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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13. 전태일 노동자대회 특보]

위기의 자본가 세상,
이제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 되자!
 
자본주의, 레임덕을 맞이하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이미 공공의 적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쇄신을 둘러싼 내부 분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권력의 위기>는 정부와 집권 여당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박원순과 민주대연합의 ‘당선’이 곧 그것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이명박과 한나라당만은 막아보고자 박원순을 뽑았다”는 게 유권자들의 이야기다. 실제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 아무도 지지받지 못하는 상황, 오늘날 자본가 정치의 현실이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상황이 더욱 분명해진다. 11월 8일, 이탈리아의 연립정권은 분열되었고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바로 다음날,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정권도 전격 퇴진했다. 전 세계 자본가 정부들이 권력 유지에 실패하고 있다. 자본가 권력이 사분오열하여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자본가 지배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노동자의 힘
     어디에서도 정부와 집권 여당을 무너뜨린 것은 야당이 아니었다. 자본가 정당이 아니었다. ‘아무도 지지받지 못하는 자본가 정치의 현실’에서 드러나듯, <노동자계급의 분노와 투쟁>이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자본가 권력에 균열을 낸 직접적인 동력이었다.
     경제위기의 도래 이후 한 달에도 몇 차례나 반복하면서 수년간 지속돼온 총파업이 없었더라면, 결코 정권 총사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월가점령운동 동조시위에 수십만 명씩이나 모여 자본가 세상에 반대하는 열정이 없었더라면, 정권을 분열시키고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끌어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08년 촛불부터 이미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이 누적, 표출돼왔다. 단 한 순간도 노동자의 투쟁이 중단된 적이 없었다. 실업과 빈곤으로 인한 고통, 이를 조금도 살피지 않는 권력에 대한 분노, 그리고 투쟁. 이것이 MB정권을 레임덕으로 몰아넣은 원동력 아니었던가? 이것 없이 박원순과 민주대연합의 약진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자본가 세상을 유지할 것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본가 정권이 물러난 자리에는 또 다른 자본가 정권이 들어서고 있다. 노동자계급이 스스로 정치적 대안으로 우뚝 서지 못한 결과, 투쟁의 성과가 자본가계급의 일 분파, 야권에게 넘어가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노동자계급의 지도부를 자임하는 자들이 자본가 권력의 유지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권연합, 민주대연합>의 이름으로 말이다. 믿을 사람이 따로 있지, 자본가계급을 믿는단 말인가? 그동안 우리가 속고 배신당한 게 도대체 몇 번인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그들의 작품이었다. 한미FTA가 그들의 작품이었다. 집값 폭등, 등록금 폭등의 주범과 함께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박원순과 안철수는 또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들은 아무리 잘 봐줘야, ‘착한’ 자본가 아닌가?

구제불능 자본주의를 무덤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고용 축소(실업), 임금 삭감과 복지 축소라는 죽음의 칼날을 휘두르지 않고서는 제 목숨을 연명할 수 없다. 그뿐인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등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
     그런데 너무 많은 채찍질이 저항만 불러오니, 이제 당근을 내밀며 사기를 치기 시작한다. 복지를 늘리겠단다. 부자한테도 세금을 많이 걷겠단다. 무분별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자제해보겠단다. 심지어는 과거를 반성한다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말대로 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본가 세상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고쳐 쓰자고? 언제 자본가들이 우리의 아픈 몸이라도 제대로 고쳐준 적이 있었던가? 일하다 다쳐도 말도 못하고 기계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에 떨며 살아온 우리다. 이 지긋지긋한 체제를 고쳐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고쳐봐야 자본가 세상, 노동자가 착취, 억압, 무시 당하는 세상이다.

이제 노동자의 세상을 건설하자!
     이제 다시는 권력을 자본가계급에 넘겨주어선 안 된다. 노동자 스스로 권력을 갖고 노동자 세상을 건설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계급의 혁명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혁명정당은 국회의원 자리 몇 석 차지하고 자본가 정당과 정치노름이나 하는 그런 당이 아니다. 언제나 노동자투쟁의 현장에 함께 하며, 계급투쟁을 노동자 권력 쟁취 투쟁, 노동자 세상 건설 투쟁으로 발전시킬 그런 당이다. 노동자계급의 투쟁 성과물을 자본가계급에 갖다 바치며 노동자 세상 건설을 방해하는, 자본가 세상 유지에나 일조할 민주대연합당 및 진보정당(진보대통합당)은 갖다 버리자.
     더 중요한 것은 한 명 한 명 <스스로의 혁명적 결단>이다. 세계적 경제대공황과 이로 인한 계급적 분노와 투쟁의 격화는 갈수록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계급의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계급의 위기로 전가시키려는 자본과 기회주의 정당들의 술수에 당할 것인가? 결단의 투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장을 멈추는 대중파업이라면, 자본가계급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민중총궐기라면 승리는 가능하다. 노동자 세상 건설이 가능하다. 쫄지 말자! 경제위기를 혁명기로 발전시키자!
 

죽음의 세상, 자본의 세상을 멈추기 위한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투쟁을 만들어 나가자!
 
자본의 위기가 불러올 폭풍우!
민주대연합은 노동자계급의 방파제일 수 없다

     노동자계급에게 믿고 따라야 할 정치적 방향이라고 제기되고 있는 민주대연합! 노동자계급 운동을 자본가정당에게 기대고 읍소케 하여 비주체적이고 움츠러들게 만드는 민주대연합 노선! 멀리 갈 것도 없이 한진 투쟁에서도 여실히 실체가 드러났다.
     한진 희망버스 투쟁이 진행되고 쌍용차에서 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어나갈 때, 이 노선에 충실한 이들은 민주대연합으로 가기위해 부단한 ‘노력’ - 진보소통합이 우선이다, 대통합으로 가야한다, 국참당이 진보정당이니 아니니, 유시민이 한미FTA에 반대했느니 안했느니! - 을 마다하지 않았다. 진보양당의 ‘당 대회 소동’이후 지금 이 시각에도 진보통합, 야권연대는 멈추지 않고 탄력 받아 진행 중에 있다.
     민주대연합은 노동자의 정리해고와 죽음의 문제에서 자꾸 투쟁을 부차화시킨다. 야권연대에 힘입어 국회에서 정책으로 풀 문제지, 노동자투쟁 가지고는 안 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야권의 약속 이행을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절하고 치열한 투쟁을 자꾸 야권연대의 뒤로 돌리지 마라. 이는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투쟁으로 현실을 돌파하고 노동자의 세상을 쟁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 즉 노동자계급 정치운동과 대립한다.
     정동영이 한진을 규탄하고 쌍차의 주검 앞에 눈물 흘리고, 유시민이 예전의 반反노동자적 행각을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가? 찬성! 더 권장한다. 그러나 이것이 자본가정당과의 연대(야권연대)를 합리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나아가 노동자계급과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자본가정당과 선거연대를 한다면, 더 이상 노동자계급의 우군인 진보진영이기를 포기하고 자본가정당 운동으로 합류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분열책이요, 대중을 기망하는 이적행위이기 때문이다.

권고안으로 일단락된 한진중공업 투쟁!
2011년 노동운동의 현주소!

     한진중공업 투쟁은 정리해고를 완전히 철회시키지 못한 채 불완전하게 일단락되었다. 한국노동운동이 자랑해온 조직된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구조조정․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없애겠다는 강력한 가두투쟁이 수반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며, 당리당략에 얽힌 자본가 정치세력들의 타협안(권고안)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쟁은 김진숙 동지의 309일 고공농성과 아래로부터의 동참에 의한 5차례의 희망버스 운동 등 소중한 성과를 남겼다. 이것이 없었다면 1년 후 재취업이 보장되지 않음은 물론, 조남호와 국회는 아직까지도 ‘정리해고’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을 것이다.
     한 노동자의 엄청난 모험과 희생, 기나긴 날 수많은 선량한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전세를 반전시켜나갔다. 그러나 배를 째라는 이재용 한진 자본에 맞서 권고안 이상으로 나가지는 못하였다. 노동자계급 대오의 든든한 뒷심이 받침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김진숙과 정투위 동지들만큼 해고의 절박성에 부응하지 못하였다. 지도부는 ‘한진 정리해고 투쟁’에 간직된 현 한국사회 노동자-자본가 간 첨예한 계급대립의 상징과 실체를 애써 회피하였다. 한진 정리해고 총파업 - 김진숙, 희망버스 총파업이라 불러도 좋다. 그러한 정세는 연출 되었으니까. - 즉 해고의 살인을 일상으로 부르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뚫고 나갈 노동자계급의 유일한 전선과 반격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노동자 총파업을 조직하기는커녕 양보안을 제출하여, 정투위 동지들이 권고안의 굴레를 부수는 데 장애를 만들었다. 희망버스 운동 역시 권고안에 숨겨진 ‘해고 인정’의 기만성을 폭로하거나, 정리해고 문제를 더욱 더 정치적인 쟁점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자본의 위기 시대,
국가권력의 갈 길은 정리해고․비정규직 확대!
노동자계급의 갈 길은 철폐의 구호로 투쟁의 주체가 단결하는 것!

     "누가 죽었나요? 사람이 죽었나요? 정리해고자가 죽었나요? 희망퇴직자가 죽었나요? 왜 죽었나요? 정리해고 때문인가요? 카드빚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선가요? 가정이 파탄 나서, 아니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입니까? 웃기지 마세요! 세상의 양심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정의가 죽었고 상식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 땀 흘려 일만 한 사람은 지지리도 못난 놈이 되어 쓰다버린 휴지조각처럼 길거리에 버려지는 세상, 이 야만의 세상이 살인! 백주대낮에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을 하고 있습니다! … 공장을 멈춰라! 생명이 먼저다! 살인을 멈춰라! 사람이 먼저다!" (쌍용차 17번째 죽음, 고 김철강 추도시 - 오도엽)
     97년 IMF 사태시에 한국에서 발생했던 현상이 그리스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긴축재정, 공공 구조조정, 민간 복지 축소 등으로 불린다. 유럽의 위기가 한국의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순간, 상황은 그리스에 가해지는 노동자 공격과 유사할 것이다.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를 거두지 않는 한, 즉 자본주의 사회를 철폐하지 않는 한, 대공황의 늪을 빠져나갈 방법이란 노동자를 죽이는 것 - 다수 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비정규직화! - 밖에 없다. 1차대전, 2차대전, 97년 IMF 구제금융이 말해주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뜨거운 여름 희망버스 투쟁에서 우리가 외쳤던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과거를 넘어 미래적 구호였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가 현존사회에서 불가능하다면, 이를 바꿀 일이다. 공장을 멈추고 세상을 멈춰서, 살인을 멈추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

     해고된 노동자와 비정규직,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대오를 앞장서자! 투쟁의 구심이 되자!
     김진숙과 희망버스 투쟁을 엄호, 발전시켜 내지 못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관료화된 조직구조에만 얽매여서는 희망이 없다. 아래로부터의 투쟁, 나로부터의 투쟁을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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