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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MB정부 '친서민정책'

 

가난한 이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MB정부 '친서민정책'

 

올해 초 ‘봉고차 모녀’가 화제가 되었었다. 봉고차를 갖고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격에서 탈락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적은 편지를 대통령에게 보낸 이후, 129콜센터를 방문한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는 모습이 언론과 방송에 보도되었다. 그 이후 대통령의 배려(?) 덕분이었는지,‘봉고차 모녀’는 그렇게 팔기 어려웠던 봉고차를 처분하게 되어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얻게 되었고, 긴급지원가구 대상에 포함되어 복지지원을 받았다. 아울러 주택공사에서 시행하는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에 입주도 하여, 월 6만원의 임대료만 부담하면서 소중한 보금자리를 얻었다. 이들 모녀가 기초생활수급자격에서 탈락하게 된 이유는 생계용이 아닌 자동차가 있는 경우에 소득으로 100% 간주한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조항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험서류에 100만원의 가격이 매겨진 자동차를 갖고 있으면 매달 100만원을 버는 걸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지침에는 ‘자가용을 운행하는 가정에 기초수급을 주어 보호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나와 있다. 차를 실제로 굴리는지 안 굴리는지, 차를 갖고 직접 생계를 유지하는지 아니하는지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거의 무조건 소득으로 추정한다. 봉고차 모녀는 정부 기준에서 벗어나 수급자격에서 탈락했던 것이다.

 

올 4월 용산구에 사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인 이 모씨는 동사무소에서 진단서 끊어오라는 통보를 받고 병원에 갔더니, 자신이 이미 의료급여 1종에서 2종으로 강등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모 씨도 아무런 통보없이 의료급여 2종으로 강제전환되었기에 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서를 끊으려 하니까 의사가 진단서에 병에 관련해서 기재할 수는 있지만 ‘근로능력유무를 자신이 판단할 수는 없다’며 ‘근로능력유무’기재를 거부당하여 의료급여 1종을 신청조차 하지 못하였다. 이런 식으로 용산구에서만 법에 규정된 절차와 통보도 없이 400여명이 넘는 의료급여수급권자가 1종에서 2종으로 강제 변경되었다. 올해 보건복지부는 '3개월 이상의 치료 또는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진단서'만 제출하면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로 지정해 왔던 것을 '근로 활동 불가'라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야만 의료급여 1종으로 지정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의료급여 2종은 1종에 비해 병원비 부담이 더 크다. 이러한 ‘개악’에 이어 일선 복지행정을 담당하는 지자체에서는 법에서 규정한 절차도 무시하는 위법과 횡포를 저지른 것이다. 용산구청은 아직까지도 이러한 잘못에 대해 사과한마디 안하고 있다.

 

올해 나이 60세인 김 모씨는 장애인시설에서 21년간을 지내다, 6월 초 시설에서 나와 현재 장애인을 위한 자립공간인 체험홈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이다. 하지만 시설에서 나와 주소지와 살 집이 없자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주소지가 불분명한 경우 수급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 모씨가 시설에서 생활할 때 시설기관은 시설생활자들의 복지지원비, 복지수당을 횡령하는 비리를 저질렀다. 시설 안에서는 횡령당하고, 시설 밖에서는 수급자격에서 탈락하는게 현재 중증장애인이 살아가는 한 모습이다. 수급을 받게 되더라도 장애인이 자립하면서 생활하기에 받는 액수는 턱없이 모자라다. 어떤 경우에는 같이 살지도 않고, 몇 년 동안 연락도 안하고 지내고 있는 자식 때문에 수급자격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사례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법으로 저소득 빈곤층의 생계를 지원해주기 위해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9월 7일은 기초법이 제정된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2010년 10월은 시행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기초법은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자기준,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소득, 재산기준 등으로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 전체 인구 중 포괄범위가 3% 수준에밖에 미치지 못하며 정부통계만으로도 410만이 넘는 절대빈곤인구가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가족부는 기초생활보장 예산 삭감이라는 기막힌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자체 편성하여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예산요구안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총 162만5천명을 대상으로 3조3,014억2,700만원으로 이는 금년 163만2천명 대상, 3조3,171억4,300만원과 비교할 때, 인원 수 기준 7천명, 예산 기준 157억1600만원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해에도 이명박 정부는 2007년도에 비해 예산 기준으로 2만명이나 축소된 예산을 편성했었다.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빈곤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자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수급자 규모를 163만명으로 늘린 바가 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는 8월 25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2010년 최저생계비를 2.75%올리기로 하여 역대 최저의 인상율을 기록했다. 복지부는 내년 물가상승률이 2~3%대로 예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였다고 한다. 2000년 최저생계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인상율인데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3%, 2008년 5%, 2009년 4.8%가 올랐다. 심지어는 한국은행이 예상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지수가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고 밝혀졌다. 그만큼 다른 품목에 비해 식료품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의료비, 교육비의 지출은 줄지 않고 전세값을 포함한 주거비 등도 폭등하고 있는 중이다. 최저생계비 결정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식료품, 주거, 의료, 교육 등의 지출이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인상율이 최저에 그친 것은 실질적으로는 삭감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명시되었듯이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최저생계비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위한 기준이기에 물가상승률이나 정부의 예산 기준에 짜맞추기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만을 주로 반영한 최저생계비 결정이 이어져온 결과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1999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40.7%였다가 2008년에는 30.9%까지 떨어진 것이다. 경기침체로 월평균소득 증가가 멈추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 떨어져왔던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을 회복하려면 물가상승률만을 고려해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저의 인상을 결정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행보의 기만성을 드러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친서민’행보의 기만성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비 지원을 한다면서 주택바우처사업으로 60억 원의 예산만 책정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중 주택바우처 지급 대상가구는 총 49만3000가구이고, 이들에게 소요되는 재정은 매년 4800억 원∼51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작 60억 원을 배정해놓고 온갖 생색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야심차게 ‘친서민정책’이라고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보급은 서민에겐 실제로 ‘그림의 떡’이다. 주변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하고 심지어는 반값에 불과하다고 밝히지만 지방은 2억원대 서울은 3억원대이다. 하지만 현재도 전월세 1억원미만에 사는 이들이 590만 가구에 달하는 데, 이들이 아무리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전세값만 오르고 있을 뿐이다. ‘친서민정책’으로 인해 진짜 ‘서민’들이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으로 제출된 복지예산에서 1273억원을 요청한 긴급복지 예산 중 622억원은 목적이 다른 의료안전망 구축에 투입된다고 한다. 아동시설 지원예산은 올해 552억원에서 409억원 깎인 143억원이 책정됐다. 장애인 예산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 생활시설 기능보강 예산은 83억원이 삭감돼 194억원에 그쳤고,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기능보강 예산도 50%넘게 뚝 잘렸다. 노숙자들을 위한 부랑인시설 기능보강 예산도 올해보다 반 넘게 줄어들었다. 예산 중 지방교부금의 축소로 지역복지사업의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추진단 운영’ 사업, ‘비정규직근로자 장학금지원’ 예산 등도 내년 요구안에선 빠졌다. 예산이 부족하고 국가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핑계대지만 부자와 대기업만을 위한 100조원에 달하는 감세와 3년간 22조원에 달하는 재정이 소요되는 불필요한 4대강 사업을 철회시킬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복지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와 몇 개부처 장관이 새로 내정되고, 청와대 개편이 이루어진 후 진행된 9월 7일 라디오 연설에서는 ‘새로운 진용은 중도실용 정신을 바탕으로 민생과 일자리 챙기기를 정책의 가장 앞자리에 둘 것입니다’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런 여파인지 정부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2010년 복지예산의 증가율은 다른 어떤 분야 지출증가율보다 높을 것이며 복지예산 비율이 역대 최고로 높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점 지적에 대해 ‘오해’라고만 받아들이는 모습속에서 ‘민생’과 ‘친서민’을 강조하는 게 믿음직스러운 건 아니다. 이미 사상 최고의 복지예산이라는 언명이 가지고 있는 허울이 벗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단체에게 거부당하고 있는 중증장애연금과 장애요양서비스를 기존 안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장애인정책에의 관심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예산이 늘어난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명박 정부가 선거공약에서 표방한 ‘촘촘한 복지’를 실현하고, ‘친서민’을 실제로 입증해 보이려면 무엇보다 90조에 달하는 부자만을 위한 감세정책이 철회되어야 하고, 22조에 달하는 4대강 사업을 없애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은 서민과 가난한 이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멀게 느껴질 것이다. (작은책 10월호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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