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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가구는 암보험을 비롯하여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가입자수가 800만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있다. 다들 30대에 들어서면 보험가입 권유를 안 받아본 이는 드물 것이다. 보험에 가입하는 이의 심정이야 다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자 하는 것일 게다. 누구 한 사람이 중병에 들면 가산을 탕진해야만 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보호막이 없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보호막이라도 갖추어야 안심이 될 터, 그 심정이 이해 못갈 바는 아니다. 나는 보험권유를 받으면 그런 얘길 한다. 나는 민간의료보험 도입 반대운동을 한다.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이 암보험 등 민간질병보험을 가입하면 이율배반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은 권유를 포기한다. 물론 자동차보험은 가입을 한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 보험회사 중 자동차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손해보험회사가 제일 이윤이 적다고 한다.
아래 글은 월간 '말'지에 실린 기사이다. 암보험을 비롯한 생명보험의 실태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실렸다. 다들 우리 국민들은 건강보험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를 한다. 나도 물론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건강보험이 바꾸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생명보험 등 민간보험시장에 보험료로 지출하는 돈을 기꺼이 공보험인 건강보험으로 돌리고 싶은 생각은 과연 없을 것인가? 하고 물어보고 싶다. 물론 그 이전에 현재 '반쪽짜리'인 건강보험을 온전한 '사회보험'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아마도 건강보험제도가 대부분의 질병에 드는 비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기능했다면, 생명보험회사의 비중은 엄청 줄어들었을 것이다.
보험료 낼 돈 3분의 1이면 무상의료도 가능 | ||||||||||||||||||||||||||||||||||||||||||||||||||
보험을 잡아야 복지가 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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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기자 blue@digitalmal.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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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연간 보험료 109만 원, 가구 당 4.1건 가입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낸 보험료는 모두 50조3924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은 721조3천억 원, 이 가운데 7% 가량이 보험료로 들어간 셈이다. 자동차보험이나 손해보험을 빼고 생명보험만 놓고 뽑은 통계다. 한 사람 앞에 한해 109만 원꼴이고 한 집에 3.5명씩 잡으면 한 해 382만 원꼴이다. 건수로 따지면 집집마다 평균 4.1건씩 보험을 들고 있다.
이 규모의 돈이면 전 국민 무상의료를 실시하고도 남는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비 지출은 한 집에 107만 원을 조금 넘는 정도다. 보험료 382만 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보험료 낼 돈의 4분의 1만 모아도 온 국민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큰 병에 걸려도 누구나 돈 걱정하지 않고 병원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그 돈을 우리는 보험회사에 바치고 있다.(‘바친다’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느끼신다면 이 기사를 끝까지 읽어 보시기 바란다.)
보험은 복권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복권은 운이 좋으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보험은 거꾸로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 끔찍한 불행에서 당신을 건져준다. 복권과 마찬가지로 보험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결국 ‘손해’다. 그러나 물론 복권이나 보험이나 손해를 보면서도 투자할 만한 가치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우리는 한 사람 앞에 한 달 평균 2만5000원씩 의료비를 썼다. 평균이라 그렇지만 실제로는 몇 년 동안 한 푼도 안 쓰는 사람이 있고 한 달에 수천만 원씩 내고도 결국 사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보험에 든다. 지난해 우리는 한 사람 앞에 한 달 평균 9만 원씩의 보험료를 냈다. 9만 원을 내고 수천만 원의 위험에서 벗어난 셈이다.
지난해 10월 생명보험협회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험 가입률은 89.9%, 10명 가운데 9명이 하나 이상의 보험을 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만큼 보험을 많이 드는 나라는 없다.
보험의 만기는 10년이나 20년, 길게는 30년까지 걸쳐 있다. 받기는 지금 받지만 돌려주기는 30년 뒤에 돌려줘도 된다. 결국 해마다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훨씬 많다. 덕분에 보험회사들의 자산은 1993년 50조 원에서 지난해에는 187조 원으로 네 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평균 13.8%씩 늘어났다. 그래서 이를테면 당신이 낸 보험료 1만 원 가운데 4193원이 보험회사의 자산이 된다.
보험회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사차익과 이차익, 비차익으로 나눠볼 수 있다.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받으면 먼저 예정 사업비를 뗀다. 예정 사업비라는 것은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보험설계사들을 동원한 극성스런 판촉 비용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보험회사는 예정 사업비를 뗀 나머지로 보험금과 만기 또는 해약 환급금을 지급한다.
사차익이란 나갈 걸로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다. 이를테면 1만 명이 죽을 걸로 예상하고 보험료를 받았는데 9천 명밖에 안 죽었으면 그만큼 보험회사는 돈을 번다. 아픈 사람이 예상보다 적어도 돈을 번다. 이차익은 말 그대로 이자의 차이다. 예를 들어 다음해 금리를 5%로 예상하고 보험료를 잡았는데 실제로는 7%까지 올랐다면 역시 보험회사는 그만큼 돈을 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차익이다. 비차익은 예정 사업비와 실제 집행된 사업비의 차이다. 그래서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예정 사업비를 높게 잡으면 잡을수록 유리하다. 쓰고 남는 금액은 고스란히 보험사의 이익으로 돌아오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자의 입장에서는 예정 사업비가 높을수록 전체 납부액 중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는 몫(보험금이나 환급금)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예정 사업비는 보험 상품마다 제각각으로 그 내역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계약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더욱 과감하다. 프루덴셜생명보험의 경우 지난해 보험료 7516억 원 가운데 3391억 원이 예정 사업비로 빠져나갔다. 계약자가 보험료 1만 원을 내면 45.7%, 4570원이 그대로 보험회사로 흘러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실제로 집행된 사업비가 2170억원밖에 안 된다는 데 있다. 보험료 1만 원 가운데 4570원을 예정 사업비로 챙겨서 그 가운데 2880원을 쓰고 1690원을 남긴다는 이야기다. 이 돈은 계약자들과 무관한 이 회사 주주들의 몫이다. 정작 계약자들이 받은 보험금은 314억 원, 이를테면 보험료 1만 원 가운데 417원밖에 안 된다.
프루덴셜뿐만 아니라 메트라이프, 뉴욕, 카디프, 라이나생명보험 등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모두 예정 사업비 비중이 높다. 모두 전체 보험료의 50% 이상을 예정 사업비로 챙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계나 국내 보험회사나 다같이 비싸게 보험료를 받고 있고 소비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그 가운데 하나를 들 수밖에 없다.
보험회사 전체를 보면 같은 기간 동안 예정 사업비가 모두 12조3145억 원으로 보험료 50조3924억 원의 24.4%에 이른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실제로 집행된 사업비는 8조6201억 원에 지나지 않았다. 역시 나머지 3조6943억 원은 그대로 이들 보험회사의 이익이 됐다. 이익은 해마다 늘어난다. 보험회사들은 해마다 더 많은 예정 사업비를 책정하고 보험료는 갈수록 비싸진다. 고스란히 계약자들이 그 비용을 떠안는다는 이야기다. 예정 사업비와 실제 사업비의 차이는 1998년 5542억 원에서 1999년 1조2194억 원으로 2000년 1조6346억 원, 2001년 2조9553억 원, 2002년 3조8383억 원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은근슬쩍 유배당 상품이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그야말로 합법적으로 계약자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회사들이 계약자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4848억 원, 1999년의 9104억 원에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무배당 상품이 늘어나면서 배당금은 해마다 이렇게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조만간 배당금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보험회사들은 해마다 예정 사업비를 높여잡아 이익을 늘리는데, 그 이익은 모두 계약자들의 보험료 부담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횡포는 이들 보험회사들이 담합해서 시장의 질서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삼성생명보험을 비롯해 대형 보험회사들이 앞장서서 폭리를 챙기는 상황에서 중소형 보험회사들이 굳이 ‘대세’를 거슬러 출혈 경쟁에 나설 이유와 여유는 없다.
그래서 삼성생명보험이 나서면 다른 보험회사들이 따라가는 상황이 계속된다. 예정 사업비를 크게 늘려잡고 무배당 상품을 늘리는 과정에서 보험회사들이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보험소비자협회와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보험상품마다 사업비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내는 보험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상품마다 보험금과 사업비의 비율이 모두 다르고 상대적으로 더 큰 불이익을 보는 계약자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보험은 재테크가 아니다
무배당 저축성 보험의 경우 지난해 보험료 14조6621억 원 가운데 2조4447억 원이 예정 사업비로 빠져나갔다. 또 6조9502억 원이 보험금으로 지급됐다. 결국 예정 사업비와 보험금을 빼면 정작 저축에 들어가는 보험료는 5조9186억 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이야기다. 이자도 요즘은 5%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보험은 결코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보험으로는 보장만 받고 재테크를 할 거라면 다른 데서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이야기다.
1980년의 백수(白壽)보험이 대표적인 피해사례다. 100살까지 살라는 뜻의 이 백수보험은 달마다 3만4600원씩 7년 동안 내면 22년 뒤에 해마다 1천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계약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때만 해도 금리가 25%에 육박했으니 충분히 가능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22년 뒤 금리는 4%까지 떨어졌고 이 보험의 예정금리 12%에도 턱없이 못 미쳤다. 결국 ‘해마다 1천만 원’ 주겠다던 약속은 ‘해마다 1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금리에 따라 배당금이 변동될 수 있다는 조항이 약관에 어 있기 때문이다. 보험 계약할 때 약관을 그렇게 꼼꼼히 읽어보는 계약자는 거의 없다. 피해를 본 계약자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승소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백수보험의 피해자는 모두 9만 명을 넘어선다.
요즘 유행하는 종신보험에도 함정이 많다. 우선 종신보험이란 상품명은 ‘종신토록 보장해 준다’는 의미로 해석하기 쉬운데 사실은 ‘사망할 때 딱 한 번 혜택을 주겠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사망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빨리 죽을수록 이익이고 오래 살수록 손해다. 보험회사로서는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최상의 보험상품이다. 왜 그럴까.
30세 남자가 50세가 될 때까지 20년 동안 달마다 17만3천 원씩 낸다면 원금만 무려 4152만 원에 이른다.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4.8%의 이자를 감안하면 원금과 이자는 모두 6153만 원이 된다. 50세에 죽어도 4천만 원 가까이 이익을 본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돈(6153만원)에 다시 이자가 붙어 1억원을 넘어서는 시기는 62세 때다. 무배당 종신보험에 든 30세 남자는 62세 이상 사는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또한 생명보험협회의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30세 남자는 앞으로 평균 44.4세를 더 살 수 있다. 이 남자가 평균 수명인 74세까지 산다면 원금과 이자가 1억5천만 원을 넘어서는데 1억 원밖에 못 받는다. 무려 5천만 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된다.
만약 이 돈을 이자가 센 상호저축은행에 집어넣는다면 이자율 7%만 잡아도 20년 뒤에 707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복리예금에 넣어둔다면 이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그러나 이 종신보험은 해약하는 경우 4764만 원밖에 돌려주지 않는다. 무려 2306만 원이 손해다. 사망할 때 1억원 을 받기 위해 20년 동안 보험료를 낸 계약자에겐 너무 가혹한 조건이다. 더욱이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동안 이 남자가 죽을 확률은 4.4%밖에 안 된다.
더 주목할 부분은 해약 환급금이다. 해약을 하게 되면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건지는 경우가 많다. 만기가 따로 없는 이 종신보험의 경우 1년 안에 해약하면 단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2년 동안 415만 원을 내고 해약할 경우도 67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원금이라도 건지려면 최소 14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한다.
계약자들은 흔히 죽을 때 받게 될 1억원의 보험금을 생각하느라 정작 해약환급금을 생각하지 못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년 이상 계약 유지율은 73.6%, 2년 이상 계약 유지율은 62.6%에 그쳤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해약률이 높아도 상관없다. 환급금이 보잘 것 없기 때문에 해약자가 그때까지 납부해온 보험료 중 상당 부분이 그대로 보험사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보험회사들은 ‘적은 보험료를 내고 높은 보장을 받았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집해 왔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렇게 1년에서 길게는 2년 안에 해약할 경우 보험사측은 보험설계사들에게 지급한 수당을 상당 부분 회수한다. 그렇다고 이 수당을 계약자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아니다. 해약을 핑계로 보험설계사들의 수당까지 뺏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한번 계약을 하고 보험료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해약을 하거나 말거나 처음 몇 달 동안 이익을 충분히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손해가 없다. 해약을 해도 보험회사는 이익을 낸다. 결국 손해는 모두 계약자의 몫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사업비 내역 공개가 보험회사들의 담합을 깨뜨리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보험상품마다 각각 사업비를 공개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싼 보험과 비싼 보험이 가려지고 그 과정에서 터무니 없이 폭리를 챙기는 보험회사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보험회사의 이름만 보고 가입하는 수밖에 없다. 조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백수보험의 경우처럼) 만기 때 내가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에서 몇 가지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보험회사의 전체 통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내가 내는 보험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이춘근 보험감독국 상품계리실장은 "보험상품마다 조건이 달라 사업비만으로 변별력을 찾기 어렵다"며 "사업비 공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실장은 "오히려 호주의 경우 사업비 내역을 밝혔다가 계약자들 사이에 불신이 확산돼 보험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예정 사업비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책정해 이익을 남기는 현재의 영업방식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 실장과 반대로 김 교수는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미 국내 보험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외국계 보험회사의 시장 잠식이 계속되고 있고 방카슈랑스의 도입으로 생존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결국 정보공개와 합리적인 가격 형성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우선은 보험회사들 폭리를 바로잡아 보험료를 낮춰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보험의 역할을 정부와 사회가 다시 조금씩 넘겨받는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어려워 보이지만 민간 보험의 역할을 점차적으로 축소하고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과 사회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방향도 추진할 만하다. 그게 돈도 훨씬 덜 들면서 다같이 공존하는 방법이다. 발상의 적극적인 전환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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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말 2004년 220호 이정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어제 미국인의 평균수명 단축이 빈부의 격차, 불평등에 기인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건강의 수준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과 집단을 대상으로 할 때 이는 명백하다. 그러나 '국가'단위를 삼는다면 꼭 경제력의 차이가 한 국가의 건강수준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쉽게 쿠바의 경우가 그렇다. 쿠바는 소련과 동유럽의 자본주의 이행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는데 산업생산과 교역이 60%나 감소했고, 쿠바인의 1일 칼로리 섭취량이 절반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유아사먕률은 1989년1,000명당 11명에서 2003년 6명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이는 미국보다 낮은 수치이다. 쿠바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에이즈 예방체제와 인간적인 치료시설을 갖추고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낮은 HIV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챠베스 대통령이 집권 후 무상의료, 무상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나갈 때 쿠바는 의료진 2-3000명을 파견하여 이를 도와주었다.
아래 기사는 캐나다와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비교하면서 그것이 건강과의 상관기사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캐나다 의료시스템에 대한 자국의 만족 수준은 세계 최고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캐나다에서도 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국민들의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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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재경부에서 경제특구 내 영리법인 형태의 외국병원 설립을 허용키로 한 것에 대해 범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영국의 주간 <옵저버>가 20년 전 세계 최고였던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최근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여성의 평균 수명은 세계 19위, 남성의 수명은 브루나이와 동급인 28위에 불과한데, 전문가들은 이 원인으로 빈부 계층간 의료 서비스 격차와 사회에 만연한 비만을 지적했다. 빈부간 격차는, 위싱턴시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남성은 몇 블록 떨어진 부유층 지역에 사는 여성보다 평균 수명이 40년이나 짧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연구는 미네소타 대학의 로런스 자콥스 교수와 로드아일랜드주 브라운 대학의 제임스 머론 교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번 연구는 미국 의료제도의 놀라운 불평등을 보여주는 결과의 하나다. 이 시점에서 왜 미국의 의료가 이렇게 불평등해졌는지, 그 결과 건강이 빈부에 따라 왜 이렇게 심각한 격차가 벌어졌는지를 비영리 위주인 캐나다와 영리 위주인 미국의 보건의료제도를 비교해 보는 것이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왜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지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리병원 허용은 곧 전국민 의료보험을 뿌리째 흔드는 민간보험 도입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도 얼마 전 사설을 통해 영리병원 도입을 환영하며 아울러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국경을 마주 하고 있으면서도 의료상황은 기막히게 서로 반대 상황인데, 미국이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없는 반면에 캐나다는 전세계적으로도 완벽한 사회보건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두 나라 정부는 유사한 보건의료전달체계를 갖고 있지만 두 나라간 중요한 차이는 건강보험에 있다. 캐나다에서는 모든 시민들은 '캐나다건강법(Canada Health Act)'에 의해 보험에 가입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건강보험에 개인적-대부분 고용주가 부담한다-으로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인구의 15%인 4500만명의 미국인이 어떠한 건강보험에도 가입되지 못하고 의료에서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2001년에 캐나다는 정부예산 중 16.2%를 보건의료비로 지출했고, 미국은 그 비율이 17.6% 였다. 이를 1인당 보건의료비로 환산해보면 미국은 캐나다보다 더 많은 보건의료비를 지출했음을 알 수가 있다. 2001년 캐나다는 1인당 1533달러를 쓴 반면 미국은 1인당 2168달러를 썼다. 미국 정부가 1인당 지출을 더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도 미국에서 보건의료비 지출이 더 많았다. 캐나다에서 평균 개인적으로 또는 사적보험회사(치과, 안과, 약제비에 대한)에 지출한 돈이 1년에 630달러인 데 반하여 미국에서는 그 금액이 2719달러였다. 2001년에 미국은 GDP의 13.6%를 보건의료비로 지출했고 캐나다는 단지 9.5%만을 지출했다. 미국에서 추가된 비용은 높은 임금을 받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에게 들어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의료수가가 주 정부와 의사단체간의 협상에 의해 정해진다. 미국에서는 수가가 자유로운(?) 시장에 의해 정해진다고 하지만 거대 보험사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점이 미국에서의 고임금을 유발하고 있고 이는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에서의 또 다른 매우 비싼 비용은 처방약 값이다. 캐나다는 환자에게 부담을 적게 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한 법을 갖고 있다. 성분명 처방도 곧 허용될 전망이다. 캐나다의 의약품시스템은 주정부가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약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원료를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세 번째 중요한 다른 점은 미국에서는 거액 의료과실 소송이 유행이라는 것이다. 의사과실에 대해 환자에게 수백만달러를 지불하게 하는 재판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이런 소송이 매우 적다. 캐나다 법에서는 미국에서라면 수백만달러의 보상을 줄 고통이나 손해에 대해 사실상 아무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 캐나다의 보건의료시스템은 매우 경제적인 반면 건강지수를 비교해보면 미국보다 더 좋은 상태다. 2002년 평균 수명은 미국이 캐나다보다 대략 2.5년이 적다. 캐나다의 평균수명이 79.8세인 데 반하여 미국은 77.3세였다. 영유아 사망률도 미국이 현저히 높다. 1997년 여러 암에 대한 사망률을 매년 10만명당 사망률 수치로 보면 캐나다가 약간 더 좋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같은 암 종류에 대해 미국 환자들이 캐나다보다 두 배의 비용을 더 쓰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인 중 가난한 하위 20%를 건강통계에서 뺀다면, 캐나다와 미국의 평균수명이나 영유아 사망률은 거의 비슷하다. 이러한 불일치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혜택에 접근할 수 없어 건강상태가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것은 그들의 나빠진 건강 상태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에 미국의 부자들은 캐나다 부자보다 더 건강해지고 있다. 소수의 좋은 건강상태는 사회경제적으로 보다 아래 계층의 수많은 사람들의 나빠진 건강상태를 결코 상쇄할 수는 없다. 가난한 미국인 중 1/4이 만성적인 건강 이상을 갖고 있는데 이는 캐나다와 비교해서 매우 높은 수치이다. 이 문제는 그들이 직업을 찾거나 그들의 경제적 상황을 향상시키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좋아진 건강은 사회적 유동성을 좋게 하여 미국에서보다 캐나다에서 사회적 신분 상승을 더 쉽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선거 때마다 보험이나 건강의료 관련 문제 등이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제 의료시스템의 본격적인 전환 시기에 도래하고 있다. 처음 출발할 때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그 고통은 모두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80% 이상을 민간에 의존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보건의료의 비영리 유지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의 출발부터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의료의 비영리는 국민의 최소한의 의식주 중 하나를 담보하는 길임을 잊지 말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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