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무개 오래 가긴 힘들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장아무개라는 가수가 있다. 음반을 1만장이나 팔았다니 이제 오래 못 갈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래 갔으면 좋겠다. 노래가 좋아서도 아니고, 시대를 비판하는 '냉소'나 '유머' 따위가 있어서도 아니다. 자본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을 음반 제작 방식 때문이다. 컴퓨터에서 '공시디'에 직접 음반을 구워서 판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큰 돈 들이지 않을 수 있고 그야말로 '지속 가능'할 것이다. (공시디에 음반을 구워 파는 건 이미 옛날 이야기라고 한다. 정식 음반은 기존 방식처럼 막 찍은 것이라고 한다. 아주 편안하게 “인상비평”한 것이어서 대충 썼는데, 역시 제대로 알아보고 쓸 걸 하고 후회가 된다. 낚인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인기라는 게 내 눈에는 우습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다.
1. 잘 생긴 청년이 있다. (게다가 명문대 출신이라지?) 2. 잘 생긴 청년 옆에는, '도도하지만 멍청한' 이미지로 개그 프로그램에 딱 맞는 몸짓을 하는 여성이 둘이나 있다. (내 눈에는 딱 '싸구려 된장녀' 이미지다. 그래서 일정한 냉소 또는 유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3. 노래 가사는 가식이 없고, 그래서 아주 강한 현실 비판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노래는 결코 자연스럽게 부르지 않는다. “이제는 아무러치도 아나”라고 발음하지 않고 “이제는 아무러치도 아너”라고 아주 의식적으로 발음한다. 본인은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려고 “짝짝 벌리면서 부른다”지만, “아너”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이건 “가식”에 가깝다.)
다른 요소도 많이 있겠지만, 내 눈에 들어온 인기의 요소는 일단 이 세가지다. 1번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2번은 “개그” 또는 “유머”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면 식상할 가능성이 있기에 오래 가기 힘들고, 3번은 조금 바꾸면 또 어느 정도 갈 수 있지만 역시 지속 가능성은 약하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 가수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게 바로 컴퓨터로 '공시디'에 음반을 구워 파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게 지속되려면, 음반이 너무 많이 팔리면 안된다.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대량 생산이 더 효율적이다.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가면, 모든 게 달라지고 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밥 먹고 살면서 좋아하는 일 계속할 수 있는 적정선이 가장 바람직한데, 이게 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건 비단 가수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딱 밥 먹고 살면서 욕심 내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면 좋을텐데, 세상이 그리고 인간의 욕심이, 이렇게 놔두질 않는다. 우리네 삶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11 댓글
2 트랙백
먼 댓글용 주소 :: http://blog.jinbo.net/marishin/trackback/302
-
Subject: 지속적으로 별일없이 음악할 것 같은 장기하
먼 댓글 보내온 곳
2009/03/13 17:11
밑에서 본 세상이라는 블로그에서 "장아무개 오랜 가긴 힘들것 같다"라는 포스팅을 봤다. (블로그 전문, http://blog.jinbo.net/marishin/?pid=302) 아무래도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장기하와 얼굴들에 관련된 글일 것이다. 아무래도 분명히 장기하와 얼굴들을 염두에 두고 쓰신 글 같다. 블로그에서는 "자본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을 음반 제작 방식때문에"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다. 즉, 장기하와얼굴들 혹은 붕가붕가레이블..
-
Subject: 장기하와 얼굴들, Fleet Foxes
먼 댓글 보내온 곳
2009/03/17 12:19
marishin님의 장아무개 오래 가긴 힘들 것 같다에 트랙백 댓글에 남기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블로그에 트랙백을 겁니다. 장기하가 작년에 바람몰이를 했던 이유 중에 언급하신 레테르들...
돈키하나 2009/03/13 13:19
공감 꾹!
marishin 2009/03/13 18:07
공감하시다니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비밀방문자 2009/03/13 17:13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marishin 2009/03/13 18:07
이런 건 굳이 비밀글로 하지 않으셔도 될텐데요. 그리고 제 글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기 비결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게 아니고 “인상 비평”을 한 것입니다. “다른 요소도 많이 있겠지만, 내 눈에 들어온 인기의 요소는 일단 이 세가지다.”라고 했잖아요?
nipple 2009/03/13 22:44
정규1집은 프레스반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본인은 안팔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인 것 같더군요. 언제든지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
marishin 2009/03/13 23:22
'프레스반'이 대량 생산하는 일반적인 시디를 말씀하시는 거죠? 엠비시 인터뷰에서 컴퓨터로 구웠다고 하던데, 그게 모두 옛날 이야긴가요? 제가 헛소리했군요. 약간 이상하다 싶기도 했지만.
cretois 2009/03/14 00:39
개나 소나 영화로 떠들더니, 이젠 음악도? 맘에 안들면 다 별거 아니다?
춤이나추셈...열심 추면 댁에게도 은총이...
marishin 2009/03/14 01:27
개나 소나 영화 떠들면 안되나요? 개나 소나 음악 떠들면 안되나요? 은총까지 거론하시니, 마음씨 좋은 분 같은데, 개나 소나 음악 떠드는 것도 너그럽게 봐주세요.
찾아봤더니 2009/03/14 00:59
연관검색어"장기하"를 검색한 분들은 다음의 단어도 검색 하셨습니다.
장기하 싸구려커피
장기하 서울대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 달이차오른다
장기하 1집
장기하 별일없이산다
장기하 태양
장기하 키
1박2일
장기하미미시스터즈
거기다 사회학과라지요?
페미니스트 어머님의 명문대 아들 잘키우기 책까지 냈던 그 아드님도 서울대 사회학과.
우선 서울대 연예인들은 신비주의로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marishin 2009/03/14 01:29
서울대니, 사회학과니는 왜 나오는 거죠? 암호인가요?
민노씨 2009/03/14 04:47
위 '찾아봤더니'님께서 남긴 말씀은...
가수 이적씨를 장기하씨와 빗대서 이야기하신 취지인 것 같습니다.
가수 이적씨 모친께서 페미니즘 학자(박혜란)이고, '명문대 아들 잘키우기' 이런 책을 내셨던 모양이네요. (찾아보니) '믿는 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아마도 출판사에서 주된 마케팅용 홍보문구가 "과외도 한번 하지 않고, '공짜로' 아들 셋 서울대에 보낸 소설같은 이야기"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