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가 홍성담의  <욕조_어머니 고향의 푸른 바다가 보여요>. 검색하니 이미지가 나와서 넣었는데 게재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립미술관에서는 80년대 민중미술전시 중이다. 그림을 보니 시 한 편이 따라 나왔다.

 

 

 

혜화경찰서에서

                                     송경동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려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왔다

난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왔을 뿐인데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탐엔탐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씨지 내용을 가져온다고 한다

함께 잡힌 촛불시민은 가택수사도 했고

통장 압수수색도 했단다 그리곤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일년치 통화기록 정도로

내 머리를 재단해보겠다고

몇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내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사막 모래산맥에 새겨진 호모싸피엔스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 몇천 미터는 채증해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 용기도 있고, 솔직하게, 그러니까 아름답게. 나를 밀고 나가면서. 절망과 치욕의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정신 자체가, 이성복 시인 말처럼 전방위적으로 미치게 아름다운 것이다. 소시민이란 참말로 가깝고 가슴은 금세 식는데, 나는 참 편리한 직업을 가졌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08/14 22:58 2012/08/14 22:58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peel/trackback/387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8 : ... 44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