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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0
    그녀는 야근 중.(14)
    나랑

그녀는 야근 중.

지금 시간 9:47

민우회 사무실에는 4명의 활동가가 일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4명의 활동가는 1층 카페에서 소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총회 총괄자를 처음으로 맡아 몸이 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인 나팀장.

그녀는 올해 들어 자신의 이름이 너무 많이 불린다며 심란해 한 적이 있다.

요새 신경성 위염이 도져 고생 중이다.

일상의 사소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그녀의 발랄함이 다시 살아나기를.

 

밤 10시는 야근 축에도 못 끼게 만들어버린 싱팀장.

마치 의자와 하나가 되어버린 듯 우직하게 일하는 싱팀장.

그녀는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씻고 또 9시 반까지 출근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지친 기색 없는 그녀,

오직 터진 입술만이 그녀의 지난 밤 노동을 짐작하게 할 뿐.

그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하루 12시간 노동을 생활화하고 있는 나의 쁘렌 시P.

그녀는 며칠 전, 꿈에서 일을 하다가 생시에서 위경련을 일으켰다.

한 번 죽을 사 먹더니 죽에 중독되었는지 요새 매일 죽만 먹는다.

공들여 만든 동영상을 다시 만들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꼬.

참, 쫌 전에는 재택 야근을 하는 ㄲ가 시P에게 전화를 하여 하소연을 했더랬다.

 

생각해보면

노동현장에 있었을 때엔

지금보다 더 바빴다.

주야간 맞교대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활동을 했었고

파업을 하면 주간조, 야간조 가리지 않고 거의 24시간을 꼬박 지샌 적도 많았다.

주말에도 늘 회의였다.

 

그런데 난 왜

요즘 들어 새삼 바쁘다, 정신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이렇게 바빠도 별로 뿌듯하지 않냐 이 말이다.

바쁜 것 자체보다는

일의 성격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일까.

 

내가 변했을 수도 있다.

이제는 조직도 중요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것도 나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일의 성격도 참 다르긴 하다.

현장에 있을 땐 조합원을 만나는 일,

투쟁을 조직하는 일, 소모임 활동을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신생노조여서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가 만들기 나름이었고

또 투쟁을 안 하는 시기가 별로 없을 정도로 투쟁 중심이어서

일상활동에 수반되는 실무가 (상대적으로) 적기도 했을 것이다.

 

어째꺼나 저째꺼나

나는 노동운동을 그만두었고

이제는 민우회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

(사실 적응한 걸로 속단했었지...)

어쩌란 말이냐.

 

어떻게 살아야

충만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더 많아질 수 있을까.

 

-일터에서 가족 공동체를 바라지 말 것

-의도와 표현 사이의 간극을 조심할 것.

 상대는 내 의도를 전혀 모른다는 전제 하에 가장 효과적인 표현방법을 찾을 것.

-내가 가진 불만은 양날의 검이다.

불만이 긍정적으로 발전하면 더 민주적인 조직으로 가는 거고

불만이 부정적으로 발전하면 갈등은 커지고, 나는 투덜이 스머프로 고립.

-감정적인 반응과 위축, 양극단을 경계할 것.

 

긴 호흡으로,

지구력을 갖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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