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슬픔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4/02
    수은등 아래 벚꽃(4)
    나랑

수은등 아래 벚꽃

감정의 과잉상태.

흘러넘칠듯한 이 감정들을 좀 털어내고

담백하게 단순하게 살고 싶다.

일에 집중하고 싶다.

 

츨퇴근 시간만 되면

한없이 가라앉고 쓸쓸해지는 것이 힘들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해보려고

거금들여 자전거 구입.  자출족, 잘될까? ㅎ

 

전에 최인훈 소설 <광장>에서

'시간의 한점 한점을 핏방울처럼 진하게'라는 구절을

참 좋아했었는데.

또 좋은 구절 발견.

루쉰,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고, 원한 품은 혼처럼 집착해서 46시간 내내 중단하지 않는 자만이 희망이 있다"

 

일상을 단순하게 조직하고.

힘껏 노력하고 창조하고 그 열심인 과정에 만족하고.

해보고픈 일이 있으면 독사처럼 칭칭 감고 원한 품은 혼처럼 집착해서

끝내 해내고.

밤에는 지쳐 쓰러져서 푹 자고.

그렇게 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슬플 때는 슬퍼하는 게 최고라더라.

근데 난 슬퍼하기 싫고

그냥 담담하게 지내고 싶다.

 

그동안 그럭저럭 만족하며 지냈는데

또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꼬물꼬물 피어오르는 건

욕구불만이로구나. 사랑받고 싶은 거로구나.

 

벚꽃이 피면

혼자라도 벚꽃놀이를 가야겠다.

그 때까지만.... 그 때까지만!

 

 

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社稷公園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