수능 끝나고 특강비가 터무니없이 비싼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다함게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신고를 하고 소비자고발과 불만제로에 제보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글만해도 추천수가 꽤 높아졌고. 이걸 실천하는 입시생들이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신고했다는글도 꽤 보이는걸 보면 희망적인 것 같다. 그래도 쉽게 바뀌지 않을 문제겠지만. 이런 움직임이 전에도 전혀 없었던건 아니겠지. 아 잘됐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건 정말 언젠가는 바껴야하고, 누군가가 나서서 바꿔야만 하는 일이었다. 바뀌는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서 내가 다 떨리네. 미대는 돈 있는 사람만 간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미대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갈 수 없는게 현재 미대 입시의 시스템이다. 아무리 그림을 잘그려도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합격하기 힘든게 사실이고. 그런데 학원비가 터무니 없이 비싸고. 학원비 때문에 미대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학원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우면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긴하지만 힘든 일이다. 학원비 때문에 입시 도중에 포기를 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혁명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입시제도가 바뀌면 이 문제도 사라지겠지만 홍대가 실기고사 폐지한다는 발표하자마자 학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다른 학교들마저 실기고사를 폐지한다고 하면 학원에서 들고일어날거다. 먹고사는 길이 사라지는거니 또 그럴 수 밖에 없겠지. 그런데 정말 학원비를 왜이렇게 비싸게 받는지 모르겠다. 학원들끼리 담합하나? 솔직히 평일에 4시간 정도 수업하면 내 그림을 봐주는 시간은 정말 몇 분 안된다. 그림이야 혼자서 그리는거고 누군가 그걸 도와준다는게 힘든거고 정답이 있는것도 아닌데.

 

학원에서는 '기술' 을 가르친다. 그리고 애들을 모아놓고 경쟁시켜서 스피드를 빠르게 밀도를 더 높게 하는걸 가르친다. 그림은 생각하면서 그려야하는데 막판에는 거의 기계적으로 그린다. 밥먹고 그림그리고 밥먹고 그림그리고 밥먹고 그림그리고. 휴 아무튼 입시미술에 지쳐서 미대 진학 포기했는데 미대 입시는 진짜 할게 못되는 것 같다. 돈도 돈이고 체력도 체력이고 창의력도 사라지는 것 같고. 경쟁으로 시달리다가. 아 아무튼 진짜 올해 입시생들이 많이 제보하고 고발해서 달라지길 바란다. 진심으로.

 

 

그리고 이건 개인적으로 공감했던 글. http://j.mp/dvwiaq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올 한해 동안 한달에 육십여만원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악을 쓰며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만한 돈을 버는것은 힘들었다는 내용이다. 시급 4~5000원으로 그 돈을 버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을 투자가 되어야하는데 공부 또한 시간을 투자해야 되서 힘들고. 공부 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리는 시간이 많아야 되는데 돈버느라 그림 그릴 시간도 없고. 풀 수 없는 최악의 사이클에 미대 입시에 회의감이 든다는 재수생의 글이다. 정시는 돈 때문에 접근할 수도 없다고. 휴ㅡ 정말 한숨이 절로 나오는 글. 돈 때문에 미술을 싫어할 수도 없고 꿈을 져버리기도 힘들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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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19:47 2010/11/09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