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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선전물(12.04.09)

정리해고가 낳은 22번째 살인, 살인자들에게 반드시 복수하자!


'해고는 살인'이라며 절규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다시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3월 31일, 정리해고된 쌍용차 조합원이 23층 아파트에서 투신했기 때문이다. 77일간의 점거파업 이후까지 집요하게 희망퇴직을 강요한 쌍용차 자본에 맞서 해고자의 길을 택했던 동지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지는 유서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몸을 던져 해고로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현실, 자본주의 경쟁과 이윤 지상주의라는 야만적 현실을 온 몸으로 폭로하는 것으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선택을 했다.
 

슬픔을 넘어 분노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4월 4일 쌍용차 정문 앞에, 4월 5일 서울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투쟁에 돌입했다. "더 이상 죽지 말자"고 절규했지만 죽음의 행렬을 막아내지 못한 통한의 심정으로 동지의 분향소를 차리고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 자본은 평택공장 앞 분향소를 옮겨달라며, 이명박 정부는 분향소와 추모 현수막을 이유로 하루에도 수차례 분향소를 침탈하며 '살인의 흔적'을 지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제 슬픔을 넘어 분노로 투쟁해야 할 때다. "또 쌍용차 동지가 돌아가셨구나"라는 탄식이 아니라 "투쟁으로 이 죽음의 행렬을 끝장내겠다"는 결의가 필요한 때다.
 

분노를 행동으로!


이제 분노와 결의를 행동으로 옮기자! 22명의 한을 반드시 되갚아 주기 위해 산 자들의 투쟁이 만들어져야 한다!
4월 21일, 금속노조 4차 포위의 날을 금속노조만의 투쟁이 아닌 전국의 노동자들이 추모와 분노로 행동하는 날로 만들어야 한다. 죽음의 공장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에게 투쟁을 선포하고 노동자의 모든 힘을 보여주겠다는 결의의 장이자 행동의 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4월 21일까지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노동자들은 대한문 앞과 평택공장 앞 분향소를 사수하자!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은 지역별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4월 21일 투쟁을 결의하자! 그리고 모든 노동자들은 4월 21일 평택공장으로 결집하자!

 

[쌍용차 지부장 호소문]


다 죽어야 합니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22명의 죽음은
"사회적 학살"입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22명의 해고노동자와 가족이 죽었습니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자신의 차 안에 연탄불을 피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스트레스 우울증 심근경색으로 죽어갔습니다. 지금도 희망을 잃은 수많은 해고 노동자들의 삶과 하루 아침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생활이 위태롭습니다.

학살의 주범 정부와 쌍용차는
아직도 대답이 없습니다.

사죄와 사과는 커녕 아직도 정부와 쌍용차는 대답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힘이 약해서 그런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희망텐트"도 죽음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이 나라 노동자와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정리해고 22명의 학살을, 경찰특공대의 살인 진압을 잘 했다고 자랑하는 정부입니다. 분명해졌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고, 미래 우리 아이들의 문제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 죽음을 막아내고 정리해고를 폐기시킵시다.

분노와 절규로 호소합니다.
정리해고가 낳은 사회적 학살을 막아냅시다.

정리해고가 낳은 22명의 죽음,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합니까. 언제, 누가 23번째 죽음의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이제 두렵기만 합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입에서, 구호에서 더 이상의 죽음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도록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쌍용차정문 앞 분향소와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추모와 분향을 해주시고 4월 21일(토) 쌍용차 "4차 포위의 날" 학살 만행이 벌어지고 있는 쌍용차 정문 앞으로 모여 주십시오. 이 자리에서 노동자,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주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죽지 말고 살라'는 힘을 주십시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죽기보다 살기가 더 힘든 노동자들입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 김정우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노동자 정치 총파업을 결의하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우리는 더 이상 투쟁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을 매순간 절감한다. 그러나 과연 투쟁이 가능하겠는가라는 패배감이 우리를 짓누르는 것 역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결의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 앞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에게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밝히고 있는 8월 총파업은 국회의원에게 정리해고를 엄격히 하고 비정규직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달라는 청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어야 한다. 4월 총선에서의 여소야대, 12월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를 통해 노동자의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환상은 22번째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죽음을 막아내지 못했다. 오직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을 궁지로 내몰 수 있는 힘을 보여줄 때만 절망과 실의에 빠져 있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그럴 때만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모든 해고자 복직-정리해고 제도의 철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모든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화'라는 분명한 요구를 가지고 투쟁에 나설 때만 우리의 현실을 바꿔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제기하고 있는 8월 총파업을 진정한 노동자들의 대중파업으로 만들 수 있도록 현장에서 움직이자! 4월 21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5월 1일 노동절 투쟁을 통해서, 현장에서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총파업 투쟁단'과 같은 투쟁기관을 건설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이를 통해 반드시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대중파업을 만들어 나가자!
 

주간2교대 시범운영, 현장은 희망을 보았다!

지난 2주, 기아차에서 주간2교대 시범운영이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밤에는 잠 좀 자자'던 현장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었다.


주간조는 오후 4시 환할 때 퇴근하여 다들 표정이 밝았고, 야간조는 새벽 1시 30분 퇴근으로 수면부족을 줄이고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만족하는 분위기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조합원들도 기대감과 적극 지지로 돌아섰다.
 

사측이 핑계를 대던 실무적 문제(통근버스, 주차장 등) 도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노-사 간의 쟁점에 대해 현장 조합원의 자신감과 의지를 끌어모아 투쟁대열을 정비하고 온전한 주간2교대를 반드시 쟁취하는 것뿐이다.
 

[쟁점 1]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8+9 근무제는 8+8로!
 

사실 지난 집행부가 8+9(야간 잔업 1시간 포함) 근무제 합의로 심야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가 일부 훼손되었고,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이것이 단순히 원칙 훼손만이 아님이 드러났다.
 

8+9로 주야 근무시간을 짜맞추다 보니 야간조 퇴근은 새벽 1시 30분, 집에 도착하면 3시쯤이었다. 주간조는 새벽 5시쯤 기상하여 출근을 준비해야 하고, 주간조를 위해 미리 배식을 준비하는 식당 노동자들은 새벽 4시쯤에 더 일찍 기상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2010년부터 주간2교대를 시행하고 있는 두원정공을 보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조(이하 주간조)가 근무하고,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2조(이하 야간조)가 근무하는 형태다. 주간조와 야간조가 교대하기 위한 휴식시간이 없고, 식사시간을 유급으로 쟁취하여, 실제 8시간 정취근무는 7시간의 작업시간과 20분의 휴게시간, 40분의 식사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아자동차도 할 수 있다. 시범운영에서 문제가 드러난 이상 8+9 근무제라는 잘못된 첫 단추는 바로 잡아야 한다.
 

[쟁점2] 생산량 보전은 설비투자, 신규인력 충원을 통해!
 

사실 전 집행부가 8+9 근무제를 합의한 것은 핵심적으로 생산량 보전 논리 때문이다. 지금도 사측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생산량 보전을 위해 단체협약 상의 휴일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라인 속도를 우선 올린 뒤(UPH up) 부족하면 설비 증설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장 및 시설 증설, 신규인력 충원은 없고 UPH가 오른다는 것은 노동강도가 강화된다는 말이다. 심야노동, 장시간 노동을 중단하고 노동자의 신체적 고통을 덜기 위해 주간2교대를 도입했는데, 생산량 보전(=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다시 고통을 준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특히 사측은 이미 일부 공정에서 갖가지 핑계를 대며 UPH up(생산량 증가, 노동강도 증가)를 시도하고 있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주간2교대 합의가 될 때까지 모든 공정의 UPH up 협의는 중단하는 선언이 필요하다. 그리고 2011년의 합의(2011년 기준으로 잔업시간 포함 물량 합의)는 설비투자, 라인증설, 신규인력 충원 없이는 절대 불가함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조합원 전체의 힘을 모으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쟁점 3] 생활임금 보장 월급제로 기형적 임금구조 개선!

이번 2주 동안의 시범운영 과정에서 사측은 월급제(생활임금 보장) 취지에 걸맞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잔업시간 유급 인정을 거부하였다. 정몽구는 얼마 전 주식배당금으로 500억 가까운 돈을 챙겼음에도, 5만원 회식비로 현장을 희롱하며 노동시간 단축은 곧 임금 삭감이라는 식으로 탐욕의 이빨을 드러냈다.
 

잔업/특근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기형적인 임금 구조를 노-사가 다 알고 있다. 사측이 사상 최대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활임금을 보장하지 않고 실질임금을 삭감하며 탐욕을 부린다면, 앞으로 모든 생산협의를 중단하고 2012년 현장을 총력 조직하여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
 

주간2교대를 쟁취하려면 완성차/부품사 공동투쟁, 그리고 비정규직 철폐 투쟁과 함께 해야 한다.
얼마 전 금속노조는 30여개 자동차 부품사 동지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부품사들은 주간2교대로의 개편을 원하지만, 한편에서는 생산물량이 줄어들 경우 고용이 불안해지고 임금이 삭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 간의 무관심 또는 갈등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 오히려 완성차/부품사 노동자의 공동투쟁으로 물량 논리를 박살내야 한다. 완성차/부품사 노동자가 힘을 합쳐 싸울 때만, 완성차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를 막을 수 있고 부품사 노동자들은 고용을 지킬 수 있다. 우리가 서로 남의 일이라고 관심 갖지 않는다면, 또다시 자본에게 패배하고 말 것이다. 현재 현대기아차 공투체가 구성되어 있는데 부품사 노조도 같이 투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올해 노동자 총단결, 총파업 투쟁을 힘있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는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노동유연화(비정규직화) 등 주간2교대 도입 국면을 맞아 자본이 부리는 모든 꼼수에 맞서 싸워야 한다. 라인증설, 신규인력 충원 요구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동지들의 정규직화 쟁취 투쟁과 떨어져 있지 않다.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에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유연화, 비정규직화에도 철저히 반대해야 한다. 이는 비정규직 철폐의 깃발을 높이 들고 현재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시키는 투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질이 걸린 문제다.
교섭과 노동조합 체계를 넘어 현장을 총력 조직하자!

 

앞으로 주간2교대가 시행되면 우리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문화가 바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기존의 관성대로 교섭단과 노동조합을 바라보기만 하다가는 예전처럼 잘못된 합의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도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힘에서 밀려 임금 뺏기고 노동강도만 엄청 세진 누더기가 된 주간2교대가 될 수 있다.
 

이제 예년처럼 교섭에만 기대지 말자. 현장의 활동가들이 총력으로 투쟁을 조직하고, 조합원들도 적극적으로 직접 투쟁에 나서자. 말로만 지도부를 비판하지 말고 행동으로 앞장서자.
 

또한 노동조합은 즉각 아래로부터 힘이 모일 수 있도록 투쟁 계획을 배치하자. 지난 2주간 시범운영을 통해 조합원들의 열망과 의지를 확인했다. 노동조합이 투쟁을 나선다면 조합원은 이에 즉각 호응할 것이지만, 반대로 투쟁을 회피하며 조합원의 의지를 외면/배신한다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교섭과 노동조합 체계에서만의 대응이 아니라 현장의 힘을 모으는 총력 대응 체계를 구축하자!
 

이번 투쟁, 결사투쟁의 각오로 준비하자. 그리하여 심야노동 완전 철폐, 노동시간 단축, 월급제(생활임금) 쟁취, 설비 투자/인력 충원, 노동강도 완화! 현장의 투쟁으로 쟁취하는 원년으로 만들어가자! 노동이 살 맛 나는 세상, 노동해방의 세상을 향해 한발 두발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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