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10/28 10:35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1. 서울시장 선거가 끝났다. 제도권의 선거에 그닥 관심도 없는데 이번에는 마뜩치는 않았지만 투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강력하게 '그 사람은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차근히 고민해볼 문제이다.

 

#2. 이 글을 쓴지 한달여가 넘었는데 그 사이에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대량 징계를 당했다. 징계인원이 벌써 200명이 넘었는데 300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아산, 영동 공장 조합원의 절반가량이 징계인 샘이다. 중노위는 한진중에 대한 심의를 연기했고 국회의 권고안을 받기로 했던 사측이 디테일을 적극 활용하여 권고안의 의미를 뿌리채 흔들고 있다. 바람이 더욱 차졌는데 크레인 위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지난 주에 검진을 다녀온 사업장도 정리해고 이후 징계, 노노갈등, 반토막난 임금, 엄청난 노동강도로 사람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우울한 기운이 흐르던 그 사업장. 서울시장 선거이후 많은 사람들이 승리감 또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난 여전히 무겁고 어렵게 느껴진다. 서울시장이 이런 일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겠지만 뭔가 그들만의 리그같기도 하고 다른 세상의 이야기같기도 하고 먼 타국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3. 꾸준히 그 자리에 서서 뭔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앞에 서 있는 것 같아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초심과 처음의 고민을 지키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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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주간연속2교대 투쟁을 계기로 폭발(?)한 측면이 있지만 몇 년 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도 주간연속2교대를 가지고 파업을 하기도 했었다.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작년 9월 30일에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는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하였고 2020년까지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해서 고용 창출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 모두에서 주 40시간제와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된다. 바야흐로 노동시간의 길이와 노동시간의 배치, 모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정의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노동시간의 보건학적 영향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노동시간의 절대적 길이와 상대적 밀도에 대한 것이고 이를 고려한 배치에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간의 길이가 연장되는 것에 대해 외적 연장(extensification)이라는 용어로 설명을 하기도 하며 같은 노동시간 안에서 업무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내적 연장(intensification)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여기에 교대제와 같은 노동시간의 배치 문제까지 포함되면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다양한 어젠다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전 국민이 24시간 불야성 사회에 익숙한 한국의 장시간 노동, 교대노동, 야간노동에 대해 적절한 언어로 정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대 노동의 형태와 빈도 같은 노동시간의 배치와 분할근무, 변형근로제의 도입으로 인해 매우 다양한 형태로 노동시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해가 떠 있는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 사이에 일하는 것을 ‘표준적’ 노동시간이라고 보고 이를 벗어나는 모든 형태의 노동시간을 ‘비표준적’ 노동시간이라 정의해 사용하고자 한다.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

 

역사적으로 생산성의 향상을 위한 자본의 일차적 목표는 노동시간의 연장이고 생산설비의 24시간 가동이다. 따라서 노동시간단축투쟁은 노자 간에 첨예한 접점을 형성하며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양상은 전 세계적으로 다르다. 혁명적 고양기에 이루어진 투쟁(1900년대 초반)에서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진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자본의 재공격이 이루어지고 실질적인 노동시간의 단축은 없거나 미미한 반면 생산성과 통제는 향상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1848년 프랑스 혁명당시 12시간법이 제정되었으며, 1917년 러시아 혁명과 잇따른 유럽의 혁명적 투쟁은 8시간 노동법 쟁취로 이루어져 왔다. 1935년 프랑스에서는 좌파가 내각을 장악하면서 주 40시간 노동법이 통과되었다. 이런 시기 노동시간의 규제는 원칙적으로 전 산업과 기업에 일제히 실시되며 사회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장기간 끈질긴 싸움에 의해서 개선을 쟁취해 가는 경우 노동시간의 규제는 하나의 산업부문으로 확대 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한편으로는 노동시간에서의 개선은 쟁취하지만 다른 노동조건이나 노동의 양상은 개악을 강요당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미국과 영국의 노동시간 단축이 이러한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며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노동유연화, 임금유연화의 결과로서의 비표준적 노동에 대한 자발적 동조

 

한국은 점차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져왔으며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불안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여 생산성 향상과 저임금 시급제 구조의 안착화와 함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일자리를 나누자고 했지만 정규직으로의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잔업과 특근을 통해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고, 장시간 노동을 해야지만 유지가 되는 구조 속에서 물량에 목숨을 걸고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바로 우리 아닌가? 

1996년 정리해고제가 도입되면서 한국 사회의 ‘평생 직장’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세계 경제의 호황과 불황에 따라 민감하게 생산을 조정할 수 있는 생산의 유연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다. 정규직이라고 하여도 회사가 살아남아야 자신의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한 노동자들은 벌 수 있을 때 벌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회사의 물량이 자신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물량을 맞춰주기 위하여 연장근무와 특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자발적 동조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작업조직의 유연화와 자본의 흐름에 맞춘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통해 비표준적 노동시간을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4년 장시간 노동의 건강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여기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관련한 노동시간의 연장을 다시 교대근무와 같은 근무 일정의 다양화와 노동일의 증가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히 노동자에게는 질병과 재해의 위험을 높이고 노동의 질과 임금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이러한 노동시간은 가족 구성원의 돌봄, 가족 관계의질, 가족 소득,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에 영향을 주게 되고 사업주에게는 생산성, 질, 질병과 재해로 인한 비용의 증가와 관련이 되며 전체 공동체 차원에서도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비용을 상승시키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개인, 가족,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업주에게도 영향을 주며 이는 사회적인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영향은 좀 더 구체적이다. 24시간 노동하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일 밖에는 모르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젊은 시절의 꿈과 희망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이다. 15년 넘게 연간 2,500-3,000 시간을 일 해온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쉬는 날 되면 쉴 줄도 모르고, 놀러갈 줄도 모르고, 어디에 가야 맛있는 곳이 있는지 안 가보니까 모르지요. 있을 때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벌어놓자. 그러다 보니 어느새 청춘이 다 지나가고 돌이켜 보면 벌써 40~50세, 정년까지는 많이 남았지만 그것도 잠깐이거든요. 나중에 좋은날이 오면 즐겁게 재미있게 살겠지 그랬는데 그날이 없네요. 항상 부족하고 힘들고 살아가는 게 너무 재미없이 살아가요. 매일 특근, 잔업, 야간근무 이렇게 살다보니 언제 봄이 오는지 언제 여름이 가는지 몰라요.” 

이렇게 일을 해왔건만 그들의 삶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시간당 임금이 정해지고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 시간제 임금체계에서 그들의 삶은 불안하다. 잔업이나 특근을 못하면 현재 받는 임금의 절반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그러니까 우리 애가 중학생인데 과외를 하거든요. 만약에 특근을 줄이면 과외를 못 받아요. 이게 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임금, 지출 이거를 줄여줘야만 어느 정도 임금이 감해도 생활이 가능하죠.” 

이렇게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삶의 전부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현재의 임금체계에서 노동시간은 수입과 직결이 될 수밖에 없지만 가족 및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 성원과의 관계, 자아 존중감과 정체성,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이러다 보니 자신의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다면 삶은 항상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비표준적 노동시간과 노동시장의 문제

 

한편 노동시간의 단축은 불안정한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고용형태별 근로시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 정규직의 월평균 근무시간이 195.7 시간인데 비해 비정규직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167.4 시간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세부 형태에 따라 다시 살펴보면 파견/용역 노동자는 월 평균 노동시간이 206.7 시간으로 정규직에 비해서도 월등히 긴 노동시간을 보였다. 기간제 노동자와 한시적 노동자의 경우에도 각각 월 평균 노동시간이 189.3 시간과 193.4 시간으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정규직의 짧은 노동시간은 일일 노동자와 단시간 노동자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러한 고용형태 이외의 비정규직의 노동시간은 정규직과 비슷하거나 더 길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임금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의 자료까지 포함한다면 아마도 한국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사람들은 영세 자영업자일 것이다. 실업과 반실업의 불안정성 속에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할 때는 장시간 노동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노동시간의 단축 문제가 해결하기 쉽지 않은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유럽의 국가들은 법정 노동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한편에서 시간제 노동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건강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간의 개선

 

따라서 교대제와 같은 노동시간의 배치 방식만의 변화를 가지고 한국의 노동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이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그 해결의 방향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의 건강영향이 일직선의 양반응 관계가 아니라 U자 모양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노동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노동시간이 긴 것만큼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이는 표준 노동시간 미만의 노동시간이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인한 것이고 이로 인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에는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가사와 육아를 위한 시간을 포함하여 생활시간을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부분의 업종에서 여성의 노동시간은 남성에 비해 짧다. 그러나 이들은 가사노동과 육아라는 이중부담을 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동시간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취약한 집단이라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여 년간 지속되어 온 노동자의 요구

 

잠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한번쯤 보거나 듣거나 배웠을 ‘메이데이’의 유래인 시카고 헤이마켓사건의 요구는 다름 아닌 ‘8시간 노동 쟁취’였다. 이 집회를 경찰이 유혈 탄압을 했고 이를 기념해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매월 5월 1일을 메이데이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인터내셔널이 채택한 연대 결의는 “기계를 멈추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하자”는 세 가지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제 치하였던 1923년 5월 1일에 조선노동총연맹에 의해 2000여명의 노동자가 모인 가운데 노동시간단축, 임금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며 최초로 행사가 이루어졌다. 일제시대, 한국 노동운동의 시작이던 그 시기에도 원산총파업과 같은 주요 파업의 요구사항은 ‘8시간 노동 쟁취’였다. 헤이마켓 사건 이후로 121년이 흐른 2011년에도 여전히 ‘8시간 노동’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고 심야노동을 하지 않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규는 폭력 속에 묻혔다. 여전히 한국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정도가 야간에 노동을 하는 비정상적인 나라이다. 생물학적 영향을 고려한 야간노동의 기준인 ‘오전 7시 - 오후 6시 이외의 시간에 노동을 하는 경우’를 적용한다면 전 국민의 대부분이 야간노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원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로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발전소의 노동자들도 3교대 근무를 하고 있고, 청소 노동자는 새벽 4시에 시작되는 노동을 하고 있으며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은 24시간 맞교대를 한다.

 

건강한 노동시간을 위하여

 

노동시간은 빈곤, 임금, 일상의 불안정성, 가족관계와 공동체, 건강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적정한 노동시간을 쟁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무엇이 아니다. 노동시간의 단축은 일자리의 질, 노동시간의 배치와 이에 대한 자율성, 시간압박, 노동강도의 문제가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젠더적 접근과 일-생활 균형의 측면에서의 고려도 필요하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를 가진 제대로 된 노동시간 단축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만큼 노동시간에 대한 주체들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본인의 시간을 필요에 따라 배치할 수 있는 시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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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8 10:35 2011/10/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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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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