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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아래 책 읽는 소리- 달리도서관

제주에 갔을 때

여연의 활동가가 제주의 '달리도서관' 을 소개해 주셔서

마지막 날 밤을 그 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어디선가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있는데

홀라당 까먹고 있다가 그야말로 우연히 트윗질을 하다 알게 된 것이다.

 

제주 공항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달리 도서관'.

여자들이 만든 여자들의 도서관.

어떤 곳일까 두근두근 콩닥콩닥.

 

너무 예쁘다!

 

 

도착하니 짱가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짱가님은 여성운동판에서 문화기획자로 10여년 활동하시다가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와

여자친구들(비혼 많음^^)과 함께 도서관을 만드셨다.

 

"어디서 영감을 얻게 되셨어요?" 내가 묻자

고향에 내려와서 놀면서 노트에 끄적끄적 하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놀아야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하시는 짱가님.

여성활동가들에게 놀이와 치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나와 의견이 꼭 맞는 짱가님.

담에 만날 땐 짱가 '언니'라고 부르고 싶다.

 

 

이 곳은 북카페.

 

마침 그날

곶자왈 작은 학교

머털도사 샘과 아이들이 필리핀 민다나오 평화 여행기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어서 나도 함께 했다.

 

당찬 여자, 짱가님^^

 

너무 예쁜 여자들~

"혼저 옵서예^^ 유무선 인터넷 됨쑤다~"

 

북카페 입장료와

게스트룸 숙박비로 운영을 한다고 하신다.

하지만 활동가들 월급은 아직 먼 얘기...

 

이런 곳이 번창해야

비혼 여성활동가인 나의 미래도 밝을 것 같아서 회원 가입을 했다. 히히~

사회적 대의나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 자신을 위해서 가입했다.

이런 여자들의 공동체들이 많이 생기고 잘 되어야

내가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비빌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흐흐~

 

 

 

여성학 책들.

좋은 책들이 참 많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들만 가득할까?

 

그 이유는.......???

달리 도서관은 기증된 책으로 만든 도서관이다.

근데 기증이라기 보다 '공유'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각자 20권씩 책을 '공유'하고 언제든지 다시 가져갈 수 있다.

책을 보내면 그 사람의 이름으로 이렇게 팻말을 붙여준다.

 

언제라도 다시 가져갈 수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안 읽는 책, 오래된 책이 아니라

정말로 공/유/하/고/싶/은/책을 보내는 것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이름과 책들을 보고

이 사람은 이런 책을 좋아하는구나,

이 사람은 독서취향이 나랑 똑같네, 하면서 그 사람과 왠지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접어놓은 부분, 밑줄 친 부분을 유심히 보게 된다.

남의 집에 가서 주인이 잠깐 화장실 갔을 때

주인 책장 훑어보며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독서취향을  짐작해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책 사이에서 발견한 카페 적립카드.

여기에 끼워놓은 것은

여기까지만 읽었다는 얘기?ㅎㅎ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방.

저 소파에 앉아서 한참 책을 읽었다.

나중에 독립하면 나도 이렇게 방을 꾸며야지. 

딱딱한 의자, 푹신한 의자 종류별로 갖다놓고 말야,

요기 앉았다 저기 누웠다하며 뒹굴 뒹굴 독서삼매경에 빠져야지.

 

내가 묵었던 보라색 방.

낮에는 도서관으로 밤에는 게스트 룸으로.

서울 와서 민우회 칭구들에게 얘기해 줬더니 눈을 반짝인다.

칭구들아, 4월에 같이 오자~~

 

아는 이름 발견! '박미라'님이 기증한 책들도 있었다. 아, 감짱....

 

민우회 소식지와 브로셔를 놓고 왔다^^

 

이 곳이 사무실인가 보다. 

 

어떤 분의 응원 메시지.

"두근두근 설레임을 준 그대들의 움직임 고마워요.

달리다가 쉬다가 즐겁게 리듬을 타며 흘러가기를.

언젠가, 제 터전에 초대할 수 있도록 살아가겠어요^^"

 

전국 방방곡곡에 이런 여자들의 공동체가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생겨난다면 그건 정말 가슴 뛰는 일.

 

대구의 비혼여성모임, 비혼들의 비행에서도 책을 보내오셨다고 한다.

언니들, 만나고 싶어요! 저도 껴주세요!ㅎㅎ

 

비혼 여성활동가로 잘 살 수 있을까

10년 후엔 난 뭐하지 등등 막연하고 불안했었는데

'달리 도서관'은 나에게 꿈을 꿀 수 있게,

내 미래의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하게 해 주었다.

 

책과 놀이와 문화가 있는 곳.

꼭 같은 형태가 아니라해도

비혼 여성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공동체. 나도 그걸 만들면 될 것 같았다.

 

제주를 여행하는 여자라면 꼭 한 번 들려보시길. 

달리 언니들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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