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10/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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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날씨가 좋았다. 폭우가 몇일을 쏟아진 다음이라서 그런지 3일내내 날씨가 좋았다. 지금까지 여러번 지리산 종주를 했지만 3일내내 비나 안개나 눈을 하루도 안 만난건 처음인 듯. 거의 매년 지리산 종주를 했는데 작년에는 어찌어찌 하다 보니 한번도 못 갔고 올해는 꼭 가야 겠다 결심을 한게 히말라야를 다녀온 직후였던 것 같다. 빨간날이 줄줄이 붙어 있는 추석을 봐 버렸으니 반드시 가리라 결심했던 것.

 

간만에 간 지리산은 여전히 편안하고 여전히 반가웠다. 좋은 날씨 때문에 저 멀리 남해바다가 보이고 삼천포도 보이고 여수 앞바다도 보이는 그 경치는 정말 최고였다.

 

지리산 종주는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사이 머리 속이 가벼워지고 마음은 편해진다. 지리산에 올라 지금의 무기력을 좀 덜어볼까 했는데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몇 달을 버틸 힘은 찾은 것 같다. 또 이렇게 버티고 한 발짝씩 가다보면 뭔가가 잡히거나 잡을 수 있겠지.

 

우중충하고 어처구니 없는 뉴스가 난무하는 한국이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하늘 때문이 아닐까 싶다.

 

#1. 노고단에서 바라 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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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깊은 숲의 나무 등걸. 왠지 포근해 보여서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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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늘과 구름 그리고 햇빛. 정말 이번 종주에서는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구름의 종류를 본 것 같다. 아주 새파란 가을 하늘부터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높은 구름까지. 연하천에서의 짙은 안개를 시작으로 정말로 부서지는 것 같은 햇살과 구름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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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저 멀리 산이 끝나는 곳에 남해바다가 있었다. 삼천포에 있는 화력발전소의 굴뚝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남도의 지리에 밝은 분들은 보이는 봉우리가 어디인지까지 얘기해주시더라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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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름도 깊고. 산도 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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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촛대봉 근처의 하늘과 구름. 그리고 약간은 진부한 달력사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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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촛대봉을 지나 연하봉으로 가는길. 점점 구름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일출을 못 볼 수도 있겠단 불안감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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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장터목에서의 하루밤을 보내고 동이 터오기전 바라본 하늘은 구름이 잔뜩이었다. 다행히 안개는 끼지 않은 높은 구름이었다. 저 멀리 남해의 불빛까지 전해지는. 잘 하면 일출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나도 놀랍게 하늘의 높은 구름이 갈라진 틈을 따라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오래간만에 롤라이를 만지는 바람에 노출 조절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감동은 정말 컸다.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 틈에서 바라본 하늘. 정말 가슴이 먹먹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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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일출의 감동이 끝나고 부지런히 산을 내려갔다. 지리산 근처 어딘가에 흙집을 짓겠다며 내려간 지역동지들을 종주출발 아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내가 산을 타는 동안 그이들은 집에 쓰일 나무를 다듬었을 터였다. 그렇게 만나기도 어려울만큼 지역에서 바쁘기로 소문난 동지들을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지역의 현안같은 무거운 이야기도 있었지만 간만에 소소한 이야기들로 크게 웃고 크게 떠들었다.

아래 사진처럼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바라보면 저 머나먼 길을 어떻게 걸어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 머나먼 길을 숨을 고르며 땀을 흘렸던 한 발자욱들이 쌓인 것이다. 언젠가 문득 인생을 돌아보면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바라보는 것같은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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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래는 디카 사진. 사진은 역시 필름이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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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8 21:17 2010/10/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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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ptdoctor77님의 트윗

    Tracked from @ptdoctor77 / 2010/10/08 21:21  삭제

    추석 지리산. 정말 따뜻하고 찬란했다. http://blog.jinbo.net/ptdoctor/519 "가을 지리산의 구름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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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多不有時(wc)" 2013/11/05 1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의침묵,

    세상이 말해야 할때
    침묵 하시는 군요

    먹고살기에,세상의 말도 잊었습니까?

    얼마나 먹고 살기에 바쁘면
    말마저 잊었을까?

    지리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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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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