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꽁!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도 시간을 이길 수는 없나봅니다. 결국 입춘이 왔고 지푸라기 처럼 변해버렸던 길가 풀밭에도 연하지만 푸르스름한 기운이 돋고 있습니다. 곧 따뜻한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봄이 오겠지요.

 

"베란다가 언다고 세탁기를 돌리지 말래서 일주일째 빨래를 못하고 있어"

 

"어제 화분에 물을 줬는데 물이 빠지면서 그대로 얼어 버렸어요"

 

올 겨울 사무실에 출근하면 간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엠본부의 무한도전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하더군요.

 

"올 겨울은 추워서 싱글들이 집에 있기에 참 좋았다"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정말 추웠습니다. 싱글인 제가 집에 있기에도 추웠으니까요.

 

예사롭지 않은 강추위에 5톤 트럭을 운행하시는 아버지께 안부 전화라도 한통 드려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결국, 가장 추웠던 날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많이 춥지 않으시냐는 제 물음에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차 기름이 얼어버려 차가멈췄고, 기름을 녹이느라 길에서 몇 시간을 떨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올 겨울, 저는 추위에 꽁꽁 얼기도 했지만 그 추위에 길에서 꽁꽁 얼었을 아버지에게, 그 많았던 추운날들 중에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가장 추운날 달랑 전화 한통 넣는 딸내미의 냉랭함에 그만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봄이 오기 전, 올 겨울 우리 간사들을 꽁꽁얼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이 답해주셨습니다. 바쁜 업무중에도 성의껏 답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올 겨울, 당신을 꽁꽁 얼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동엽 : 기록적인 추위로 낫지 않는 감기.
군생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에서 지내서 추위에는 무딘 편인데 올 겨울 서울의 추위는 장난 아니었다고 기억될 듯하네요.

 

안진걸 : 2월 8일 엄청난 민생예산 삭감을 동반한 미친 날치기 였네요. 겨울 내내 그게 제일 시렵고, 서럽고 그랬죠. 그 와중에 미친 등록금의 나라 까지 나와서.. 미친 날치기, 미친 소말리아 작전(사람 마구 죽인것을 찬양...) 미친 등록금 고지서(2월달부터 집집마다 도착) 미친 시리즈들이 제 마음을 꽁꽁..

 

이선희 : 추운 날씨와 그로 인한 감기, 조직 개편에 따라 야근이 증가하는 분위기,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친구의 말(사생활이라 내용을 밝히기는 어려움 ㅋㅋ)

 

송은희 : 늘어가는 주름? ㅋㅋ

 

차은하 : 날씨 땜에 꽁꽁꽁!
사무실보다 추워 들어가기 싫었던 집, 추우면 현관 자동문이 고장나버려 긴장했던 퇴근길.
그래도 따뜻한 사람과 살아서 행복해요. ㅎㅎㅎ

 

천웅소 :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가 얼어서 빨래하기가 힘들었어요. 참고로 제가 빨래 담당임.지난 주에는 드디어 급수 밸브의 플라스틱 부분이 얼어서 깨진바람에 대학가 근처의 셀프빨래방에 가서 세탁하고 왔답니다.

 

이은미 : 영하권 날씨 ㅋㅋㅋ

 

이진선 : 주원이...ㅋㅋㅋ
 

송윤정 : 9번 마을버스. 시청 앞은 사무실 앞보다 더 추워요.

 

김희순 : (부모님 왈) 일당 3만원 받으면서 7만원짜리 (속도위반) 딱지 날라오면 어쩌자는거야~ 꽁꽁꽁...

 

이계정 : 구제역. 가슴아프고 화나지만, 나와 상관없는 일로 외면하고 있다. 농민 기자가 필요해~

 

황영민 :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2월의 어느날, 새벽 1시에 잠옷 바람에 전화기도 없이 베란다에 갇혀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세요 ㅋㅋㅋ 30분이면... 발모가지가 부러져도 3층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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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평협 소식지 '세참' 편집장 신미지 입니다

Posted by 편집장

2011/02/10 18:58 2011/02/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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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참(세상을 바꾸는 동지들의 이야기) 편집장 신미지 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새참은 '일을 하다가 잠깐 먹는 음식' 입니다. 물론, 참여연대 평간사협의회 소식지 '세참' 과는 표기가 다르지만, 그 음은 같습니다. 

 

두 번째 창간준비호로 발행되는 평협 소식지가 참여연대 간사들이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뭔가 허하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새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는 창간호로 준비되었어야 했으나 급하게 창간호를 내기 보다는 조금 더 다듬어 완성도를 높인 창간호를 발행하고자 두번째 창간준비호로 내놓습니다. 창간호는 새로운 형식, 새로운 편집으로 다음호부터 찾아뵙겠습니다.

 

이번 준비호부터 새로 구성된 편집진들의 기고가 시작됩니다.

 

머리를 움직이는 만큼 몸을 움직이는 활동가의 사진이야기 김민수 간사의 '시민운동가의 꿍푸',
참여연대의 발자취가 담긴 참여사회를 친절하게 다시 읽어 줄 황영민 간사의 '참여사회  뒤집어보기',
잘 알려지지 않은 명반과 명곡, 사회적으로 톺아볼 만한 음악을 소개해 줄 장동엽 간사의 '히든 트랙',
생태주의, 권위주의, 여성주의, 비장애인 중심주의 등을 통해 참여연대의 조직문화를 점검하는 이선희 간사의 '함께 걷는 한 걸음', 
속닥속닥 영화나 TV 프로그램에 관한 수다, 신미지 간사의 '저랑, 같이 보실래요?'

참여연대 내 모임, 동아리, 신입 간사등의 소식을 전할 천웅소 간사의 '소개합니다',

 

그리고 창간호 부터 발행 될 지속적으로 발전할 평협을 위한 글, 인터뷰, 기고 등을 전할 천웅소 간사의 '지속가능한 평협'

 

 

뻔한 말이지만, 많은 관심과 피드백만이 평협 소식지 '세참'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 줍니다. 하여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가 즐거운 소식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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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평협 소식지 '세참' 편집장 신미지 입니다

Posted by 편집장

2011/02/10 17:40 2011/02/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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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글. 우리 안의 민주주의와 노동조합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위는 건강권 위협에 대한 불안감 시작되었으나, 이후에는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핵심적인 화두가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 하는 시민들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광우병 촛불시위가 보여준 민주주의는 불완전 하다. 민주주의에 대해 이중(혹은 다중) 잣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독재적 국정운영은 반대하면서도 교육, 주거, 일자리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옹호하면서도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운동진영 일각에서도 표리부동한 모습은 나타났다. 당시 모 대학교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총투표 절차도 무시한 채 동맹휴학을 결정했다. 타인의 비민주성은 보아도, 자신의 비민주성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이 '내 안의 이명박'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참여연대는 설립 이후 다양한 권력감시 운동을 펼치면서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참여연대 내부의 민주주의의는 얼마나 성숙하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가령, 참여연대에는 평간사협의회는 있으나 노동조합은 없다. 시민단체는 특정한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노사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조합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활동가는 엄연히 임금을 받고 고용된 노동자다. 명확한 의미의 사측은 없어도, 명확한 의미의 노동자는 존재한다.

 

전통적 노-사 관계에서 사측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임금 및 복지에 관해 요구할 권리도 불필요 한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때 월급을 챙겨주기도 열악한 재정상황에 처해있었다. 그로 인해 임금을 '협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참여연대는 재정적, 인적, 사회적 측면에서 상당히 성숙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도 변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노동조합이 없다고 해서 참여연대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해왔던 것은 아니다. 그간 열악한 임금 및 복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들이 있었고, 활동가들에 대한 처우는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평간사협의회만으로는 '평간사'라는 위상에도 한계가 있으며, 동등한 의사결정 주체로 존중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나, 노동자들의 권리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노동조합을 포함해 내부적 민주주의를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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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혼자 걷는 열 걸음이 아니라 '함께 걷는 한 걸음'에 의해 발전합니다. 사회적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참여연대가 내부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주의, 권위주의, 여성주의, 비장애인 중심주의 등 다양한 가치를 통해 참여연대 조직문화를 점검해 보고자합니다. 통찰력이 부족한 개인이 쓰는 글이라 한계가 많겠지만, 이 글을 통해 조직문화에 대해 활발한 논의와 개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bluespring

2011/02/10 13:15 2011/02/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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