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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2/03/14
    졸업 / 건강식
    어머니
  2. 2012/03/07
    예민
    어머니
  3. 2012/03/03
    산책
    어머니
  4. 2012/02/25
    내 이름은 산하
    어머니
  5. 2012/02/20
    의지, 믿음. 칭찬
    어머니
  6. 2012/02/19
    우리를 닮았습니다
    어머니
  7. 2012/02/17
    태어나다, 낳다.(4)
    어머니
  8. 2012/02/04
    출산준비 2탄 / 소개
    어머니
  9. 2012/01/31
    고마움(2)
    어머니
  10. 2012/01/30
    생일연(2)
    어머니

졸업 / 건강식

1. 졸업

우리 산하가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옷인) 배넷저고리와 속싸개를 졸업했습니다.

이제 제법 어른(!)인양 단추달린 내복 윗도리와 바지를 입게 되었습니다.

바지 입힌 첫 날 기저귀와의 조우가 왠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새 바지를 두 벌이나 버렸습니다.ㅜㅜ

왜 그런가 고민한 끝에, 기저귀 2단계(4kg~8kg)로 갈아 탈 시기가 온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산하는 내복 상하의와 2단계 기저귀를 착용합니다.

나는 감격해서 산님에게 "우리 산하는 언제 팬티를 입게 될까?" 했는데 산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입니다;

그나저나 천기저귀는 언제 시작하게 될까요?

천기저귀가 너무 두꺼워서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꼭 예전 웃찾사에 나오는 '길용이바지' 같이 되어서 외할머니가 보시고는 극구 반대하십니다.ㅜㅜ

 

2. 건강식

산모도우미님이 오시고 오히려 입맛을 버려놨습니다.

너무 '고급' 입맛이 된 것이지요. 전엔 계란후라이면 뚝딱해치우던 밥상이 건강식이 아니면 밥맛이 없습니다.

산모식에 푹푹 끓인 미역국은 필수요, 산모반찬으로 나물 3총사가 있습니다. 시금치, 콩나물, 무나물.

거기에 달달한 멸치볶음까지. 모두 젖양, 단백질, 칼슘 등을 위해 냉장고에서 늘 대기중이었습니다.

산모도우미님이 가시고 반찬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산님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밥상입니다. 소박해보여도 너무 맛있어서 무척 행복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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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

엄마가 되고 가장 힘든 것이 엄마의 건강과 아기의 울음소리입니다.

 

1. 엄마의 건강

한동안 몸이 아파서 참 많이 고생했습니다.

산모도우미님까지 오셔서 나물 위주의 건강식으로 호강하며 잘 먹는데

절대적으로 앉아만 있는 수유시간이 길다보니 변비가 생겼고

아기가 울고 보챌 때 제 때 변을 못 보니 치질 초기까지 온 것 같아요.

눈물이 뚝뚝 나고 어떤 자세로도 가만히 있질 못해서 결국 병원에서 진통제니 약처방을 받고

고구마, 푸룬주스, 양배추, 유산균음료, 사과, 키위, 귤 등을 날마다 챙겨먹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ㅜㅜ

앉지를 못하니 산님이 산하를 들고 서 있으면 제가 가까이 서서 수유하는

이른바 '부모함께수유자세'까지 해보게 되었어요.

둘이 끙끙대며 산하를 사이에 안고 방 한가운데 한참 서 있기란! ..ㅜㅜ

 

2. 아기 울음소리

산하의 울음소리는 참 우렁찹니다.

울음소리 양상이 몇 가지가 있는데, 엄마인 저는 아직 파악을 못했습니다.

아나운서처럼 정확한 발음으로 '응애, 응애' 하는 것이 있고,

'아앙~~~~~' 하는 것이 있고

'~!@#$%^&*' 이런 알 수 없는 울음소리도 있는데,

어떤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서 우리 둘은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울음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찌릿찌릿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데,

특히 자지러지며 보채는 울음소리에 제가 엄청 '예민' 해집니다.

그래서 어젯밤에도 산님한테 막 짜증을 '지대로' 냈는데, 진짜 진짜 미안했지요.

산하에게도 지치고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미안하고.

 

울음은 곧(곧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그치게 되어있고,

부모는 울음을 그칠 때까지 잘 기다려주는 사람이어야 겠습니다.

지금은 울음이 곧 아이의 참 언어니까요.

 

집 앞 성당에 있는

"미사 중 아기가 울어도 참아주세요.

 아기의 울음소리는 천상의 소리입니다." 라는 글귀가 떠오릅니다.

 

"산하가 울어도 참아주세요.

 산하의 울음소리는 산하가 하고 있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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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산책이라고 함은

정해진 목적 없이

얽매인데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가는 것

 

누굴 만난다든지

어딜 들른다든지

별렀던 일 없이 줄을 끌러놓고 가야만 하는 것

 

- 가을방학, <속아도 꿈결>

 

산님, 산하와 여유로운 토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획했던 일들을 하고 밥을 먹고 서로 토닥이며 낮잠도 자고 하며 지내다가,

오후 수유를 마치고, 하도 앉아 있어서 그런지 저는 배가 아파 거실을 거닐어볼까 합니다.

그런데.

"밖에 잠깐 나갔다 와~" 산님이 얘기하네요.

"어떻게 그래~~ 애기 깨면 어쩔려구." 난 우선 안된다고 해봅니다.

"괜찮아, 충분히 먹였다며~" 산님이 다시 찌릅니다.

"그럼,,, 나 나가두 돼? 나가다가 전화오는 거 아니야?" 좋아서 얘기해봅니다.

"가서 산책 좀 하고 와. 거실 걷는 것보다 훨씬 낫지"

"그럼...다음 수유 타임까지만 다녀올게요 (푸히히히)" 후다닥 옷을 꽁꽁 싸매고 나섭니다.

 

집 앞에 있는 자그마한 체육공원에 갈까 하다가

임신하고 잘 가던, 조금 더 먼, 아니 더 더 먼 공원까지 가볼까 합니다.

 

엘레베이터를 누르고 밖을 보니

톡 톡 톡 이쪽 저쪽으로 몸을 돌리며 배드민턴 치고 있는 남매가 보입니다.

배드민턴. 그래, 나도 나중에 날씨 좋으면 배드민턴을 쳐야지.

 

밖에 햇살이 쏟아집니다.

3이라는 숫자는 봄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데, 오늘은 3월 3일,

그리고 지금은 오후 3시 30분.

어느새 삼삼한 날씨의 봄이 왔네요.

 

공원까지 걷습니다. 지난 20여일 사이에 내 눈은 달라졌습니다.

아이들, 아저씨, 아줌마, 연인들, 할아버지, 할머니. 참 달라보입니다.

공원에 들어서니 아이들과 놀러온 가족들이 많네요.

텐트도 치고 앉아 있는 가족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 붙잡아 주는 부모님, 공 차는 꼬마들.

우리 산하는 언제 저렇게 클까요. 저만큼 크면 어떤 얼굴과 목소리를 가질까?

또... 저렇게 입히고 먹이고 이것 저것 사달라는 것 사주고 하며 키워낸 부모님들.. 대단해보입니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기분좋은 걸음.

하지만 조금씩 빨라집니다.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산님이 전화하네요.

 

"어디야?"

"엘레베이터 타려구요. 애기 울어요?"

"응~  얼른 와."

 

혼자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고생하고 있을 산님.

그리고 배고파 우는 산하.

 

다시 돌아와 산하를 안아 젖을 먹이니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겨우 한 시간 남짓이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소중한 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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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산하

여기는 우리집입니다. 오늘은 집에 온지 나흘째됩니다.

병실에서 조리원으로 그리고 드디어 실전을 행할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열흘동안 집과 병원, 사무실을 오가며 쪽잠을 자고 부실히 먹던 산님에게 미안합니다.

산님에게 미안하고 나도 내내 불편했던 병원을 드디어 나오는데도

두려움에 두근두근 떨립니다. 아니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합니다.

배넷저고리도 맬 줄 모르고 아기 안는 것도 어설픈 초보 아빠 엄마만 사는 집에 아기는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낮에는 산후관리사님이 오셔서 맛있는 집밥을 해주십니다.

아기 어르는 법, 수유하는 법, 목욕하는 법, 살림하는 법까지 그리고 명랑한 지지와 즐거운 경험담을 풀어주십니다.

좋아요. 그런데 저녁에는 퇴근하시니 그 때부터 문젭니다.

 

첫날밤,

신혼 첫날밤의 억만배 정도 떨립니다.

아기와의 첫날밤. 젖병꼭지 때문에 유두혼동을 걱정하면서도 아기가 우니까 그만 분유를 먹이고 푹 재웁니다.

둘째날 밤,

다시 유두혼동을 겪는 아기를 보며 기필코 엄마젖만 먹이리라 다짐합니다.

그런데 모유만 먹이니 배가 고파 한 시간마다 깹니다. 결국 새벽 늦게 넉다운 되었습니다.

지친 마음, 아기에게 오롯이 전달되는지 아기도 더욱 보채지요.

셋째날 밤,

엄마 곁에서는 더욱 잘 잔다는 말에 아기침대에서 내려 우리 곁에서 재웁니다.

아기가 뒤척이면 바로 손 토닥토닥을 해줍니다.

깨려다 다시 잠듭니다. 그래서 두시간마다 깨는 쾌거를 얻었습니다. 기쁩니다.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했지만 볍씨에게 고맙습니다.

 

오늘은 집에서 첫 주말입니다.

목포아버님, 어머님이 다녀가셨습니다. 그동안 고민했던 아기 이름을 확정하여 말씀드립니다.

음은 내가 짓고 뜻은 산님이 지었습니다.

산처럼 높은 마음, 강물처럼 겸손한 마음을 지니라는 뜻에 '산하'

아직 보름밖에 안 된 우리 볍씨처럼 모두에게 낯선 이름입니다.

아빠 엄마 입에도 아직 볍씨가 익어 '볍씨야' 부터 나옵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조용히 불러봅니다.

'산하야'

 

많은 사람들에게 기쁘게 불리우는 이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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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믿음. 칭찬

나는 지금 조리원에 있습니다.

나의 일상은 유축(젖짜기) - 수유(젖먹이기, 일명"직접수유") -유축-수유-유축-수유...

유축을 하는 까닭은 1. 젖양을 늘리기 위해 와 2. 새벽 먹을 거리 장만해놓기, 이 두 가지에 있습니다.

유축하고 있거나 유축하고 나면 전화가 옵니다.

"수유하세요~"

"네~" 하고 달려가 아가를 받아오면 그 때부터 정신이 없습니다.

우선 오른쪽 가슴과 왼쪽 가슴 중에 어느 쪽을 먼저할지 결정합니다.

오른쪽이 더 잘 되는 편이라 울고 있으면 오른쪽으로 합니다. 왼쪽은 울지 않을 때 하지요.

결정이 되었으면 수유쿠션을 놓고 속싸개로 높이조정, 흘릴 때 닦을 가제수건 1개,

윗도리 앞섶을 풀고 준비 완료입니다.

이렇게 준비하는 동안 누가 아기를 안고 토닥토닥 하고 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옆에 내려 놓고 하려니 벌써 자지러지게 웁니다.

안 울어서 왼쪽으로 하려다가 너무 우니까 다시 수유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꿉니다.

가슴 안에 반짝 안아 등을 토닥이며 달래다가

다시 젖을 물려주는데 이미 화가 날 때로 나서 콸콸콸 나오는 젖병꼭지가 아니면 성에 안 찹니다.

직접 수유 준비한 것을 뒤로 하고 유축한 모유가 담겨있는 젖병을 물립니다.

쪽쪽 잘 빠는 우리 아가............ 지금까지의 과정이 힘들고 안타깝지만, 먹는 모습은 이쁘네요.

엄마젖도 잘 물어주면 좋을텐데 아직 젖모양이 아가 입엔 크고 꼭 맞지 않아 잘 빠지니

정말 온 힘을 다해 얼굴 빨개지도록 최선을 다해 잠깐이라도 빨아주는 그 모습만으로도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한 바탕 씨름을 하고, 밥맛이 별로 없는데, 이런 나를 위해 산님이 명언을 던지고 가셨습니다.

"볍씨에게 지면 안돼! 최선을 다해 먹으려는 볍씨의 의욕보다 먹이려는 엄마의 의지가 더 강해야 해!"

이 말에, 미역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 우리가 보기에 우리 볍씨는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칭찬해주면 열심히 합니다.

칭찬하는 내 마음도 잘 하리라는 믿음을 전제로 하니 더욱 그렇겠죠.

 

집에 가면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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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닮았습니다

아기가 태어나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누구 닮았어?" 입니다.

우리 부부도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누구 닮았을까 늘 궁금해했는데,

막상 보니, 부모 중 누구를 더 닮았다고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골고루 닮았어요." 하고 말하면 상대방이 듣기 참 싱거운 말이 돼버립니다.

그래도 그 말이 가장 맞겠지요. 우리를 골고루 닮았습니다.

 

사실 저는 "닮았다" 는 말에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닮았다" 는 말을 꾸중처럼 자주 듣고 자랐습니다.

뭔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꼭 지 애비다." 하고 혼이 나곤 해 그 말이 정말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산님께도 우리의 좋은점을 닮은 것만 이야기하기로 하자 했는데, 그게 진짜 어렵습니다.

그래도 좋은 점을 보는 눈을 통해 칭찬하는 말 한 마디에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을 모두 훌륭하게 높일 수 있으니

닮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으면 꼭 좋은점만 골라 말하기로 다짐합니다.

 

볍씨는 아주 잘 지내주고 있습니다.

어제는 백부장님과 금희언니가 6개월차 민종이를 안고 와서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어머니와 아기는 서로 잘 적응하게 되어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토닥여주시고 가셨습니다.

 

저도 며칠 전 젖몸살 비슷하게 겪으면서

매사 조급하게 일희일비 하지 말 것을, 모든 게 다 때가 있고, 시간이 필요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엉엉 울면서 다시는 이렇게 엉엉 우는 엄마는 절대 하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정말 '어머니'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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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다, 낳다.

2012.02.11.(토).오후5:31

볍씨, 세상을 바꾸다.

'태어나다' 는 말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볍씨는 자신이 사는 세상을 바꾸려고 1년남짓 아주 작은 점에서 아기로 성장했어요.

아직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없어 전신에 "안간힘"과 "몸부림"을 다해

자신의 세상인 태반을 뚫고 나와

모두 함께 사는 세상에 첫 숨을 내쉬었습니다.

 

우리, 세상이 바뀌다.

볍씨가 태어난지 7일째 되는 날입니다.

지난 일주일, 우리는 사는 곳도, 생각하는 것도, 하루 일과도 아주 달라졌습니다.

오로지 볍씨 생각뿐입니다.

우리는 여기 병원과 조리원에서 볍씨아버지/어머니로 살고 있습니다.

볍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한지붕 세식구가 됩니다.

 

 

잊지 않기 위해 자세히 쓰기

2012.02.11.(토).오전8:30

아침 9시에 병원에서 정기검진이 있습니다.

병원에 갔다가 진선샘이 만들어준 소창가제수건을 수진언니에게 줄 예정입니다.

그 후 장간사님-소연언니 결혼식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다녀와서 친구 영은이 생일저녁식사에 갈 예정으로 정말 약속이 많은 바쁜 하루였죠.

아침 8시쯤부터 산님이 소창가제수건을 다렸고 저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습니다.

8시 30분쯤 이제 산님이 씻고 제가 남은 다림질을 하며 다리미를 정리하는 순간,

양수가 터졌습니다. 허리를 구부릴 때 아랫배에서 뭔가 팍 하는 느낌이 나고,

따뜻한 물이 아래로 흘렀습니다.

“산!! 아아악~~양수에요.”화장실에 앉으니 양수가 정말 많이 나왔습니다.

머리를 감고 있던 산님도 당황했습니다.

그 전 날 이슬이 비춰서 밤새 출산가방을 싸보긴 했는데, 바로 다음날이 될 줄이야.

마침 병원 가는 길이었으므로 아래 옷만 갈아입고 병원으로 갑니다.

가면서 얼마 전 둘째 낳은 수진언니와의 통화, 아, 많은 위로가 됩니다.

병원에 도착하자 지난 주에 들었던 분만 강의대로 40~50분은 산모만 혼자 남아 이런 저런 준비를 합니다. 분만 강의에서 들었지만 무섭고 얼떨떨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간호사들이 시키는대로 할 뿐이죠.

산님이 목포어머니께 전화드렸다고 합니다.

“또 전화하지 말고 애 낳으면 전화해라. (어머님도 조급해하시지 않고 기다리시겠다는 말씀이십니다.)

잘 타협해서 수술해야 하면 수술해라. (양수 먼저 터지면 힘들다고 산모 힘들면 수술하라는 말씀이십니다.)

간단하지만 뜻있는 목포어머님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됩니다. 저를 믿고 계시겠죠.

전날부터 진통이 있긴 했는데, 양수가 터지면 감염위험이 있어 24시간 내에 빨리 분만해야 하니 촉진제를 맞습니다. 촉진제 때문인지 진통이 점점 강하고 간격이 짧아집니다.

산님의 손을 맞잡고 비틀고 쥐고 짜고 해봅니다. 산님은 손으로 진통하고 계십니다.

자궁문이 4-5 cm 쯤 열리고 그 유명한 무통주사를 맞습니다.

나도 무통천국을 경험하게 되는 걸까?

그런데 잠시…정말 무지막지한 배변욕구 같은 것이 몰려옵니다.

근데 힘을 주면 안된데요. 무통으로 몸을 이완시키는 동안 아기가 내려오라고 무통을 맞는 건데,

진통과는 또다른 산고입니다. 힘을 줄 수 밖에 없는 중력방향으로 쏟아져나오는 엄청난 힘.

그 힘에 못 이겨 산님의 몸을 쥐어 짭니다. 산님은 정신 못차리는 저와 함께 분만호흡을 엄하게 해줍니다. 저는 그만 참지 못하고 울음도 터뜨리고 (지르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던) 소리도 지릅니다.

그렇게 8시간을 보내고 담당과장님과 함께 초음파를 봤습니다.

그런데 아기의 얼굴 방향이 산모의 꼬리뼈를 향해야 하는데, 배꼽쪽을 향하고 있어서

돌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힘을 안 줘야 하는데, 힘을 계속 주니 아기가 잘 돌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고통 속에서 내 자신이 더욱 또렷하게 보입니다.

자연분만하길 원했는데, 지금까지 잘 참아주었는데, 본능적으로 수술로 결심합니다.

후회 안 할 것 같았고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그 순간은 수술로 결정할 것입니다.

오랜 산고 끝에 자연분만 한 우리 어머니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볍씨가 태어났습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3.26kg 건강하고 예쁜 딸로 태어났습니다. 머리숱이 남달리 까맣고 많아 모두를 놀라게 하고 하루 하루 부쩍부쩍 자라고 있는 이제 7일차 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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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준비 2탄 / 소개

1. 출산준비 2탄은 '물려받기' 입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 서너살 된 딸을 키우고 계신 산님의 후배님께 이런 저런 물건을 많이 얻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공간에 이렇게 저렇게 연구 끝에 배치하고 정리하고.

 아직 안 써봐서 어떤 게 필요하고 안 필요할지 몰라도 한 짐 싣고 와서 정리하고 나니 든든하네요.

 아기가 누울 자리와 아기장롱을 마련하느라 그동안 썼던 화장대와 책상을 누구 주기로 했습니다.

 화장대와 책상 대신 쓸 작은 거실장을 재활용센터에서 싸게 샀습니다. 뿌듯하네요.

 아기가 걸을 때까지는 자동차가 있으면 편하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차 없이 지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차를 탈 경우에는 카시트가 반드시 필수. 그러나 아직 카시트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열심히 구해봐야 겠습니다.

 

2. 좋은 블로그 소개 

 http://latro.egloos.com/

 http://pedioh.com/

소아과의사선생님의 블로그입니다. 아기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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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http://blog.naver.com/138100/140150836467 (산님의 글)

 

아주 아주 평화로웠던 토요일 아침, 저는 약간의 무료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평소 청소도 거의 하지 않는데, 기분 전환 겸 색다른(?) 청소를 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날은 몸에 기운이 없는데다가 조심성까지 없어서.

 

일요일, 성당에서 평화를 빕니다. 하는 인사에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평범해보여도 아주 소중한 평화.

 

월요일,  대학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고 기운이 나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안전하게 조심조심 지내야겠습니다.

볍씨에게 산님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행복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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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연

결혼하고 첫 생일입니다.

볍씨와 한 몸으로 맞는 단 한 번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명절 다음날이라 생일 감흥이 덜 합니다.

그래도 시댁에서는 좋은 미역을 보내주셨습니다.

산님이 생일 전날밤 미역과 고기를 물에 담가놓습니다.

연애시절에는 아침 일찍 전화로 주고 받던 생일 축하 인사도,

눈 뜨기도 전에 직접 손나팔을 통해 라이브로 듣습니다.

참기름에 달달 볶은 미역에 굵은 쇠고기가 가득한

막 끓여준 미역국을 달게 후루룩 먹습니다.

 

아, 내 생일입니다.

 

산님은 볍씨에게 "볍씨야, 어머니 생일 축하해드려. 어머니가 없었으면 너도 이 세상에 없었지."

이 말에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딸내미의 생일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엄청난 산고를 이겨낸 날이기도 합니다.

생일 = 모든 어머니의 출산일, 이제야 아주 조금 압니다.

출산 하고나면 뼈에 새기도록 느끼겠죠.

 

산님께 부탁드린 생일 선물은 '연' 입니다.

요즘 문방구에는 연이 없다고 해서 큰 문구점에서 직접 연을 사와

열심히 만들어주십니다.

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시지만,

그저 고맙습니다.

 

볍씨도 나중에 연을 좋아하겠지.

얇은 종이와 가는 대나무살, 한 줄기 실에 매달려

겨울 찬 바람을 맞아가며 높이 나르는 연처럼,

겨울 바람 속에 태어나는 우리 볍씨가,

많은 이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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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생일연을 만드시는 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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