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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예찬론자들

내 진짜 기분은 활짝 개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혼돈 암울한 평화는 전쟁의 순일(純一)함에 비해 얼마나 흐리고 불쾌한가!

 

가와카미 데쓰타로(일본 문예평론가), 1942년 <문학계> 1월호에 쓴 글 '광영 있는 날',
<태평양전쟁의 사상>(나시타니 게이지 외 지음, 김경원 외 옮김, 이매진, 2007) 12쪽에서 재인용.

 

에티오피아 식민 전쟁에 대한 마리네티의 선언문을 연상시킨다.

 

27년 동안 우리 미래파는 전쟁이 반예술적이라고 하는 데 대하여 항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주장한다: ... 전쟁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전쟁은 방독면,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는 확성기, 화염방사기와 소형 탱크 덕분에 예속된 기계를 인간이 지배하도록 확실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전쟁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전쟁은 오랫동안 꿈꾸어오던 인간 육체의 금속화를 개시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전쟁은 꽃피는 초원을 불꽃 튀기는 기관총의 난초로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전쟁은 온갖 총화銃火, 포화砲火, 휴전, 향기와 부패의 악취를 하나의 교향악으로 합쳐놓기 때문이다. 전쟁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전쟁은 대형 탱크, 기하학적 비행편대, 불타는 마을에서 피어오르는 나선형의 연기와 같은 새로운 건축구조와 그밖의 다른 건축구조를 창조해내기 때문이다... 미래주의 시인과 예술가들이여... 새로운 시와 새로운 조형예술을 위한 당신들의 투쟁이 ... 그것에 의해 분명히 밝혀지도록 전쟁의 미학이 갖는 이러한 근본명제를 기억하라!

발터 베냐민,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1936, 강유원 외 옮김)에서 재인용.

 

덧붙임: 1940년대 일본 지식인들의 좌담회 내용을 번역한 <태평양전쟁의 사상>, 이 책 앞머리에는 번역자 4명 등 5명이 진행한 '좌담회에 대한 좌담회'가 실려있다. 서점에 서서 끝까지 읽었으나 도무지 '영양가 있는 말'을 못찾겠다. 사회자 말대로 책 내용을 두서없이 요약한 게 전부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이 일본 지식인들의 시각이 지금 의미하는 바에 대한 고찰을 독자들의 몫으로 떠넘기기까지 한다.

2007/02/14 15:21 2007/02/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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