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그는 군 입대를 앞둔 소년이었다. 먼저 입대한 친구 하나는 “광주에서 나쁜놈을 많이 죽여서 받았다”며 훈장을 자랑했다. 그는 광주에 간첩이 나타났다는 단신 기사를 본 적 있었다. 훈장 모양이 참 폼나 보였다.

 그에게는 광주 사는 여자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녀가 5·18 이후 서울로 찾아왔다. 분위기 좋은 다방에 데려갔더니, 그녀는 “밖이 시끄러워 무슨 일인가 싶어 대문 열고 나갔던 이웃이 총 맞아 죽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죽었다. 전쟁 같았다. 나는 겨우 살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애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그래서 나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나? 애가 좀 이상하네.’ 그녀 말이 사실이라면 TV나 신문에 나왔어야 하는 건데, 어디서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좀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커피만 마시고 나와서 그 뒤로 전화하지 않았다.

 나중에, 얼마나 나중인지는 모르지만 사실을 알았던 순간에 그는 “전두환을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래도 나를 믿고 서울까지 찾아왔던 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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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13:53 2013/05/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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