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흥미로운 설문 조사를 하나 했다. 말에 관한 여러 가지 명제를 주고 동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답하는 거였는데, 말의 의미와 목적을 분류해서 묻는 질문이 있었다. 그냥 아차, 싶었다.  말의 의미와 목적은 엄연히 다른 범주인 걸 모르고 혼동해서 생각하기에 벌어지는 삽질이 얼마나 많은가.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건 상대가 한 말의 의미가 아니라 그 말을 한 목적임을 새삼 깨달았다.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거나 상처받을 때, 그것은 그 말뜻 때문이 아니라 그 상대가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직관적으로는 알지만 이성적으로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말의 의미에 집착하지만 그런 행동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남의 말에 더할 수 없이 천착해서 수십 가지 해석과 주석을 덧붙이게 되는 때가 있다. 그게 마음에 걸린 말이라 수 일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경우건 혹 빛 좋은 개살구일까 걱정되는 경우건, 중요한 건 말뜻이 무엇일까가 아니라, 상대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내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했는가 생각해보는 게 훨씬 생산적인 일임을 몰랐구나 싶다. 말이 아니라 사람과 삶을 붙잡고 살아야. 지금 역시 내가 쏟아내는 말의 의미보다는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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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13:37 2011/01/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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