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식장에 갔다. 아마도 남편을 잃은 듯한 젊은 여자와, 그 아들로 보이는 네댓살 짜리 꼬마가 손을 잡고 나타났다. 오열하던 여자가 잘 들리지 않는 말을 꼬마에게 건넸다. "보고 싶으면 죽어", 라고 아이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는 그 아이의 편이었다.

그런 자리에서, 죽은 사람들과 아무런 관련없는 한 여자가 우는 척을 했다.

 

-->나는 왜 너그럽지 못할까? 모든 사람들은 문학과 창작을 배워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 토로를 하고 싶어 안달인데 최소한의 객관화 하는 방식은 배워야 서로들 꼴사납지 않을 수 있을 테니...

 

-->홍상수 영화는 언젠가부터 오락 영화가 됐다.

 

-->예술이나 꿈을 악세서리처럼 여기는 것도 참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다. 젊은 남자가 끔찍해지는 건 대부분 그런 이유다. 성취는 99%가 노력이다..만.

 

-->올해 한겨레문학상과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책을 읽었다. <굿바이 동물원>과 <아홉개의 붓>인데, 공모를 했으니 그중에 나은 것을 골라 상을 줘야 한다고 해도, 책에 붙은 호평이 정도를 넘어선다. 일단 선정하고 나면 상의 권위, 아니 그것을 고를 수밖에 없던 심사위원들의 권위 때문에 무조건적인 칭찬을 퍼붓어주는 것인가.. 문학, 출판계의 생리는 전혀 모르는 내 머릿속에도 그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읽고 난 전후로 아무런 달라질 게 없고 맘에 남는 문장 하나 없으며 기본적인 완결성조차 모자란 작품을 과하게 칭찬하는 걸 보니 민망스럽다.

 

-->일주일 내내 집에서 홀딱 벗고 있다. 더워서지만 기분이 좋다. 창문을 다 열고 알몸으로 집안을 활개쳐도 남의 시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가 좋은 집이다. 창을 열면 높이 자란 플라타너스 잎이 푸르다. 세 밤만 더 자면 또 떠나야 할 집이다. 가출 후 세번째로 몸을 붙인 집이고 그 사이에 나는 수십 개의 집을 봤다. 이제 최소 2년은 살 수 있는 집이 정해졌다.

 

-->내가 세워온 원칙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며칠 안으로 이사만 마치고 나면 모든 게 안정이 되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진짜일까. 사실 많은 문제는 내가 태어나서 가장 살찐 상태이기 때문일 수 있다. 살 빼는 주사를 맞으라고 한 남자가 있고, 살이 많이 쪘다고 하거나, 쌍꺼풀 수술을 하라고 한 남자들이 있다. 이들만이 믿을만하고 같이 놀 가치가 있는 남자 친구들인 것이다.

 

-->이사를 하면 침대는 없애고 책상만 둘 것이며, 매일 딱 한시간씩만 글을 쓸 것이며, 걸어서 출퇴근을 할 것이며, 자전거를 사거나 검도를 배울 것이다.

 

-->하지만 주말 동안에는 닭고기를 많이 먹고 모기를 많이 죽였다. 책과 영화와 만화책을 보면서 게으르게 시간을 보냈다. 몇 달 전까지도 내가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거나 친구를 자주 만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인 줄 알고 살아왔다. 사람은 자주 바뀐다. 하지만 밖에 나가 돌아다녀야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진짜가 아닌 말들을 했기 때문이다. 내세울 게 없으면 최소한 닥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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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9 23:33 2012/07/2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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