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메일] 파시즘

2011/06/30 13:04

* 출처 : [아트앤스터디 지식메일] http://www.artnstudy.com/sub/community/minerva.asp?clip=C

 

개인은 없다.

 

2차 대전을 일으켜 지구를 피로 물들인 공포의 이름, 나치즘[Nazism]과 파시즘[Fascism]-놀랍게도 이 잔인한 분파는 그들의 당수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죽고 추축국이 패전한 다음에도 스페인의 프랑코와 아르헨티나의 페론을 통해 살아남았으며, 지금도 정치, 경제 상황이 불안한 사회에서 언제든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현재진행형' 우익 집단이다. 그들은 인류의 공존을 무시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극단적인 배타성을 띤다. 너무 자주 들어 지겹지만, 자칫 방심했다간 큰일을 저지를지 모를 이 음흉한 세력은 누구인가?

 

같으면서 다른 얼굴, 나치즘과 파시즘

 

나치즘와 파시즘은 '동일한 하나'의 두 측면이다. 그만큼 둘은 서로 닮았다. 이탈리아의 파시즘은 '위대한 이탈리아' 건설을 최대 목표로 삼았으며, 독일의 나치즘은 '위대한 독일' 건설을 절대 과제로 두었으니, 이들은 강력한 '국가' 건설을 위해 필연적으로 민족 유대를 강조하고 영토 확장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나치의 깃발바탕이 '민족, 피'를 상징하는 붉은 색인 것과 무솔리니의 깃발 중앙에 고대 로마 군인들이 행군 때 사용했던 '파쇼(fascio)'('단결'을 뜻하는 이 단어에서 파시즘이란 명칭이 유래했다고 한다.) 가 그려져 있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고대 로마의 재건을 꿈꿨던 이탈리아가 '국가'라는 시스템을 강조한 반면, 나치는 자신들의 게르만 '혈통'을 지나치게 부각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여러 인종의 집합소였던 로마 제국을 모델로 삼았기에 반유태주의 성향이 크지 않았지만, 나치는 다윈의 『종의 기원』에 나타난 가설, '종 간에는 생존 투쟁이 벌어지며,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를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했다. 게르만 족은 역사적으로 다른 인종을 지배해 온 우월한 종이기에 열등한 종을 지배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생존 투쟁에서 진 인종이 제거되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라는 인종주의(racism) 앞에서 천부인권은 무용지물이다. 만약 열등 인자가 살아남고 싶다면, 우월 인자의 지배를 받아들여 허드렛일이나 하며 겨우 목숨을 유지해야 할 뿐이다.

 

나치의 우생학[eugenics]과 인종 개량 'T-4 작전'

 

나치는 유대인만 학살한 것이 아니었다. 우생학에 뿌리를 둔 인종 개량 프로그램인 T-4 작전을 발동시켜, '게르만의 우월성에 흠집을 내고 국가 예산을 좀먹는' 동족의 장애인, 정신병자를 어른, 어린이 할 거 없이 안락사시켰다. 추후 그 대상은 노인 및 전쟁 중 부상을 입은 참전 용사에게까지 확대되어 총 사상자가 20만 명에 이르렀다.

또한, 우월한 자손을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알코올 중독자나 45세 이상의 여성, 신체적 결함이 있는 사람 등 40만 명을 강제로 불임 수술 시켰으며, 반대로 건강한 신체와 높은 지능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남녀를 모아 혼인을 장려하거나 동침하도록 강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아이들이 패전 후 비난과 멸시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 쉽게 유추할 수 있으리라.

 

비합리성의 극대화

 

당신은 타당한 근거를 중시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신화와 웅변 혹은 유행에 크게 영향받는 감정적인 사람인가? 라이프니츠, 피히테, 헤겔, 니체, 하이데거 등 수많은 철학자를 배출한 냉철하고 논리적인 독일인이 어떻게 잔혹한 히틀러에 그토록 열광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나치는 무기력하고 불안할 때 자신보다 강한 힘에 쉽게 휘말리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십분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정치, 경제적으로 위태롭던 당시의 자국민에게 풍족하게 살게 해준다는 공략과 '선민사상'을 선물했다. 다른 인종을 밟고 올라섬으로써 불만과 열등감은 극복되고 민족의 일체감은 커졌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비합리성'은 이렇게 극대화되었다.

 

나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유사 파시즘'

 

나치와 파시즘을 가장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용어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 혹은 '국가 우선주의(statism)'일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없다. 국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며 민족의 양심과 문화를 대변하는 거대한 힘이자, 독자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실재이기에 언제나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숭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인간은 각자의 개성과 차이조차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보잘것없다.

무서운 일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행위가 '그것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영역에서 의도적으로 공공연히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별다른 검열 없이 보다 다양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국익이 강조된다. 나에게서 충성심과 감동 심지어 비장함을 끌어 낸 몇 가지 사례가 실은 '유사 파시즘'은 아니었을까? 민족주의가 심해지면, 더 이상 개인은 없다.

  
  Written by cowgirlblues (cowgirl@artnstudy.com)   
참고문헌 『역사의 이해와 해석』(이주영, 건국대 출판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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