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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위원들의 21일 최종결정을 앞두고..

삼성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시청자위원들에게 각각 멜을 보냈다고 한다. 여튼 방송하면 안된다는 이야기... 설마 시청자위원들까지도 압력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동조하는 인간도 있겠지만)하며, 다음과 같이 대응 멜을 보냈다. 제대로 읽어라도 봤으면 하는 맘 간절하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제작자 태준식입니다.


우선 지난 전체 시청자위원 회의석상에 사전 공지 없이 찾아가 당황스러우셨으리라 봅니다. 이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시청자위원 여러분들께 전달되기는커녕 제작자와 유족이 방영을 원치 않는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대는 KBS '열린채널' 실무진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직접 설명 드리고 싶은 생각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큰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또한 한명의 창작자라는 서글픔으로 이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제작하기 전 '저작권'과 관련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예술창작자들의 권리 보장과 대중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고민을 지금의 저작권법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젊은 조각가 故 구본주씨에 대한 논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한명의 창작자로서, 그리고 예술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었던 터라 이 사건은 저에게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었습니다. 특별하게 다가와서였을까요. 저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저작권' 작업을 뒤로 미루고 바로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작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거대 자본의 천박한 인식을 바로잡는 싸움...


故 구본주씨 사건은 삼성화재의 1심에 대한 불복과 항소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작업은, 예술가의 정년에 대한 1심의 판결이 이전의 판례에 비해 과도하게 판단되었고 그 결과 1심을 받아들일 경우 전체적으로 보험료가 인상되어야 한다는 삼성화재의 항소논리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술가의 정년에 대한 판단과 경력에 대한 판단 등의 이견으로 인해 항소를 했다면, 예술가의 정년과 경력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는 2심에서 예술가였던 구본주씨를 무직자로, 안타깝게 사고를 당한 젊은 예술가를 자살자로 몰고 가는 무리를 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이견이 문제가 아니라 보상해주어야 할 돈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거대 자본은 자신들의 사소한 이윤을 위해서라면 한 젊은 예술가의 안타까운 죽음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당장의 재판과 관련된 법적 논리에 대한 관심보다는 천박한 거대 자본의 논리를 바로잡고자 작지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거대 자본과 힘겨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 그리고 故 구본주씨에 대한 기억으로 삼성화재의 논리를 차분히 비판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열린채널'은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 KBS의 '열린채널' 소개글 중


제가 작업을 마친 후, '열린채널'에 방영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건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과정이었습니다.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허울 좋은 '공정'도 벗어던지고, 시민들의 시선과 언어로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공중파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나마 이 문제를 대 사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방영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맘으로 지난 8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를 기다렸고 고맙게도 방영이 결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이 작품은 5번의 심의 아닌 심의를 받았습니다.


'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를 완성하고 KBS '열린채널'에 방영 신청한 다음, 이 작품은 지금까지 총 5번의 심의를 받고 있습니다. 8월 운영협의회, 9월 KBS 심의실, 10월 시청자 소위, 10월 재판 종결 후 다시 KBS 심의실. 그리고 11월 지금, 마지막으로 심의 아닌 심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많이 모자란 작품이긴 하지만 심의가 끝나고 그 결과를 들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둘째 치고 창작자로서 드는 자괴감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 더 제 스스로가 무서운 건, 이렇게 고생하지 말고 처음부터 방송물에 적합하도록 만들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 때입니다. '열린채널'이라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자기검열을 하여야 한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현실이 무서웠던 것입니다.


KBS는 거짓과 왜곡으로 이 문제를 키워 왔습니다.


지난 10월 27일 재판 종료 결정이 난 후, 삼성화재로부터 만나자는 제의가 몇 차례에 걸쳐 왔었습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방영포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는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기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작품 속 해당 보험사이니 그럴 수 있다는 관용을 베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KBS는 방영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제작자나 유족에게 단 한 차례도 직접 연락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는 제작자와 유족이 이 작품의 방영을 원하지 않는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시민제작자가 상대로부터의 압력 받을 때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거짓말로 방영을 막으려 애쓰는 모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KBS 심의실은 지난 11월 17일. 재판이 끝나서 방영의 목적과 당위성이 없어졌다는 논리로 이 작품의 방영불가를 최종적으로 결정 내렸습니다. 9월에는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안 되고 11월에는 재판이 끝났기 때문에 안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방영불가를 내린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혹시 재판문제는 핑계일 뿐이고 심의의견 마지막에 있는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를 과도하게 염려한 것이 진짜 이유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지켜내져야 합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는 꼭 방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작품이지만 우선 제 스스로가 이 작품의 제작자이기에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작품을 거대 권력의 횡포로부터 지켜내어야 하는 창작자의 자존심과 관련되어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또한 '열린채널'이 거대 권력인 KBS와 삼성에 의해서 어떠한 난관에 봉착했었는지를 온전하게 남기기 위해서도 이 작품의 방영은 꼭 필요합니다. 또한 삼성화재라는 거대 자본이 지난 여름 보여줬던 천박한 인식의 결과를 기록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도 이 작품의 방영은 꼭 필요합니다. 재판이 삼성화재의 굴복으로 끝났다는 사실 관계와 이 작품이 지금에서야 방영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에 대한 언급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KBS 심의실의 의견처럼 재제작하여 신청하면 방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또한 유족이나 제가 이 작품의 방영과 관련하여 방영을 원치 않는다는 KBS와 삼성화재의 말은 거짓말입니다. 저번 대책위의 대변인이 항의방문을 통해 위원장님께 밝혔듯이 KBS와 삼성화재는 제작자와 유족에게 방영포기와 관련하여 단 한 번도 의견을 묻지 않았습니다.


'열린채널'의 이중심의는 철폐되어야 합니다.


시청자위원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어설프지만 시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열린채널'은 KBS의 말마따나 그 누구의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심의체계를 만들어 거대 권력으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KBS는 자사를 홍보할 때는 '열린채널'에 대해 열을 내면서 심의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방송법 핑계를 대며서 소극적인 모습만 보여 왔습니다. 이에 시청자위원 여러분들께서 이 작품의 가치 여하를 떠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이중심의에 대한 원칙적인 모습을 보여주십시요. 이는 앞으로의 '열린채널'이 진정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에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들의 의견을 들어주시고 끝까지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주시는데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또한 볼품없는 작품으로 여러 시청자위원 여러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시청자위원 여러분들의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부탁드리며...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제작자 태 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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