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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마음은 쉬이 식질 않는다.
아무 번뇌없이, 마음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랑,
범람했던 강물이 천천히 제 수위를 회복해 가듯
천천히 마음을 거두어 올 것.
너무 애쓰지 말 것.
... 이라고 또 空선언을 남발해 보지만
특별한 친밀함에 대한 욕구는 쉽게 포기나 절제가 안 된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건.
4년의 시간에
34년의 세월이 담겨있는데,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우린 함께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칼에 잘라낼 수 있었는지.
연인으로서의 인연을 끝낸다고
왜 뼛속깊이 절친했던 친구로서의 관계까지 잃어야 하는지.
변해버린 내 마음이 폭력적인가? 그게 나의 잘못인가?
그렇게 이별을 선언하고 관계를 절단해 버린 네가 더 폭력적인 건 아닌지... 가서 따지고 싶다.
나는 너에게서 애인을 빼앗고
너는 나에게서 친구를 빼앗았으니 이건 쌤쌤인가.
주변에서는 결과적으로 내가 찬 것이라고
마치 배부른 소리 한다는 듯 얘기하니
그러면 차는 사람의 상실감과 슬픔은 어디가서 토로해야 하나.
차고 차이는 이분법,
연인 관계가 끝나면 아무 것도 되지 못하는 이분법,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는 그런 자본주의적인 사랑의 코드가 싫다.
차는 사람은 이긴 거고 안 힘들고 좋은 이별이고
차이는 사람은 망가지고 개같은 이별인 건 아닌데.
'실연' -인연을 잃었다는 건
차는 사람에게나 차이는 사람에게나 치명적인 아픔인데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이별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숙할 것이냐인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욕구를 가진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과
나를 지극히 사랑해 준 사람으로 인해
앞으로 더 잘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발전이지만,
그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았을 때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와
나 역시 단 '한 사람'의 지극한 사랑을 원하고 또 원한다는 점은
여전히 내가 풀지 못한 숙제다.
모든 건 변한다는, 그리고 내 맘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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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독꼬독 고독을 씹는 나랑,
연인관계가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게
어떻게 왜 자본주의적 사랑 코드야? (궁금해)
이별은 누가 차고 차이는 그 순간 그 시점이 아니라
이별 전 혹은 사랑 시작 때부터 연속선으로 이어진 어느 자락인 듯 해.
과정이라는 것, 과정 속에서 기쁘고 슬프고
때론 화나고 하는 것처럼 이별의 감정도 같은 게 아닐까.
아님... 말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