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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상근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

내가 하고 있는 정보 업무에는

온, 오프 자료 정비 업무도 포함되어 있다.

작년 말, 2달에 걸쳐서 전 정보 활동가와 함께

민우회 열람실, 자료실 자료를 정리하였다.

 

뭐, 거의 노가다였지만

20년 전, 민우회가 만들어졌을 때

갱지에 타이핑해서 만들었던 자료들을 볼 때의 감격과

함께 작업했던 활동가와 가까워지는 재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정리 마지막 날에

버릴 자료 중에서 내가 볼 만한 것들을 추리는데

2002년 12월 상근자포럼에서 논의되었던 '지속가능한 상근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라는

A4 1장짜리 자료가 눈에 띄었다.

 

 

<지속가능한 상근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

1. 정시 출퇴근

 

2. 상근활동비의 현실화

 

3. 조직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구조 마련

 

4. 쾌적한 근무환경: 환기팬, 흡연실 이용, 사무기기의 교체

 

5. 운동가로서의 자기 점검 필수

 

6. 스스로 공부 열심히!

 

7.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의사소통의 문제)

 

8. 민우회 내의 순환근무: 전체 상근자 역량 키우는 구조, 운영방식 있어야

 

9. 생활 속에서의 차별 철폐: 직함이나 연령, 기미혼...

 

10. 안식년을 낮추자.

 

각 항목마다 구체적인 설명도 붙어있는데 생략;;

 

민우회에 갓 들어왔을 때

좋았던 건

10번.

재충전을 위한 휴가제도가  정착되어 있다는 것(3년차 되면 얼마간 휴가, 5년차 되면 얼마간 휴가 등),

그리고 8번.

순환근무를 통해서 한 사람이 한 업무만 장기간 맡음으로써 생기게 되는 문제들

-개인의 소진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공백이 그 '일'의 공백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  

민우회의 오랜 역사 속에서

거듭된 논의와 고민의 결과물일테지.

 

 

하지만 나는 요새

1번. 정시 출퇴근과

6번. 스스로 공부 열심히! 가 절실하다.

 

정시 출퇴근에서

출근보다는 퇴근을 쫌 정시에 하고 싶다.

총회를 앞두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1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욕심이 생기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또 잘하고 싶고 하니까

가진 역량 이상의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걸 다 하려고 하다보니

야근을 밥먹듯이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사업을 줄이자니 포기가 안 되고,

사람을 뽑자고 요구하자니 재정이 맘에 걸리고, 딜레마다.

 

주40시간 노동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1년동안 30권의 책을 읽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정녕 태백산맥 10권과 토지 20권으로 퉁쳐야 하는 것인가... 우어어~~~

 

12월까지만 해도

아침엔 출근하는 게 즐겁고

저녁엔 퇴근하는 게 뿌듯했는데

요샌

야근을 하고 늦게 집으로 돌아갈 때 별로 행복하지가 않다.

사무실에 아직 남아있는 다른 활동가들도 맘에 걸리고

이러다가 빨리 소진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고

암튼 싱숭생숭하다.

 

무엇보다도

여유가 있을 땐

동료 활동가들과 재잘재잘 수다도 떨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고민과 감정들을 교류했는데

다들 일에 치이다보니 

"내 고민 들어줘!" 말하기도 대략 난감;;

그러면서 서로 멀어지는 느낌.

 

대안을 말하면서도

정작 내 삶, 내 생활은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것은

활동을 하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 것일까.

 

 싱숭생숭한 고민을

 어떻게 생산적인 고민으로 전환시켜낼까, 문제로다.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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