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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산책이라고 함은

정해진 목적 없이

얽매인데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가는 것

 

누굴 만난다든지

어딜 들른다든지

별렀던 일 없이 줄을 끌러놓고 가야만 하는 것

 

- 가을방학, <속아도 꿈결>

 

산님, 산하와 여유로운 토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획했던 일들을 하고 밥을 먹고 서로 토닥이며 낮잠도 자고 하며 지내다가,

오후 수유를 마치고, 하도 앉아 있어서 그런지 저는 배가 아파 거실을 거닐어볼까 합니다.

그런데.

"밖에 잠깐 나갔다 와~" 산님이 얘기하네요.

"어떻게 그래~~ 애기 깨면 어쩔려구." 난 우선 안된다고 해봅니다.

"괜찮아, 충분히 먹였다며~" 산님이 다시 찌릅니다.

"그럼,,, 나 나가두 돼? 나가다가 전화오는 거 아니야?" 좋아서 얘기해봅니다.

"가서 산책 좀 하고 와. 거실 걷는 것보다 훨씬 낫지"

"그럼...다음 수유 타임까지만 다녀올게요 (푸히히히)" 후다닥 옷을 꽁꽁 싸매고 나섭니다.

 

집 앞에 있는 자그마한 체육공원에 갈까 하다가

임신하고 잘 가던, 조금 더 먼, 아니 더 더 먼 공원까지 가볼까 합니다.

 

엘레베이터를 누르고 밖을 보니

톡 톡 톡 이쪽 저쪽으로 몸을 돌리며 배드민턴 치고 있는 남매가 보입니다.

배드민턴. 그래, 나도 나중에 날씨 좋으면 배드민턴을 쳐야지.

 

밖에 햇살이 쏟아집니다.

3이라는 숫자는 봄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데, 오늘은 3월 3일,

그리고 지금은 오후 3시 30분.

어느새 삼삼한 날씨의 봄이 왔네요.

 

공원까지 걷습니다. 지난 20여일 사이에 내 눈은 달라졌습니다.

아이들, 아저씨, 아줌마, 연인들, 할아버지, 할머니. 참 달라보입니다.

공원에 들어서니 아이들과 놀러온 가족들이 많네요.

텐트도 치고 앉아 있는 가족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 붙잡아 주는 부모님, 공 차는 꼬마들.

우리 산하는 언제 저렇게 클까요. 저만큼 크면 어떤 얼굴과 목소리를 가질까?

또... 저렇게 입히고 먹이고 이것 저것 사달라는 것 사주고 하며 키워낸 부모님들.. 대단해보입니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기분좋은 걸음.

하지만 조금씩 빨라집니다.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산님이 전화하네요.

 

"어디야?"

"엘레베이터 타려구요. 애기 울어요?"

"응~  얼른 와."

 

혼자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고생하고 있을 산님.

그리고 배고파 우는 산하.

 

다시 돌아와 산하를 안아 젖을 먹이니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겨우 한 시간 남짓이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소중한 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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