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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꿈에서 깨어난 듯

근 2주동안 새벽 3~4시에 깨서 다시 잠이 들지 못해

멍한 정신으로 두통을 달고 살았는데

어젯밤엔 간만에 달게 잤다.

 

푹 자고 일어나보니 

뭔가 달라진 느낌.

 

그동안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조증이었다.

잠을 안 자도 졸립지 않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고

먹어도 무슨 맛인지 내가 뭘 먹는지 모르고 먹었다.

꾸역꾸역 일 하면서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했다.

 

상대에게 쏟았던 에너지를 거두어왔지만

그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할 지 몰라

달떠있던 마음이 이제 좀 가라앉은걸까.

 

미루어놨던 일들이 보이고

읽고 싶어 사두었던 책이 눈에 들어오고

2010년을 시작하면서 마음먹었던 계획이 떠오른다.

긴 꿈에서 깨어난 듯

내가 놓인 현실이 실체로 다가온다.

 

이제 지난 4년동안 나를 보살펴주었던 사람은 내 곁에 없다.

주말에도 갈 데가 없다.

급전이 필요할 때 돈을 꿀 사람도 없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쪼로록 달려가서 한없이 투정부릴 사람도 없다.

노동운동 소식을 들려줄 사람도 없다.

냄새도 없고, 체온도 없다.

 

달라진 관계와 일상의 패턴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일단 여윳돈을 모아야겠다.

주말에는 산에도 가고 도서관에도 가고,

이제는 내가 나를 보살펴야 한다. 투정은 일기장에 쏟아내자.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이 떠나간 자리에

비혼으로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을 채워넣자.

 

혼자서도 가득가득 행복하고 싶다.

 

아,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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