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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연

결혼하고 첫 생일입니다.

볍씨와 한 몸으로 맞는 단 한 번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명절 다음날이라 생일 감흥이 덜 합니다.

그래도 시댁에서는 좋은 미역을 보내주셨습니다.

산님이 생일 전날밤 미역과 고기를 물에 담가놓습니다.

연애시절에는 아침 일찍 전화로 주고 받던 생일 축하 인사도,

눈 뜨기도 전에 직접 손나팔을 통해 라이브로 듣습니다.

참기름에 달달 볶은 미역에 굵은 쇠고기가 가득한

막 끓여준 미역국을 달게 후루룩 먹습니다.

 

아, 내 생일입니다.

 

산님은 볍씨에게 "볍씨야, 어머니 생일 축하해드려. 어머니가 없었으면 너도 이 세상에 없었지."

이 말에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딸내미의 생일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엄청난 산고를 이겨낸 날이기도 합니다.

생일 = 모든 어머니의 출산일, 이제야 아주 조금 압니다.

출산 하고나면 뼈에 새기도록 느끼겠죠.

 

산님께 부탁드린 생일 선물은 '연' 입니다.

요즘 문방구에는 연이 없다고 해서 큰 문구점에서 직접 연을 사와

열심히 만들어주십니다.

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시지만,

그저 고맙습니다.

 

볍씨도 나중에 연을 좋아하겠지.

얇은 종이와 가는 대나무살, 한 줄기 실에 매달려

겨울 찬 바람을 맞아가며 높이 나르는 연처럼,

겨울 바람 속에 태어나는 우리 볍씨가,

많은 이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열심히 생일연을 만드시는 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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