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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4/08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1)
    나랑
  2. 2010/04/05
    인생의 클라이막스, 그거슨!(9)
    나랑
  3. 2010/04/04
    친구와 잔차질(3)
    나랑
  4. 2010/04/03
    여자, 여자 사랑해요!(4)
    나랑
  5. 2010/04/02
    수은등 아래 벚꽃(4)
    나랑
  6. 2010/03/28
    긴 꿈에서 깨어난 듯(7)
    나랑
  7. 2010/03/27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3)
    나랑
  8. 2010/03/23
    무조건 아이를 낳으면 책임질 수 있는 사회인가
    나랑
  9. 2010/03/22
    달빛아래 책 읽는 소리- 달리도서관(15)
    나랑
  10. 2010/03/21
    편지(4)
    나랑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담담하게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랑가 모르겄어요.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올라 울컥 하는 횟수가

한번 또 한번 그렇게 줄어들다보면

언젠가.

 

그만 미안해하자...

니가 알던 나는 이제 나도 몰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하림

언젠가 마주칠거란 생각은 했어
한눈에 그냥 알아 보았어
변한것 같아도 변한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게 무색해진데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 하자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사람 생기더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멋훗날 또 다시
이렇게 마주칠 수 있을까
그때도 알아볼 수 있을까
라라라 라라라
이대로 좋아보여
이대로 흘러가
니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라라라 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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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클라이막스, 그거슨!

한달에 한 번,

민우회 본부 활동가들과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 전체가 모이는 자리, '굿모닝 위민링크'.

 

오늘은 '거리캠페인으로 회원확대하기'라는 주제로

반차별회원팀 싱팀장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후, 조별 워크샵을 진행.

순식간에 부흥회 분위기로 만들어버리는 싱팀장의 쇼맨쉽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민우회의 speaker다! face다! rainmaker다!" 

다같이 복창!

200명의 사람을 만나면 그 중에 10명은 내 얘기를 듣고

그 중의 4명은 회원가입을 한다고...

올해 500명의 회원확대가 목표니까...그니까 우리는 총 몇 명을 만나야 되는겨?

 

'저 사람은 내 말을 안 들어줄꺼야' 생각하고 다가가면 백프로 내 말을 안 듣는다.

 

 

사실 민우회는 22년의 역사 속에 많은 일을 해왔고 현재도 하고 있는 일이 많아서

누군가를 만나서 빠른 시간 안에 설명하기 대략 난감;;

그러다보니 말은 빨라지고 말하면서도 불안 불안...

'그 사람의 관심사'를 빠르게 캐치해서 거기에 맞춰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기.

 

 

 민우회를 설명할 수 있는

'나만의 언어', '나만의 스토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대상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조별로 스크립트와 핸드아웃 작업을 하고 역할극 발표까지.ㅎㅎ 미친듯이 웃었다.

이 조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중년여성을 만나 민우회를 소개하는 역할극 발표.

어떤 반응에도 당황하지 않는 나*의 침착한 설명,

중년 여성은은 멍*, 아이는 ㅍ, 아이의 나이는 31살.ㅋㅋ

가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호감을 보이심.

 

이 조는 여성운동에 관심없고 환경문제에 쫌 관심있는 직장남성을 만나는 상황.

직장남성 역할을 맡은 하*의 명연기가 돋보였다. 아, 동영상 찍어놨어야 하는데....

이 남성분은 직장에 뿌리겠다고 가입서 몇 장 들고 가심.

 

이 조는 대학생(관심은 있으나 돈은 없는)을 만나는 상황.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활동가 역할을 맡은 우리의 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

대학생은 중간에 가버림ㅋㅋㅋ

 

핸드아웃 - 민우회는 이런 일을 했어요! 

"모집채용시 용모 제한한 44개 기업체 고발"

검찰은 36개 기업을 무죄로 판단했는데 이유인즉, 이건 남녀차별이 아니라 여자간 차별이라고. 헐

나보다 한 살많은(그니까 30대 중반의) 회원이

취업할 때 남녀가 응시할 수 있는 분야를 따로 두길래 문제제기했더니

"됐고, 안경이나 벗고 와요" 했다는 말을 듣고 진짜 열받았었는데.

 

핸드아웃- "마법을 불러오는 1만원"  민우회는 회원들의 기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의 스크립트.  나만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 봐야겠다.

 

워크샵의 끝은

대망의 '서약서'!!!

한 장은 내가 갖고

다른 한 장은 회원팀에서 보관.  철저한 녀자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나의 기운이 그 누군가에게 전해져 이끌림을 만들 수 있겠지.

 

이번 워크샵을 위해 싱팀장은

거리캠페인만으로 회원을 1200명 확대한 녹색연합의 활동가를 만나고 왔다.

그 얘기는 이번 주 민우회 블로그에 올라갑니다.

 

실컷 웃었더니 엔돌핀이 팽글팽글.

꿀꿀했던 지난 주를 잊고, 기운찬 한 주를 시작하게 해 준 싱팀장과 회원팀에 무한 감사^^

 

인생의 클라이막스, 그거슨 민우회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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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잔차질

민우회 사무실에서

불광천을 따라 올라갔다가

순대국밥 한 그릇 먹고

다시 내려와 잠수교을 넘어 집으로.

거의 3시간 넘게 탄 것 같은데.

 

바람은 여전히 차고

가끔씩 골반에서 불이 나는 듯 하였지만

친구와 함께여서 즐거웠던 잔차질.

 

벤치에 앉아서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내 일상이 재편 되리라는 것을 살짝 기대하게 되었고

친구는 나의 가슴앓이마저 축하해 주었다.

 

어떤 억압도 없이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행운.

지켜주고 싶은 친구.

그녀가 정말 행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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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자 사랑해요!

 

[여자, 여자 사랑해요]는 여성들의 멋진 연대를 꿈꿉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야’ 느낀 적이 있나요?

혼자 사는 여자로서 비난보다는 지지를 받고 싶었던 경험이 있나요?

여자로서 여자를 사랑한 경험, 그것을 인정, 지지하고 싶은 욕망이 있나요?


민우회 반차별 팀은 ‘여자, 여자 사랑해요’ 캠페인을 통해
여성들의 자유로운 삶, 사랑을 지지하고 차별을 허물고자 합니다.

 

[시즌1] 여자, 여자 사랑해요!- 자매애는 힘세다
[시즌2] 여자, 여자 사랑해요!- 이성애도 선택이다

 

활동에 함께할 캠페인 기획단 자랑단을 모집합니다.

 

관찰력이 뛰어나서 평범한 현상을 가지고도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글을 쓸 수 있는 분
센스 있는 UCC를 만들거나 엣지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분
우리사회의 차별담론과 반차별 감수성 고양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분을 찾습니다.

이 모든 것 없이 그저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는 분 특별 우대


활동기간: 4월~ 11월
기획단은 수다회에 참여하고 온, 오프라인에서 캠페인의 내용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포함하여 반차별 활동 관심 있는 분야를 말해줘요."


문의 및 기획단 신청

 

2010년 4월 15일까지!
이메일 전화 접수 (민우회 반차별팀)
보낼 곳: 02.737.5763,
sinkiroo@womenli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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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등 아래 벚꽃

감정의 과잉상태.

흘러넘칠듯한 이 감정들을 좀 털어내고

담백하게 단순하게 살고 싶다.

일에 집중하고 싶다.

 

츨퇴근 시간만 되면

한없이 가라앉고 쓸쓸해지는 것이 힘들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해보려고

거금들여 자전거 구입.  자출족, 잘될까? ㅎ

 

전에 최인훈 소설 <광장>에서

'시간의 한점 한점을 핏방울처럼 진하게'라는 구절을

참 좋아했었는데.

또 좋은 구절 발견.

루쉰,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고, 원한 품은 혼처럼 집착해서 46시간 내내 중단하지 않는 자만이 희망이 있다"

 

일상을 단순하게 조직하고.

힘껏 노력하고 창조하고 그 열심인 과정에 만족하고.

해보고픈 일이 있으면 독사처럼 칭칭 감고 원한 품은 혼처럼 집착해서

끝내 해내고.

밤에는 지쳐 쓰러져서 푹 자고.

그렇게 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슬플 때는 슬퍼하는 게 최고라더라.

근데 난 슬퍼하기 싫고

그냥 담담하게 지내고 싶다.

 

그동안 그럭저럭 만족하며 지냈는데

또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꼬물꼬물 피어오르는 건

욕구불만이로구나. 사랑받고 싶은 거로구나.

 

벚꽃이 피면

혼자라도 벚꽃놀이를 가야겠다.

그 때까지만.... 그 때까지만!

 

 

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社稷公園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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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꿈에서 깨어난 듯

근 2주동안 새벽 3~4시에 깨서 다시 잠이 들지 못해

멍한 정신으로 두통을 달고 살았는데

어젯밤엔 간만에 달게 잤다.

 

푹 자고 일어나보니 

뭔가 달라진 느낌.

 

그동안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조증이었다.

잠을 안 자도 졸립지 않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고

먹어도 무슨 맛인지 내가 뭘 먹는지 모르고 먹었다.

꾸역꾸역 일 하면서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했다.

 

상대에게 쏟았던 에너지를 거두어왔지만

그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할 지 몰라

달떠있던 마음이 이제 좀 가라앉은걸까.

 

미루어놨던 일들이 보이고

읽고 싶어 사두었던 책이 눈에 들어오고

2010년을 시작하면서 마음먹었던 계획이 떠오른다.

긴 꿈에서 깨어난 듯

내가 놓인 현실이 실체로 다가온다.

 

이제 지난 4년동안 나를 보살펴주었던 사람은 내 곁에 없다.

주말에도 갈 데가 없다.

급전이 필요할 때 돈을 꿀 사람도 없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쪼로록 달려가서 한없이 투정부릴 사람도 없다.

노동운동 소식을 들려줄 사람도 없다.

냄새도 없고, 체온도 없다.

 

달라진 관계와 일상의 패턴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일단 여윳돈을 모아야겠다.

주말에는 산에도 가고 도서관에도 가고,

이제는 내가 나를 보살펴야 한다. 투정은 일기장에 쏟아내자.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이 떠나간 자리에

비혼으로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을 채워넣자.

 

혼자서도 가득가득 행복하고 싶다.

 

아,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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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김용택의 '사랑' 중에서.

 

...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 들일건 받아 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 겠지요

그래도 마음 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게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들이 돋겠지요

 ...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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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아이를 낳으면 책임질 수 있는 사회인가

무조건 아이를 낳으면 책임질 수 있는 사회인가

 

-정형옥(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지난 2월 프로라이프의사회의 ‘불법낙태’ 병원 고발로 촉발된 낙태논쟁이 한참이던 한국 사회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생후 3개월 된 영아가 영양 결핍으로 사망했다는 보도였다. 이후 각종 언론매체들은 그 원인이 부모의 게임중독에 있다고 밝혔으며, 게임중독이 갖는 사회적 문제에 잠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그 뿐이었다. 이 사건은 생존을 위해 절대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영아의 생명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지 않았다. 


  프로라이프의사회를 비롯해 무조건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영에서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이다.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주장은 이슈를 선점하는 힘이 있다. 언제부터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입장의 차이가 있겠지만, 논란의 여지없이 분명한 건 이미 태어난 아이의 생명권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태어난 이후 방치되다가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3개월 만에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그 영아의 생명권은 ‘낙태논쟁’의 핵심에 있는 태아의 생명권만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태아의 생명권을 내세우며 불법낙태근절을 주장하는 사회가 태어난 아이의 생명권에 대해서는 이토록 무심하다는 사실에 기이함마저 느껴진다. 생후 3개월 된 영아를 굶어 죽게 하는 사회에서 태아의 생명권에 기댄 낙태근절운동은 공허하다. 태아의 생명권은 단지 태어날 권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충분한 보살핌을 받을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할까. 태어난 이후는 부모가 알아서 해야지, 부모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개인적인’ 일이라는 것인가. 낙태금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어떤 경우이든 무조건 낳자고 하는데 이 사건은 과연 우리 사회가 그렇게 낳아진 아이들을 잘 길러 낼 수 있는 사회인가 고민하게 한다.


  여성의 임신․출산 및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는 주장은 태아의 생명권과 대치되는 주장이 아니다. 현재의 낙태논쟁은 여성과 태아를 분리하고,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권리가 상호배치 되는 것처럼 다룬다.

그런데 태아는 여성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며,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권리가 양자택일의 것도 아니다. 여성은 임신․출산의 주체로 태아의 권리를 포함해 자기 몸에서 발생한 임신의 지속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의 경우 아이의 일차적인 양육자가 될 여성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낙태를 할 것인가, 출산을 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은 단지 임신기간이나 출산이라는 특정한 시점의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출산이후 그 아이가 최소한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가 하는 것까지 고려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여성과 태아의 권리가 배치되는 것처럼 호도되는 것 외에도 현재의 낙태논쟁은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생명권이 보장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집단이다. 아이들의 복지는 절대적으로 일차적인 양육자가 누구냐에 따라 좌우된다. 대부분 일차적인 양육자는 여성이고, 그것은 임신․출산이 여성의 몸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더불어 여성이 임신지속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이다.

한국 사회는 ‘불법낙태’ 병원을 고발하는 것 보다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존중하고, 임신을 지속해 출산을 하기로 결정한 여성이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낙태할 권리 뿐만아니라 낙태하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된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지키는 것이면서 동시에 아동의 보살핌 받을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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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아래 책 읽는 소리- 달리도서관

제주에 갔을 때

여연의 활동가가 제주의 '달리도서관' 을 소개해 주셔서

마지막 날 밤을 그 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어디선가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있는데

홀라당 까먹고 있다가 그야말로 우연히 트윗질을 하다 알게 된 것이다.

 

제주 공항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달리 도서관'.

여자들이 만든 여자들의 도서관.

어떤 곳일까 두근두근 콩닥콩닥.

 

너무 예쁘다!

 

 

도착하니 짱가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짱가님은 여성운동판에서 문화기획자로 10여년 활동하시다가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와

여자친구들(비혼 많음^^)과 함께 도서관을 만드셨다.

 

"어디서 영감을 얻게 되셨어요?" 내가 묻자

고향에 내려와서 놀면서 노트에 끄적끄적 하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놀아야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하시는 짱가님.

여성활동가들에게 놀이와 치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나와 의견이 꼭 맞는 짱가님.

담에 만날 땐 짱가 '언니'라고 부르고 싶다.

 

 

이 곳은 북카페.

 

마침 그날

곶자왈 작은 학교

머털도사 샘과 아이들이 필리핀 민다나오 평화 여행기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어서 나도 함께 했다.

 

당찬 여자, 짱가님^^

 

너무 예쁜 여자들~

"혼저 옵서예^^ 유무선 인터넷 됨쑤다~"

 

북카페 입장료와

게스트룸 숙박비로 운영을 한다고 하신다.

하지만 활동가들 월급은 아직 먼 얘기...

 

이런 곳이 번창해야

비혼 여성활동가인 나의 미래도 밝을 것 같아서 회원 가입을 했다. 히히~

사회적 대의나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 자신을 위해서 가입했다.

이런 여자들의 공동체들이 많이 생기고 잘 되어야

내가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비빌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흐흐~

 

 

 

여성학 책들.

좋은 책들이 참 많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들만 가득할까?

 

그 이유는.......???

달리 도서관은 기증된 책으로 만든 도서관이다.

근데 기증이라기 보다 '공유'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각자 20권씩 책을 '공유'하고 언제든지 다시 가져갈 수 있다.

책을 보내면 그 사람의 이름으로 이렇게 팻말을 붙여준다.

 

언제라도 다시 가져갈 수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안 읽는 책, 오래된 책이 아니라

정말로 공/유/하/고/싶/은/책을 보내는 것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이름과 책들을 보고

이 사람은 이런 책을 좋아하는구나,

이 사람은 독서취향이 나랑 똑같네, 하면서 그 사람과 왠지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접어놓은 부분, 밑줄 친 부분을 유심히 보게 된다.

남의 집에 가서 주인이 잠깐 화장실 갔을 때

주인 책장 훑어보며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독서취향을  짐작해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책 사이에서 발견한 카페 적립카드.

여기에 끼워놓은 것은

여기까지만 읽었다는 얘기?ㅎㅎ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방.

저 소파에 앉아서 한참 책을 읽었다.

나중에 독립하면 나도 이렇게 방을 꾸며야지. 

딱딱한 의자, 푹신한 의자 종류별로 갖다놓고 말야,

요기 앉았다 저기 누웠다하며 뒹굴 뒹굴 독서삼매경에 빠져야지.

 

내가 묵었던 보라색 방.

낮에는 도서관으로 밤에는 게스트 룸으로.

서울 와서 민우회 칭구들에게 얘기해 줬더니 눈을 반짝인다.

칭구들아, 4월에 같이 오자~~

 

아는 이름 발견! '박미라'님이 기증한 책들도 있었다. 아, 감짱....

 

민우회 소식지와 브로셔를 놓고 왔다^^

 

이 곳이 사무실인가 보다. 

 

어떤 분의 응원 메시지.

"두근두근 설레임을 준 그대들의 움직임 고마워요.

달리다가 쉬다가 즐겁게 리듬을 타며 흘러가기를.

언젠가, 제 터전에 초대할 수 있도록 살아가겠어요^^"

 

전국 방방곡곡에 이런 여자들의 공동체가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생겨난다면 그건 정말 가슴 뛰는 일.

 

대구의 비혼여성모임, 비혼들의 비행에서도 책을 보내오셨다고 한다.

언니들, 만나고 싶어요! 저도 껴주세요!ㅎㅎ

 

비혼 여성활동가로 잘 살 수 있을까

10년 후엔 난 뭐하지 등등 막연하고 불안했었는데

'달리 도서관'은 나에게 꿈을 꿀 수 있게,

내 미래의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하게 해 주었다.

 

책과 놀이와 문화가 있는 곳.

꼭 같은 형태가 아니라해도

비혼 여성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공동체. 나도 그걸 만들면 될 것 같았다.

 

제주를 여행하는 여자라면 꼭 한 번 들려보시길. 

달리 언니들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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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김광진의 '편지'를 듣다가

기어이 터지는 울음.

 

괜찮다 생각했었는데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어수선한 날씨만큼이나 어수선한 머릿속과

바람에 휘날리는 빨래처럼 걷잡을 수 없는 마음.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두겠소"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현장활동과 수배, 구속,

현장을 떠나오면서 힘겨웠던 날들도

그 사람과 함께 였기에 견딜 수 있었다.

 

상대방의 독립성에 대한 인정,

지극한 보살핌과 한결같은 돌봄

이 두가지가 공존 가능함을 가르쳐준 사랑.

 

여기까지가 끝인가보다.

이렇게 내 인생의 한 시기가 또 마감되는가.

 

 

편지- 김광진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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