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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보고 19


 

어제 오후 병원에 같다 오면서,

자꾸 110동 어느 구석으로 갈려고 하길레,

'아빠 너무 힘들어,, 갈려면 너 혼자 가!!'

라며 가온이 한테 대들었습니다.

가온이는 내 손을 잡고 끌면서

'꼬치, 꼬치, 꼬치... 앙~'

울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아기 우는거에는 이골이 난지라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고..

'뭐라고? 뭔 말인지 모르겠다. 갈려면 너 혼자가~'

라며 우겼죠.

 

그러자 위 사진의 포즈를 취하며 땅거미 지는 거리에

비명 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참아야 하느니라..'

무던한 척, 핸드폰을 꺼내 위의 사진 한방을 찍고... --;

 

가온이는 씩씩 거리더니 정말 뚜벅, 뚜벅

혼자 어두워지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차라도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다가.

가온탄생 이후, 둘이 있으면서 가장 먼 거리로 떨어지려 하자...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후다닥 달려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 봤습니다.

 

근데, 가온이가 천천히 아파트 구석을 돌아가자

자그마한 텃밭이 나왔습니다.

아까 이야기 했던 꼬치는 그러니까 고추였던거 같았죠.

가온이는 (언제쯤일까?)만들어 놓은 추억을 꺼내며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지었고, 고추가 없음을 확인하자.

'꼬치 어디갔어요?

라며 무심한 아빠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 순간,

참내..

가온이랑 있을땐, 가온이 중심으로 세상을 보겠다고 다짐했던 

속마음이 쪽팔려 오기 시작했죠.

 

아이가 크면 클수록 던져주는 감동의 양은 적지만,

그 깊이는 점점 허술한 나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미안하다. 가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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