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사주를 봐주면서 너는 조직 안에서 극기하고 제련해야 하는 타입이다, 자꾸 조직에 반하는 기질이 튀어나오지만 반항 말고 너를 누르려고 노력해야 네가 더 나아진다고 했었다.

그 말에 수긍해 한풀 수그러져 수십 날을 지냈다.

건방지다, 위아래가 없다는 이야기는 학창시절을 거슬러, 대학시절에도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종종 쭉 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조직생활을 하기 어려울까 가끔 생각했지만 사실 무난하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잘 한다는 게 무얼까. 나는 원래 사과를 매우 잘하는 편이다. 잘못한 게 없더라도 사과는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다만 내가 화나는 것은 적어도 제 품위는 지킬 줄 아는 사람에게 모욕당하고 싶어서다.

친구는 입버릇처럼 수준 맞는 사람들, 말 통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어느 대학 이하 학교들은 따로 분리시켜서 일하면 좋겠다, 고 말한다. 대학은 하나의 표상으로 든 것이지, 그 속뜻을 알기에 안쓰럽다.

어쨌든, 나로서는 큰 관용을 베풀어 가며 조직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엄마. 엄마에 대해서만큼은 그냥 철없이, 대부분 그랬듯 엄마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란다. 엄마 앞에서는 그냥 덜 자랐고 그리 사려깊지 못한 딸로 남아 있고 싶다. 이제 그럴 수 없고 그래서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와 나의 위치가 뒤바뀌고 나면 나는 다시는 엄마를 갖지 못할 것 같아 무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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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17:16 2013/06/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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