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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0
    그녀는 야근 중.(14)
    나랑
  2. 2010/01/13
    지속가능한 상근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21)
    나랑

그녀는 야근 중.

지금 시간 9:47

민우회 사무실에는 4명의 활동가가 일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4명의 활동가는 1층 카페에서 소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총회 총괄자를 처음으로 맡아 몸이 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인 나팀장.

그녀는 올해 들어 자신의 이름이 너무 많이 불린다며 심란해 한 적이 있다.

요새 신경성 위염이 도져 고생 중이다.

일상의 사소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그녀의 발랄함이 다시 살아나기를.

 

밤 10시는 야근 축에도 못 끼게 만들어버린 싱팀장.

마치 의자와 하나가 되어버린 듯 우직하게 일하는 싱팀장.

그녀는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씻고 또 9시 반까지 출근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지친 기색 없는 그녀,

오직 터진 입술만이 그녀의 지난 밤 노동을 짐작하게 할 뿐.

그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하루 12시간 노동을 생활화하고 있는 나의 쁘렌 시P.

그녀는 며칠 전, 꿈에서 일을 하다가 생시에서 위경련을 일으켰다.

한 번 죽을 사 먹더니 죽에 중독되었는지 요새 매일 죽만 먹는다.

공들여 만든 동영상을 다시 만들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꼬.

참, 쫌 전에는 재택 야근을 하는 ㄲ가 시P에게 전화를 하여 하소연을 했더랬다.

 

생각해보면

노동현장에 있었을 때엔

지금보다 더 바빴다.

주야간 맞교대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활동을 했었고

파업을 하면 주간조, 야간조 가리지 않고 거의 24시간을 꼬박 지샌 적도 많았다.

주말에도 늘 회의였다.

 

그런데 난 왜

요즘 들어 새삼 바쁘다, 정신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이렇게 바빠도 별로 뿌듯하지 않냐 이 말이다.

바쁜 것 자체보다는

일의 성격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일까.

 

내가 변했을 수도 있다.

이제는 조직도 중요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것도 나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일의 성격도 참 다르긴 하다.

현장에 있을 땐 조합원을 만나는 일,

투쟁을 조직하는 일, 소모임 활동을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신생노조여서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가 만들기 나름이었고

또 투쟁을 안 하는 시기가 별로 없을 정도로 투쟁 중심이어서

일상활동에 수반되는 실무가 (상대적으로) 적기도 했을 것이다.

 

어째꺼나 저째꺼나

나는 노동운동을 그만두었고

이제는 민우회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

(사실 적응한 걸로 속단했었지...)

어쩌란 말이냐.

 

어떻게 살아야

충만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더 많아질 수 있을까.

 

-일터에서 가족 공동체를 바라지 말 것

-의도와 표현 사이의 간극을 조심할 것.

 상대는 내 의도를 전혀 모른다는 전제 하에 가장 효과적인 표현방법을 찾을 것.

-내가 가진 불만은 양날의 검이다.

불만이 긍정적으로 발전하면 더 민주적인 조직으로 가는 거고

불만이 부정적으로 발전하면 갈등은 커지고, 나는 투덜이 스머프로 고립.

-감정적인 반응과 위축, 양극단을 경계할 것.

 

긴 호흡으로,

지구력을 갖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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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상근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

내가 하고 있는 정보 업무에는

온, 오프 자료 정비 업무도 포함되어 있다.

작년 말, 2달에 걸쳐서 전 정보 활동가와 함께

민우회 열람실, 자료실 자료를 정리하였다.

 

뭐, 거의 노가다였지만

20년 전, 민우회가 만들어졌을 때

갱지에 타이핑해서 만들었던 자료들을 볼 때의 감격과

함께 작업했던 활동가와 가까워지는 재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정리 마지막 날에

버릴 자료 중에서 내가 볼 만한 것들을 추리는데

2002년 12월 상근자포럼에서 논의되었던 '지속가능한 상근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라는

A4 1장짜리 자료가 눈에 띄었다.

 

 

<지속가능한 상근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

1. 정시 출퇴근

 

2. 상근활동비의 현실화

 

3. 조직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구조 마련

 

4. 쾌적한 근무환경: 환기팬, 흡연실 이용, 사무기기의 교체

 

5. 운동가로서의 자기 점검 필수

 

6. 스스로 공부 열심히!

 

7.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의사소통의 문제)

 

8. 민우회 내의 순환근무: 전체 상근자 역량 키우는 구조, 운영방식 있어야

 

9. 생활 속에서의 차별 철폐: 직함이나 연령, 기미혼...

 

10. 안식년을 낮추자.

 

각 항목마다 구체적인 설명도 붙어있는데 생략;;

 

민우회에 갓 들어왔을 때

좋았던 건

10번.

재충전을 위한 휴가제도가  정착되어 있다는 것(3년차 되면 얼마간 휴가, 5년차 되면 얼마간 휴가 등),

그리고 8번.

순환근무를 통해서 한 사람이 한 업무만 장기간 맡음으로써 생기게 되는 문제들

-개인의 소진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공백이 그 '일'의 공백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  

민우회의 오랜 역사 속에서

거듭된 논의와 고민의 결과물일테지.

 

 

하지만 나는 요새

1번. 정시 출퇴근과

6번. 스스로 공부 열심히! 가 절실하다.

 

정시 출퇴근에서

출근보다는 퇴근을 쫌 정시에 하고 싶다.

총회를 앞두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1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욕심이 생기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또 잘하고 싶고 하니까

가진 역량 이상의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걸 다 하려고 하다보니

야근을 밥먹듯이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사업을 줄이자니 포기가 안 되고,

사람을 뽑자고 요구하자니 재정이 맘에 걸리고, 딜레마다.

 

주40시간 노동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1년동안 30권의 책을 읽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정녕 태백산맥 10권과 토지 20권으로 퉁쳐야 하는 것인가... 우어어~~~

 

12월까지만 해도

아침엔 출근하는 게 즐겁고

저녁엔 퇴근하는 게 뿌듯했는데

요샌

야근을 하고 늦게 집으로 돌아갈 때 별로 행복하지가 않다.

사무실에 아직 남아있는 다른 활동가들도 맘에 걸리고

이러다가 빨리 소진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고

암튼 싱숭생숭하다.

 

무엇보다도

여유가 있을 땐

동료 활동가들과 재잘재잘 수다도 떨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고민과 감정들을 교류했는데

다들 일에 치이다보니 

"내 고민 들어줘!" 말하기도 대략 난감;;

그러면서 서로 멀어지는 느낌.

 

대안을 말하면서도

정작 내 삶, 내 생활은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것은

활동을 하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 것일까.

 

 싱숭생숭한 고민을

 어떻게 생산적인 고민으로 전환시켜낼까, 문제로다.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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