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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등 아래 벚꽃

감정의 과잉상태.

흘러넘칠듯한 이 감정들을 좀 털어내고

담백하게 단순하게 살고 싶다.

일에 집중하고 싶다.

 

츨퇴근 시간만 되면

한없이 가라앉고 쓸쓸해지는 것이 힘들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해보려고

거금들여 자전거 구입.  자출족, 잘될까? ㅎ

 

전에 최인훈 소설 <광장>에서

'시간의 한점 한점을 핏방울처럼 진하게'라는 구절을

참 좋아했었는데.

또 좋은 구절 발견.

루쉰,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고, 원한 품은 혼처럼 집착해서 46시간 내내 중단하지 않는 자만이 희망이 있다"

 

일상을 단순하게 조직하고.

힘껏 노력하고 창조하고 그 열심인 과정에 만족하고.

해보고픈 일이 있으면 독사처럼 칭칭 감고 원한 품은 혼처럼 집착해서

끝내 해내고.

밤에는 지쳐 쓰러져서 푹 자고.

그렇게 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슬플 때는 슬퍼하는 게 최고라더라.

근데 난 슬퍼하기 싫고

그냥 담담하게 지내고 싶다.

 

그동안 그럭저럭 만족하며 지냈는데

또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꼬물꼬물 피어오르는 건

욕구불만이로구나. 사랑받고 싶은 거로구나.

 

벚꽃이 피면

혼자라도 벚꽃놀이를 가야겠다.

그 때까지만.... 그 때까지만!

 

 

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社稷公園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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