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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영국 물가

영국에 오기 전부터 듣기는 했지만, 영국 물가는 정말로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비싸다. 가족이 영국에 온 바로 다음날 점심에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보통의 햄버거 세트를 3개 주문했는데 11파운드(약 2만원)가 나왔다. 특별할 것도 없는 햄버거 세트 하나에 7천원 가량 하는 셈이다. 한국보다 싼 것으로는 아마도 쇠고기 따위의 육류와 포도주 정도일 것이다. 그 외에는 보통 두배 이상하는 것 같다.

 

리즈 시내 버스는 도시 구석 구석까지 다닌다. 다만 자주 다니지 않는 노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그래도 웬만한 곳은 버스로 다닐 수 있다. 그런데 버스 요금이 장난이 아니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데, 기본 요금이 75펜스(1400원)다. 0.5마일(800미터)까지의 요금이다. 그러니 버스 한번 타면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1파운드(1900원)에서 1.5파운드(2800원) 정도는 내야하는 게 보통이다. 하루 종일 타고 다닐 수 있는 종일권이 있기는 하다. 바쁜 출근 시간(오전 9시30분 이전)에 종일권을 사면 3.5파운드(6570원)다. 이 종일권은 리즈시를 포함한 웨스트 요크셔 지역 안에서 몇번이고 버스를 탈 수 있다. 다만 버스 회사가 몇개 있어서, 특정한 회사 버스만 탈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여기서 가장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퍼스트라는 운수그룹이다.) 출근 시간이 지난 뒤에 종일권을 사면 2.5파운드(4700원)이지만, 이 경우는 리즈시 경계 내부에서만 자유롭게 버스를 탈 수 있다. 나는 타보지 않았지만 철도 요금도 보통이 아니라고 한다. 기름값은 상대적으로 덜 비싸다. 얼마전에 리터당 1파운드(1900원)를 돌파했다. 산유국이어서 그런지, 한국 물가와 비교하면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셈이다.

 

이밖에 대학 구내매점에서 커피 한잔(한국 자판기 커피의 두배 정도 분량) 가격이 70펜스(1315원)이고, 샌드위치 한개 가격은 보통 2파운드(3750원) 정도다.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려고 해도 5000원이 넘게 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요즘 커피와 햄버거를 싸가지고 다닌다. 도시락 들고 학교 다니는 것, 꿈도 꿔보지 않은 일이 내게 벌어지고 있다!!) 또 학교내 컴퓨터실에서 문서 인쇄하는 비용이 에이4 한장에 4펜스(75원)다. 대학인데도 별로 싸지 않다.

 

선불제(여기서는 페이 에스 유 고, pay as you go라고 부른다) 이동전화의 1분 통화료는 15펜스(280원) 안팎이다. 물론 한달에 일정한 액수(25내지 30파운드)를 내는 월 정액제도 있어서, 이동전화 요금은 한국과 바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생필품 가격들도 보통 한국의 두배는 된다. 그나마 쇠고기, 닭고기 따위의 가격은 싼 편이다. 대형 수퍼에서는 종종 하나를 사면 하나를 거저주는 이른바 '바이 원 겟 원 프리'(Buy One Get One Free) 행사를 수시로 한다. 이런 물건을 사면 그나마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싸다.

 

아마도 가장 비싼 물건은 담배일 것이다. 20개비 들이 담배 한갑이 보통 4.5파운드(8650원)에서 5.5파운드(1만560원) 정도다. 색다른 점은 가게마다 값이 다르고, 담배 종류에 따른 가격 차이도 꽤 심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비싼 담배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보통 말아서 피우는 담배를 이용한다. 담배 따로, 담배 마는 종이 따로, 담배 필터 따로 사서 직접 말아 피운다. 25그램짜리 담배가 5파운드(9600원)인데, 50번 정도는 말아서 피울 수 있다.

 

이렇게 물가가 비싼데, 영국 사람들은 어떻게들 사는지 참으로 대단하다.

2007/11/21 18:36 2007/11/21 18:36
9 댓글
  1. 시아씨 2007/11/21 20:01

    ㅎㅎ 인건비가 더 높은 게 아닐까요? 전에 영국에 갔다온 친구가 스타벅스로 비교를 해줬는데, 한국은 절대적으로도 스타벅스의 커피값이 비싼데 스타벅스 알바 시급은 커피값도 안되고, 영국은 스타벅스 커피값은 더 싸고, 알바 시급은 3배가 넘는다고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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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M 2007/11/21 20:54

    맞습니다. 인건비가 높죠. 최저시급이 한국돈으로 약 1만원쯤 합니다. 얼마전 임금통계를 본적이 있는데, median이 주당 470파운드던가 하더군요. 우리돈으로 80만원이 넘네요. 물론 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고, 또 특히 서비스업종 같은 경우엔 훨씬 낮지만요..

    그리고 제생각엔 한국보다 싼것도 많습니다. 굳이 비교해보진 않았지만.. 위에 시아씨님께서 말씀하셨듯 스타벅스 커피값도 더 싸고, 채소 같은 것도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대형수퍼마켓보단 동네 그로서리숍이 더 싼 경우도 많죠. 이동전화의 경우엔 절대적으로 쌉니다. 저같은 경우엔 18개월 약정하고 한달에 10파운드도 안 되는 요금으로 750분 통화 + 150개 문자가 공짜입니다. 교통요금이 비싼건 사실이지만, 정기권(데일리 티켓말고요)을 사면 할인이 되고, 안그런 사람들은 대개 그냥 걸어다니죠(-_-)

    어쨌든 제 얘긴... (1) 특히 유학생 같은 사람들이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건,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벌지않고 쓰기만 하기 때문이라는 것, (2) 일방적으로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니며 (어느정도 한계는 있지만) 뭔가 싸게 갈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3) 자세히 살펴보면 시장(그 종류와 상관없이)이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 등등입니다. 나름대로 그런 것들을 음미하면서 지내시는 것도 여러모로 재밌습니다. ^^ (물가와 관련해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건.. 다른건 몰라도 확실히 렌트는 비싸다는 거.. 이거 하나는 확실합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다 주절댈 순 없겠네요^^;)

    아참, 그런데 혹시 담배를 피우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말아피우는 담배를 좋아했는데.. 훨씬 맛있어서요. (하지만 지금은 담배 안 피웁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한국에서보다 더싼 값으로 담배를 살 수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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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DC 2007/11/21 23:31

    버스비는 4주권을 사면 45파운드 정도였던 거 같은데요..담배의 경우 한국 학생들 중 인터넷을 이용하여 싸게 구입하는 방법을 아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이게 합법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정말로 한국보다 더 싸게 들어오거든요. 한보루에 2만원이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아무튼 살인적인 물가인 것은 확실합니다. 너무 비싸요^^; 근데 북유럽에 갔더니 그 쪽은 초살인적이더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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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바리 2007/11/22 12:18

    ㅎㅎ 커피를 싸가지고 다니시다니... 따뜻하게? 차갑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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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행인 2007/11/22 12:30

    음... 영국 가려면 좀 벌어야 겠군용... 쩝 ㅡ.ㅡ^;;;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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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라임 2007/11/22 20:27

    저는 독일에 있는데 가격차이가 확 와 닿는 건 담배값 뿐이네요ㅎㅎ 식비는 이쪽이 약간 더 싼 것 같은데 교통 요금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담배값 무시무시하네요. 여기서는 말보로 같은 건 4유로(1유로가 1300원 정도 하려나요?) 선에서 살 수 있고, 40g 짜리 담배잎을 3.5 유로 정도에 팝니다. 25그램에 5파운드라니...필 엄두가 안 나겠네요.

    본문과는 상관 없지만 저도 요즘 담배 말고 있는데 잘 말기만 하면 기성품보다 낫더군요. 근데 워낙 손이 굼뜬지라 실패할 때가 더 많지요ㅎㅎ 그나저나 인터넷으로 싸게 사는 담배라니..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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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arishin 2007/11/23 10:02

    많은 분들이 덧글을 달아주셨군요. 아무래도 물가가 흥미로운 주제인가요?

    그리고 커피는 차가운 커피를 어떻게 마셔요? 날도 추운데... 보온병에 따듯하게 담아가서 먹는답니다. 참고로 보온병은 여기저기 싼 거 찾아서 3파운드에 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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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전창경 2007/11/27 01:59

    그래도 스위스보다는 싸네요... 얼마전에 독일에 갔다가 너무나 싼 음식값에 밥을 계속 사먹었답니다. 스위스에서는 밥을 밖에서 사먹는건 상상도 못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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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marishin 2007/11/27 04:18

    스위스의 물가는 저도 겪은 적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기는 해도. 영국도 스위스 못지 않다는 말이 있던데, 그래도 스위스가 더한가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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