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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매튜 앰스터버튼 (Matthew Amster-Burton)

<엑스트라> 1997년 11월

부제: 언론들 50년동안의 첩보와 비밀활동을 축하하다.

 

미국 중앙정보국 50돌 관련 언론보도를 언론비평 단체 페어가 분석한 글입니다.

 



미국중앙정보국이 지난 9월 창설 50주년을 맞았을 때, 언론들의 보도는 냉전시대 이후 이 정보기관의 앞날이 불확실하다는 데 맞춰졌다. 언론들도 똑같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말을 더듬는 전직 대통령이나 되는 양, 말썽많은 정보국을 높이 평가하는 기나긴 이야기를 달리 설명할 길이 있겠는가?

 

수십년동안 중앙정보국은 무시무시한 기록을 쌓아왔다. 피의 학살과 쿠데타 선동(53년 이란, 54년 과테말라, 73년 칠레 등), 선거조작과 결과 뒤집기(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아메리카 등), 외국 지도자 암살기도(시하누크, 루뭄바, 카스트로 등). 그러나 주요 언론의 중앙정보국 발자취 보도에는 이런 자세한 기록(윌리엄 블럼과 킬링 호프가 쓴 `2차대전 이후 미군과 중앙정보국의 개입'을 보라.)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것이 <시엔엔>(CNN) 랄프 베글레이터 기자의 97년 9월18일 보도다. 이 기자는 "중앙정보국의 과거가 영광스런 것만은 아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앙정보국이 개발해낸 고위도 첩보사진과 기술적 발전의 성공"을 지적했다. 그런 뒤 알드리치 에임스 같은 간첩들이 중앙정보국의 성격을 훼손했다고 안타까워하는 전직 요원을 화면에 등장시켰다.

 

맹목적이다 싶을 정도로 공식적인 태도의 <로이터통신>은 9월17일 보도에서 중앙정보국을 싫어하는 이가 있다는 점조차 고려하지 않았다. 로렌스 맥킬런 기자는 클린턴 대통령과 중앙정보국장 조지 티넷의 말만을 인용했다. 이밖의 인용은 익명의 백악관 보좌관이 기자들에게 요원들과 전직 요원들이 모인 모습을 찍지 말라고 경고한 것 밖에 없다.

 

9월18일치 <유에스에이투데이>의 긴 기사에도 중앙정보국을 비판하는 이의 말은 전혀 없고, 중앙정보국 옹호자들의 거짓 정보 인용만 가득하다. 정보국이 지휘한 73년의 칠레 쿠데타에 대한 기술같은 것들이 그렇다. "76살인 메릴랜드 동부해안 출신 레이 워렌도 흥분했다. 그는 좌파인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뽑힌 칠레로 떠났다. 그는 중앙정보국이 `민주적인 반대세력이 죽지않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아옌데는 73년 일어난 군사 쿠데타로 쫓겨났다. 이 군사 쿠데타는 16년동안의 우익 독재로 이어졌다." 칠레의 역사 (또는 중앙정보국의 정치활동)를 모르는 사람이 이 글을 보면 정보국이 선거로 구성된 정부를 보호하고 독재에 대항했다고 결론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는 "중앙정보국 연혁"이 포함되어 있다. 이 신문은 61년에 중앙정보국이 우주에서 인조물을 처음 회수했다는 것을 넣을 자리는 있어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피닉스작전에 대해 쓸 자리는 없었나보다. 피닉스작전은 베트남전쟁중에 중앙정보국이 펼친 암살 계획인데, 이 계획으로 2만명이 희생됐다는 주장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뒤 중앙정보국이 소련에 간첩으로 보내기 위해 나치 전범들을 모았다는 점도 들어갈 자리를 못찾기는 마찬가지다.(마틴 리 등이 공동편집한 `클리블랜드의 정직한 인물'을 보라)

 

정보국의 친구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는 특히 편파적이다. 9월17일에 (로이터통신과 유사하게) 책을 인용한 클린턴의 연설을 고스란히 인용해 기사로 쓴 것뿐 아니라, 이보다 3일 전인 14일에는 정보국의 오랜 친구인 월터 핀커스(엑스트라 97년 1,2월호를 보라) 기자가 손상된 정보국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의도로 쓴 긴 기사를 실었다.

 

핀커스는 "정보국장 조지 티넷은 올해초 의회에서, 테러단체를 선별하는 일을 하는 요원들이 지난 7개월동안 해외 미국 대사관에 대한 두번의 공격을 사전에 막았다고 밝혔다"고 썼다. 물론 이런 말도 덧붙였다. "티넷은 어디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등 작전의 세부사항에 대해서 밝히기를 거부했다." 핀커스는 <산호세 머큐리뉴스>가 정보국의 지원을 받는 니카라과 콘트라가 마약을 미국에 퍼뜨렸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에 대한 이 신문의 편파적인 공격에 앞장선 기자다. (이에 대해서는 교묘한 거짓말을 보라 : 번역자) 핀커스는 50주년 기사에서 콘트라-마약 스캔들을 암시한 유일한 기자다. 그는 자신이 <머큐리뉴스>의 게리 웹(폭로기사를 쓴 기자 : 번역자)을 공격했을 때보다 이 폭로를 좀더 신뢰하는 인상을 줬다. 물론 그가 강조한 것은 치명적인 정책에 대한 정보국의 책임의식이 아니라, 중앙정보국의 명성이었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과거 정보국의 중앙아메리카 활동에 대한 정보국과 법무부의 새로운 조사가 곧 나올 전망이다. 이 조사는 정보국이 니카라과 반군을 돕는 마약업자들과 협력한 것과 반인권적인 폭력을 휘두른 혼두라스의 특수부대를 정보국이 훈련시킨 것에 대한 비판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고문교본같은 도구를 이용해 특수부대를 훈련시켰는데(비밀 작전 97년 여름), 그들이 나중에 반인권적인 행동을 저질렀다면 놀랄 일인가. 물론 아니다. 다른 중앙정보국 사정은 잘아는 핀커스도 정보부 작전의 이런 측면은 몰랐나보다.

 

핀커스는 정보국이 96년 사담 후세인을 쿠데타로 몰아내려 했던 것도 건드렸다. 이 작전은 언론인 패트릭 코크번이 97년 4월15일 새크라멘토비에 "정보국 50년 사상 최악의 실패"라고 썼듯이 재앙으로 끝나고 말았다. 핀커스는 뭐라고 했을까? "정보국은 이라크 탈출자들과 전직 정보국 요원을 동원해 이라크의 지도자 사담 후세인에 대항하는 작전을 편 것 때문에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참여했던 이들도 결과에 대해 실망했다." 작전실패로 처형당한 많은 이라크안의 정보국요원들이 실망만 했을까.

 

큰 실수와 서투른 짓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적어도 토마스 파워스가 9월14일치에 쓴 정보국의 자화자찬을 기사가 아니라 독자의견으로 처리하는 양식은 보여줬다. 핀커스처럼 파워스는 정보국의 잘못을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의식적인 정책 측면에서가 아니라 흔히 있는 실수로 묘사한다. "큰 실수와 서투른 짓들은 고통스럽지만 모두 큰 게임의 한 부분이다. 정보국이 50년동안 유지한 일처리 방식에 대한 평점을 준다면 합격점 이상이다."

 

중앙정보국이 악당 집단이 아니라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라는 파워스의 지적만큼은 정당하다. 그는 케네디가 정보국의 카스트로 암살시도를 몰랐다거나 레이건과 부시가 이란-콘트라사건과 무관하다고 보는 생각을 "아이들의 역사"라고 비꼬았다. 계약을 맺고 여러 매체에 똑같은 컬럼을 쓰는 정보국 비판가 알렉산더 코크번도 9월18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쓴 글에서 50돌을 계기로 이런 점을 강조했다. "50돌이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보국이 악당집단이라는 생각을 영원히 없애버리는 것이리라." 언론은 이 교훈을 불편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종종 잊는다. 대통령 유세기간에 이란-콘트라사건과 부시가 정보국장으로 있었다는 두가지 쟁점을 부각시키지 못했을 때가 바로 이런 때다.

 

파워스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실린 글에서 스파이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정당하다고 결론맺었다. "언제나 큰 관건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가, 정보국이 이를 도울 수 있는가다. 법을 만드는 이들을 위한 교훈: 마음대로 정보국을 주물러라, 그러나 없애지는 말아라." 몇십년동안의 폭력적인 비밀공작을 "평화유지"라고 하는 아이러니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2차 대전 뒤 정보국이 설립됐을 때, 무비판적인 보도 분위기를 조성하는 맹목적인 국가주의를 예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50년동안 잔학상이 모두 기록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무비판적인 보도 분위기는 독자는 물론 정보국의 불건전한 기록들을 밖으로 드러내는 데 일조를 한 추적보도 전문기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언론은 지금까지 감춰졌던 정보국의 역사 한가지를 탐구하는 데는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전직 요원과 그들의 아내들의 요리법이다. 이 기념적인 요리책의 출판은 정보국 50돌과 맞아떨어지면서 수많은 언론에 오르내렸다.

 

(매튜 앰스터버든은 전직 페어의 인턴사원이며, 지금은 시애틀에 사는 자유기고가이다.)

 

정보국: 거미줄에 걸리다

주요 언론의 정보국 50돌 관련 기사 가운데 공정한 사례의 하나는 ABC News website(www.abcnews.com/sections/us/cia916/index.html, 이젠 링크가 연결되지 않음)에서 볼 수 있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은 경고로 시작한다. "대실패로 끝난 피그스만 사건, 정치지도자들을 제거하려는 어설픈 시도들,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는 데 비참하리만치 실패한 점을 이 나라를 이끄는 스파이집단이 잊고 싶어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라고 <에이비시방송>(ABC)의 데이비드 피니는 썼다. "60년대에 정보국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약 엘에스디(LSD)를 실험했고 베트남전에 항의하는 이들을 감시했다. 80년대는 고문과 학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과 관련됐고 이란-콘트라 시대에는 무기를 위해 마약을 거래하는 일에 연루됐다." 정보국 50돌에 대한 다른 기사들과 달리, 티니의 기사는 정보국 비판자인 `인권감시'의 대표의 말도 인용했다.

 

그러나 이 방송의 시청자 가운데 이 독립적인 보도를 접한 이들은 거의 없다. 피니의 기사는 텔레비전에 방송되지 않고 인터넷에만 올려졌기 때문이다.

 

번역: 신기섭

2004/07/15 19:04 2004/07/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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