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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시(ふかし[吹かし])-품재기

국립국어원(원장 남기심)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http://www.malteo.net)'사이트를 개설, 일반 국민을 참여시켜 함부로 쓰이고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매주 하나씩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광복 60주년에 즈음하여 “실제로는 별 볼일 없으면서도 남에게 대단하거나 멋있어 보도록, 어깨나 눈에 잔뜩 힘을 주거나 목소리를 착 깔거나 말을 과장하여 하는 따위의 일”을 속되게 이를 때 쓰는 일본어 ‘후카시(ふかし[吹かし])’의 다듬은 말로 ‘품재기’ 를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광복 이후, 일본어 잔재를 없애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꾸준하고도 줄기차게 말 다듬기를 해 왔습니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이제 공식적인 자리의 대화에서는 일본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일본어가 우리말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난지라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아직도 많은 일본어가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앙코, 소바, 지라시, 노가다, 와쿠, 앗사리, 나시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하여 광복절이 있는 8월 한 달 동안 우리 주변의 일본어 잔재를 찾아 우리말로 다듬어 보는 기회를 가져볼까 합니다. 그 첫 번째로 다듬을 말은 ‘후카시’입니다. 이 말은 현재 분야에 따라 약간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는 오토바이, 자동차 따위의 엔진을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일을 가리킬 때 씁니다. 보통 ‘엔진에 후카시를 넣는다’와 같이 씁니다. 반면에, 미장원에서는 ‘머리를 부풀려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일. 또는 그런 머리’를 가리킬 때 ‘후카시’를 씁니다. 국립국어원은 후자에 한하여 ‘부풀이’, ‘부풀머리’로 다듬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상 언어생활에서 '후카시'는 이와는 좀 다르게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별 볼일 없으면서도 남에게 대단하거나 멋있어 보이도록, 어깨나 눈에 잔뜩 힘을 주거나 목소리를 착 깔거나, 말을 과장하여 하는 따위의 일'을 속되게 가리킬 때에도 '후카시'가 쓰이는 것입니다. 보통 '후카시를 넣다', '후카시를 잡다'처럼 씁니다. 이런 뜻의 '후카시'에 대해서는 아직 적절한 우리말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립국어원은 다듬을 말로 ‘후카시’를 선정하여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이 말을 대신하여 쓸 수 있는 우리말을 공모하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모두 475건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 가운데 ‘후카시’가 ‘후카시하다’, ‘후카시를 넣다’, ‘후카시를 잡다’ 따위의 표현으로도 빈번히 쓰이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표현의 ‘후카시’도 아울러서 쉽게 유추하여 대신할 수 있는 ‘빈멋’, ‘부풀멋’, ‘품재기’, ‘겉멋떨기’, ‘덧거리짓’ 등 다섯을 적당한 우리말 후보로 간추렸습니다. 그리고 이들 다섯을 후보로 하여 지난주(2005.8.3.~8.8.)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다시 투표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총 706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빈멋’은 76명(10%), ‘부풀멋’은 56명(7%), ‘품재기’는 318(45%), ‘겉멋떨기’는 202명(28%), ‘덧거리짓’은 54명(7%)이 지지하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품재기’가 ‘후카시’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습니다. '품'은 '행동이나 말씨에서 드러나는 태도나 됨됨이(=품새)'를 가리키는 우리말이고, '재기'는 '잘난 척하며 으스대거나 뽐내다.'라는 뜻의 동사 '재다'의 명사형으로서, 이 둘을 합쳐 새로 만든 말이 '품재기'입니다. ‘후카시’가 잘난 척하며 으스대거나 뽐내는 태도를 드러내는 일이므로 ‘품재기’로 바꿔 쓰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앞으로 이 말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회원님께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난주(2005.8.3.~8.8.)에는 일상 언어생활에서 ‘우연이나 행운으로 일어나는 일’ 또는 ‘진짜가 아니거나 실제와 다른 것’을 비아냥하거나 속된 뜻으로 이를 때 쓰이는 영어 ‘플루크(fluke)’에 유래한 일본어식 발음인 ‘후롯쿠(フロック)’를 대신할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모두 320건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후롯쿠(フロック)’는 애초 당구에서 ‘우연이나 행운으로 일어나는 일, 곧 공이 우연히 맞음’을 뜻하던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우연이나 행운으로 손쉽게 어떤 목표를 성취하는 일’ 또는 ‘후롯쿠 카운슬링’처럼 ‘진짜가 아니거나 실제와 다른 것’을 비아냥하거나 속된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 하여 국립국어원은 이런 쓰임새에 초점을 맞추어 다음 다섯을 투표 후보로 골랐습니다. 회원님께서는 이 가운데 어느 말이 좋으신가요?

 

 

 

 

 한편 이번 주 8월 10일(수)부터는 ‘가족 대신 노인을 보살펴 주는 일을 하는 사람. 또는 그런 직업’을 가리키는 일본식 영어 실버시터(silver sitter, 일본어로는 시루바싯타[シルバー-シッター])’를 대신할 우리말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부디 회원님께서도 이번 주 중 저희 사이트를 찾아 주셔서 외래어 ‘후롯쿠(フロック)’와 ‘실버시터(silver sitter)’ 의 다듬은 말을 결정하는 데에 직접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출처-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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