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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벼락치기로 운동을 합니다.

공원을 걷고 있는데 어떤 분이 칭찬해주십니다.

"아주 잘 도네~ 몇 개월이야?"

"네, 이제 막달이에요."

"어이구 막달인데 운동도 하고 이쁘네."

칭찬에 괜히 으쓱합니다.

팔을 휘젓고 빠른 걸음으로 휙휙 걷습니다.

 

한 시간 남짓 걸었나요. 집에 들어와 또 못 참고 낮잠 한숨 잡니다.

자고 일어나니 산님이 전화하십니다.

"운동 또 안해? 하루에 두 시간은 해야 하는데. 

아까 한 시간 했지? (예리합니다.)"

"으응 해야지~"

"잔소리 하지 말까?"

"(조금 야속하다는 목소리로) 산, 하고 싶은대로 해야지요."

"그래도 지혜 마음이 중요하지."

산님의 세심한 눈치보기(?), 배려 말투가 귀찮은 마음을 누그러뜨립니다.

그래, 나를 위해서인데!!! 일어나 밖에 나갑니다.

 

아, 날씨 좋네요.

 

나오니까 좋습니다. 막상 하면 좋은 일이 많은데, 하기까지 밍기적거리는 일이 100개 중에 99.5개죠.

 

오늘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 가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중학생 시절엔 우리집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다니던 길, 기억을 더듬어 갑니다. 날마다 같이 다녔던 친구와 만나던 장소도 지나갑니다.

그 뒤로 기억이 가물가물 하던 차,

마침 신입생 소집일이라 쏟아져나오는 6학년 아이들을 거꾸로 추적해갑니다.

그 아이들을 보니 내 중딩시절이 떠오릅니다.

이제 중학생이 절대 아닌 걸 무척. 매우. 많이. 정말. 실감하고 있지만,

세월 참 빠르고, 우리 볍씨 중학교 간다고 할 날도 빨리 오겠구나 싶습니다.

 

저녁에,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와 '아주머니, 길 좀 물을게요.' 라며 어디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아줌마는 가끔 듣곤 했는데, 아주머니는 처음입니다.

조금 충격입니다.

이제 아주머니인 것을 내 배를 보며 무척. 매우. 많이. 정말. 실감해야 하지만,

박지성이 나오는 라디오 광고처럼 나도 '학생~' 이라고 불리고 싶긴 합니다.

볍씨 중학교 입학 생각하던 몇 시간 전과는 딴 판이지요.

 

이제 아주머니라는 호칭도 익숙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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