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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반론

이상이님이 건강보험하나로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론하는 글(건강보험 하나로, 제대로 비판해야)을 썼다. '좋은 비판'과 '나쁜 비판'을 구분하여 '나쁜 비판'에 대해 근거를 들면서 반론하지만, 대체적으로 그의 표현을 빌어서 말하자면  '나쁜 반론'에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나쁜 반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1. '보수세력'들이 속수무책으로 애간장을 태우면서 '건강보험 하나로'운동이 망하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보수세력'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게 아니라, '무시전략'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어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보수세력과 자본은 의료민영화를 향한 움직임을 철저하고 집요하게 진행중이다.

역으로 보수세력의 '무시전략'에 대응해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어떻게 하겠다는 대응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혹 하나로운동의 대중적 확산 동력을 보수세력의 반발과 비판에 기대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무상급식이 지자체선거에서 핵심쟁점이 되었던 이유는 경기도에서 김상곤교육감의 무상급식 실시계획에 대해 한나라당일색의 경기도 의회와 경기도 교육위원들이 별 근거없이 '정치적 반대'만을 해왔던 행패에 대해 대중들이 반발을 한 것이 커다란 계기가 되었기도 하다. 혹 건강보험 하나로운동도 이런 경로를 원했던 것인가?

 

2. 우리나라 조세체계에서는 보험료방식이 국고지원방식보다 누진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준조세인 보험료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정부재정의 크기'를 늘리는 복지사회를 반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론을 펼친다. 내가 알기로 건강보험 하나로에 대한 비판의 내용 중에 국고지원이 보험료방식보다 더 누진적이라거나, 보험료의 파이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국고지원(보험료의 20%)약속만 이루어져도, 하나로운동 방식의 보험료인상이 아니더라도 건강보험재정확충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하나로운동은 폄훼하거나 왜곡(소극적이니, 당위적이니, 현실성이 없다느니 하는)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위의 글은 이러한 비판의 내용을 왜곡한 '나쁜 반론'에 해당한다.

 

3. 그리고 국고지원은 '의료보장'보다는 우선적으로 일자리정책, 보편적 보육과 교육, 보편적 소득보장 등에 쓰여야 하고, 의료보장은 별도의 재원마련시스템이 있으므로 그 내부에서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듯 그럴 듯해 보인다. 마치 하나로운동을 비판하는 이들은 일자리, 보육, 교육, 소득보장에 대해 관심을 덜 갖거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미루는 이들처럼 묘사한다. 반론을 펴는 '나쁜 방법'이다. 국가재정의 복지, 의료, 교육과 관련하여 어디에, 어떠한 방식으로 쓰여질 것인가는 항상적으로 논의해야 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것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진보진영도 이에 대해 운동적, 정책적 토론과 실천을 벌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교묘하게 치환하여 상대방을 편협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왜곡하면 안 좋지 아니한가?

 

4. '누진적 증세'와 '기업의 보험료부담 확대'라는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조건에서는 쉽지않거나, 계급역관계에 따른 현실적 실현가능성 때문에 이상이는 수용하고 있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그러한 요구를 내걸 것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언젠가는'은 이러한 태도와 관점을 가질 경우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역관계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로운동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의 실현가능성은 현재의 역관계를 전제로  할 것인데,  위의 주장이 실현불가능하다면 하나로운동은 현재의 역관계를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5. 행위별 수가제와 보장성 강화는 별개가 아니다. 건강보험의 '비급여'는 특정질환의 특정 진료행위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료행위 각각에 쓰이는 재료, 의료기술, 상담, 건강관리(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이를 겨냥하고 있다) 등 의료서비스 행위의 구체적인 면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이 기반하는 것이 행위별 수가제이다. 지금도 의료기관은 이러한 '비급여'를 통한 '블루오션'을 개척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입원진료에서만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했을 때, 병원 측의 이러한 '비급여확대'를 과잉진료, 남용이라고 비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할 진대 어찌 별개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나 진보적 지식인이 아니라 대중이 '보험료 올려서, 의사나 병원배불리려고 하려는 거냐?'라는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은 안 들리는 거나 안 보이는 건가?     

 

6.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의 획기적 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엄청난 국민적 에네르기가 필요하다. 2008년 촛불시위 그 이상이어야 할 지 모른다. 이러한 운동에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에게 위의 글과 같은  '나쁜 반론'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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