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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9/09
    Joni Mitchell- Woodstock(1)
    나랑
  2. 2010/08/18
    여성주의학교 2기 수강생 모집(2)
    나랑
  3. 2010/07/13
    강원도 연가리 모꼬지(2)
    나랑
  4. 2010/07/13
    김프 첫번째 숙제(3)
    나랑
  5. 2010/07/07
    필립 모리스 강추(2)
    나랑
  6. 2010/06/30
    Broke up today
    나랑
  7. 2010/06/01
    식당노동자의 자녀분을 찾습니다!
    나랑
  8. 2010/05/24
    空선언(1)
    나랑
  9. 2010/05/17
    사랑해요, LGBT!
    나랑
  10. 2010/05/16
    필사는 나의 힘(1)
    나랑

Joni Mitchell- Woodstock

어제는 가을 날씨같았다.

집에 불을 다 끄고 어둠 속에서 따뜻한 이불 안에 웅크리고 

Joni Mitchell의 노랠 들으니 치유받는 느낌.

 

요새 일 이외에 새롭게 시작한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의 '세상의 음악학교' 다.

돈이 없어서 근로장학생을 신청했는데 덜컥 되어버려서 듣게 되었다.

첫 수업에 가보니 내가 제일 어려서(?) 근로장학생이 되었나 싶을 정도로 

엄마, 아빠 뻘 되는 어른들이 수두룩 빽빽.

책임자의 말을 들어보니 이번 인문학습원 전체 수강생 250명 중 대학생은 20명밖에 안 된단다.

취업이랑 관련이 없는 강좌들이어서... 안타깝다.

 

암튼 선생님은 음악평론가인데 

비상한 머리와 역사적 지식에 열정, 권위없음, 유머러스함 등이 어우러져 너무 재밌는 강의를 해주셨다.

강좌 같은 거 들으면 초반 몇 번에 내가 끝까지 들을지 안 들을지 판가름이 나곤 하는데, 

세상의 음악학교도 그렇고 여성주의 학교도 그렇고

강사나 분위기가 만족스러워서 끝까지 성실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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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학교 2기 수강생 모집

진보넷에서 여성주의 논쟁이 벌어졌다는 걸 이제사 알았음. 핫~

여성주의 의료생협에서 하는 여성주의학교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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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연가리 모꼬지

모꼬지 가서

멍군, 하나와 하룻밤 더 묵었다.

보리수 열매 따먹고

개 밥 주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를 찾고,

계곡에 발 담그고 책읽다가 물소리 듣다가

흔들의자에 앉아 일기 쓰다가 먼 산 한번 쳐다보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더라.

 

자연 속에 혼자, 또는 가까운 지인 몇 명과 함께 있을 때가

내가 가장 편하고 행복하고 자연스러운 시간인 듯.

몇 달만에 느낀 행복한 순간들.

 

 

 

 

 

 

 

 

 

 

흰 베갯잎 휘날리는 지붕에서 꼬실레이션하시는

연가리 맑은터 쥔장 야생화님.

미인이신데 중성적인 매력이 물씬, 28살에 이 곳에 내려오셔서

살아남느라 깡패 다 되셨다는 멋진 여자.

 

연가리, 또 가고 싶다.

 

"새벽이 되기 전에 근심에서 깨어나서 모험을 찾아 떠나라.

그대의 천성에 따라 야성적으로 자라라.

밥벌이를 그대의 직업으로 삼지 말고 도락으로 삼으라.

대지를 즐기되 소유하려 들지 마라."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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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프 첫번째 숙제

진보넷님의 [김프워크샵02 - 이미지의 지층] 에 관련된 글.

 

숙제1.

원본

작업 후

 

숙제2.

원본

 

 

작업 후

 

허접하지만 첫 숙제라는 점에 만족.

보리수 열매가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목표없이 사는 게 지루했는데

김프 마스터라는 목표가 생겼다. 흐흐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나가니 재밌당~

덩야님과 달 선생님,박 조교님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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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모리스 강추

야밤에 쓰레빠 끌고 나가서

동네 영화관에서 본 영화.

간만에 신나게 웃었다. 코믹영화라기 보다는 로맨스.

 

 

 

 

이완 맥그리거 저 눈빛 어쩔겨.

 

미국은 정말 죄수복 색깔이 저렇게 산뜻할까.

돈만 있으면 빵에서 둘이 살림도 차리고 말야. 

서로 다른 방에 있을 때 편지 주고 받는 거랑

빵에서 둘이 춤추는 장면이 제일 좋더라.

 

나도 죽기 전에 저런 사랑 한번 해 봤으면.

근데 벌써 왔다 갔으면 어쩌지.

아니야, 올꺼야.

사랑은 또 온다, 도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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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 up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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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노동자의 자녀분을 찾습니다!

 

 인권밥상 차리기를 함께해보셨다면, 

 이제 "나는 .인.권.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외쳐보아요.
 
(인권밥상차리기가 뭔지 궁금하시다면 위의 그림을 클릭해 보세요!해당 글로 링크됩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인권적인 노동환경에서 차려진 

 .인.권.밥.을 먹는 것을 꿈꾸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민우회는 "나는 .인.권.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맛있게 외치며,

우리의 바람을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나는 인권밥을 먹는 사람!' 시작이 자녀들 편인 이유는?

 

 

위의 내용처럼 포털사이트에 ‘식당아줌마’, ‘식당노동’을 검색해 보면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를 둔 자녀들이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도, 어렵고 복잡한 노동법을 알아보는 것도 아직은 낯설기만 한 엄마를 위해 자녀들이 직접 알아보고 질문도 하곤 합니다.

 

 그래서 민우회는


 '나는 인권밥을 먹는 사람!'_ 자.녀.들.편 을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아니면 참여할 수 없을까요? 
아니죠! 그건 아니죠~

 

 

엄마가 식당여성노동자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식당에서 수없이 엄마! 이모! 고모!들을 외치곤 합니다. 이렇게요!

 그토록 식당에서 엄마이모고모를 열심히(?) 외치며 
언제 맺어진지 모를 애틋한 관계가 있습니다. 

식당에서 엄마이모고모!를 외쳐본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나는 인권밥을 먹는 사람!'_ 자.녀.들.편에 당/연/히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엄마이모고모의 [맛있는 노동!]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우리, 이런 것들을 함께해요!

 

 

 

방법 1 엄마이모고모 대신 내가 상담을 하고, 민우회가 만든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 길잡이 [맛있는 노동!]을 살포시 전한다.
(책자의 내용 중에 어려운 부분은 함께 공부해 직접 가르쳐 드릴 수 있도록 공부합니다.

인권길잡이는 민우회 사무실 02.737.5763로 연락주시면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방법 2 식당에서 노동하는 것과 같은 일을, 퇴근 후 집에서도 또다시

        반복해서 하고 있는 엄마이모고모를 생각하며, 내가(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민우회 블로그에 댓글을 단다.
_생각나는 대로 전부! 곧, 첫 번째 식당여성노동자를 엄마를 둔 자녀의 글이 올라갑니다.
(민우회 공식블로그_민우트러블
[2010년 민우회와 함께-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클릭클릭!)

 

방법 3 엄마이모고모의 노동을 본 우리들의 생각과 기억, 경험 들을

        글로 써서 나눈다.
(우리 엄마의 노동을 보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등등 자유로운 이야기들을 적어

메일 eq5050@womenlink.or.kr 전해주세요. 민우트러블에 올려 우리들의

이야기를/엄마이모고모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아요!)


 

 '나는 인권밥을 먹는 사람!'_ 자.녀.들.편 에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은 거침없이 연락주세요. (02.737.5763 여성노동팀, 여경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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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선언

뜨거웠던 마음은 쉬이 식질 않는다.

아무 번뇌없이, 마음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랑,

범람했던 강물이 천천히 제 수위를 회복해 가듯

천천히 마음을 거두어 올 것.

너무 애쓰지 말 것.

... 이라고 또 空선언을 남발해 보지만

특별한 친밀함에 대한 욕구는 쉽게 포기나 절제가 안 된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건.

 

4년의 시간에

34년의 세월이 담겨있는데,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우린 함께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칼에 잘라낼 수 있었는지.

 

연인으로서의 인연을 끝낸다고

왜 뼛속깊이 절친했던 친구로서의 관계까지 잃어야 하는지.

 

변해버린 내 마음이 폭력적인가? 그게 나의 잘못인가?

그렇게 이별을 선언하고 관계를 절단해 버린 네가 더 폭력적인 건 아닌지... 가서 따지고 싶다.

나는 너에게서 애인을 빼앗고

너는 나에게서 친구를 빼앗았으니 이건 쌤쌤인가.

 

주변에서는 결과적으로 내가 찬 것이라고

마치 배부른 소리 한다는 듯 얘기하니

그러면 차는 사람의 상실감과 슬픔은 어디가서 토로해야 하나. 

 

차고 차이는 이분법,

연인 관계가 끝나면 아무 것도 되지 못하는 이분법,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는 그런 자본주의적인 사랑의 코드가 싫다. 

차는 사람은 이긴 거고 안 힘들고 좋은 이별이고

차이는 사람은 망가지고 개같은 이별인 건 아닌데.

'실연' -인연을 잃었다는 건

차는 사람에게나 차이는 사람에게나 치명적인 아픔인데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이별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숙할 것이냐인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욕구를 가진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과

나를 지극히 사랑해 준 사람으로 인해

앞으로 더 잘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발전이지만,

 

그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았을 때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와

나 역시 단 '한 사람'의 지극한 사랑을 원하고 또 원한다는 점은

여전히 내가 풀지 못한 숙제다.

 

모든 건 변한다는,  그리고 내 맘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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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LGBT!

사랑해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sexual/gender)

 

5월 17일은 세계성소수자차별철폐의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and Transphobia)입니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라고도 하고 약자를 따서, ‘IDAHO'입니다. 기원은 1990년 5월 17일, WHO(세계보건기구)가 정신질환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것으로 부터입니다.

 

이 날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호모포비아, 트랜스포비아를 반대하는 날입니다. 동성애는 치명적인 유전적 결함이며 정신병이라는 생각은 오래된 편견이자, 성소수자 혐오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생각입니다. 아직도,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이라는 생각은 견고합니다.

 

2008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7개 나라에서 동성 간 성행위 발견시 사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80여개의 나라에서 동성애는 범죄입니다. 한국 군형법 92조 또한 동성애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현재 멕시코, 코스타리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및 유럽의회는 이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을 이유가 없고, 인권을 존중해야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합니다.

 

드라마에 동성끼리의 사랑도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길에서 스킨십을 하는 동성 커플을 만나고, 친구나 가족에게 두려움 없이 파트너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여자를 짝지우는 소개팅을 제안, 권장하는 문화가 당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성정체성을 이유로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도적으로도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금지되기를 바랍니다.

이 모든 바람을 담아, 한국여성민우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LGBT를 사랑하는 오늘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의미를 기억하며,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 젠더나 트랜스 섹슈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거두어 나가요!

 

자.랑.단은 한국여성민우회 반차별 캠페인 [여자, 여자 사랑해요!]의 회원기획실천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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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나의 힘

예전에 수배 중일 때

내 마음 속 분노에 내가 데일 것 같았던 때

나를 향해 칼을 휘두르던 때

일기를 안 썼다면 아마 난 살지 못했을 꺼다.

 

일기 말고

그때 나를 지탱해 준 것을 하나 더 꼽으라면

나에겐 '필사'가 있었다.

 

전에 어떤 조직에서

조직원이 반조직적 행동을 했을 때

(이 '반조직적'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왜냥 후덜덜하지?;;)

레닌의 '한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필사하는 것을

자아비판 숙제로 내준다는 얘기를 듣고 웃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필사에는 묵상의 힘이 있다.

 

마음이 정처없이 떠돌아 어쩌지를 못할 때 

공지영이나 홍신자, 신현림의 에세이 중

오래 멈추어 서 있게 하는 문장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베껴 적다보면 

흙탕물처럼 어지럽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이다.

 

눈으로 휘리릭 읽을 때보다

컴퓨터 자판으로 투두둑 칠 때보다

펜을 꾹꾹 눌러 한 글자씩 적다보면

참 좋은 한 문장에

나만의 주석이 열 문장씩 달리기도 하니까.

 

산책을 해도, 맛있는 것을 먹어도, 지칠 때까지 울어도

붙들어매지지 않는 마음.

어제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문학집배원 나희덕의 유리병 편지>

초판 1쇄를 손에 넣는 행운을 얻었다.

낯선 동네의 카페에 앉아

나희덕이 배달해 준 시들을

어깨와 손가락이 저려 올 정도로 

다이어리에 깨알같이 적어 넣었다.

 

어수선했던 마음이

조금 풀이 죽었는지

오늘은 한결 개운하다.

 

이별의 능력

 

김행숙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 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모든 안개를 거느리고 이민을 떠나는데

 

나는 2시간 이상씩 노래를 부르고

3시간 이상씩 빨래를 하고

2시간 이상씩 낮잠을 자고

3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고, 헛것들을 보지. 매우 아름다워.

2시간 이상씩 당신을 사랑해.

당신 머리에서 폭발한 것들을 사랑해.

새들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을 물고 갔어. 하염없이 빨래를 하다가 알게 돼.

내 외투가 기체가 되었어.

호주머니에서 내가 꺼낸 건 구름. 당신의 지팡이.

그렇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하염없이 낮잠을 자다가

 

눈을 뜰 때가 있었어.

눈과 귀가 깨끗해지는데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는데

털이 빠지는데.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2분간 냄새가 사라지는데

나는 옷을 벗지. 저 멀리 흩어지는 옷에 대해

이웃들에 대해

손을 흔들지.

 

*그렇군요. 이별에도 능력이 필요하군요. 이별이라는 식상한 주제도 김행숙의 시에서는 돌연한 이미지들의 결합을 통해 경쾌하게 살아납니다.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고, 하염없이 빨래를 하고, 하염없이 낮잠을 자고, 하염없이 명상을 해 보아도,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는 얼굴이 있나요? 방에 잘못 들어온 말벌처럼 그에 관한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나요? 그러다 어느 날 아무도 생각나지 않고 그립지 않은 순간이 온다면, 그건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신호예요. 갑자기 시야가 투명해지고, 담배 연기나 수증기처럼 가벼워진 영혼은 잠시 날아오를 수도 있겠죠. 그토록 당신을 괴롭혔던 기억을 벗어 두고 잘 마른 빨래처럼 비로소 손 흔들 수 있겠죠. 누군가를 잊으려고 사래를 치는 동안 당신의 영혼이 부단히 헹구어졌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겠죠. (나희덕)

 

나의 마음도

5월의 햇살에 잘 말려져서

뽀송뽀송 해 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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