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이 노동정책의 쟁점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 9월 30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는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하였고 2020년까지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해서 고용 창출 기반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 모두에서 주 40시간제와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된다. 경영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한편 이로 인한 인건비 증가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의 문제는 임금과 생산성문제 이전에 노동자의 삶과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노동시간과 건강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간 단축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단초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노동시간이 건강에 영향을 주는 과정
장시간 노동은 생산성에 대한 압박에서 비롯된다. 생산 목표와 시간의 불균형은 절대적인 노동시간을 늘이는 방법과 작업 속도를 빠르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게 된다. 이는 육체적 노동강도 뿐만 아니라 정신적 노동강도를 강화시켜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주게 된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4년 장시간 노동의 건강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여기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관련한 노동시간의 연장을 다시 교대근무와 같은 근무 일정의 다양화와 노동일의 증가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히 노동자에게는 질병과 재해의 위험을 높이고 노동의 질과 임금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이러한 노동시간은 가족 구성원의 돌봄, 가족 관계의질, 가족 소득,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에 영향을 주게 되고 사업주에게는 생산성, 질, 질병과 재해로 인한 비용의 증가와 관련이 되며 전체 공동체 차원에서도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비용을 상승시키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개인, 가족,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업주에게도 영향을 주며 이는 사회적인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장시간 노동의 건강영향은 크게 급성기 반응과 장기적 영향, 부정적인 건강 행동과 관련이 있다.
건강영향
장시간 노동의 만성적 건강 영향과 관련하여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심혈관계 질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체력이 약한 사람에서 주당 근무시간이 46시간 이상인 경우 허혈성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하였으며 주당 61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에 급성심근경색의 위험이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월 휴일이 2일 미만인 경우에는 2.3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사고성 재해와 관련해서는 주당 노동시간이나 하루 근무시간이 길수록 재해율이 올라가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장애와의 관련성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교대근무와 야간근무가 포함되어 있는 장시간 근무인 경우 더욱 그 경향이 심하게 나타난다. 피로도 주관적 건강 인식, 위염과 소화불량 역시 일관되게 노동시간과의 관련성이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행동과 관련해서는 수면시간이 짧고 하루 근무시간이 9시간 이상인 경우 비만도가 증가하고 주당 40시간 일하는 경우에 흡연율이 증가한다는 연구들이 있으며 음주량이나 규칙적인 운동 실천률이 모두 노동시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외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사회적 건강과 관련한 부분이다. 노동시간과 활동력의 관계, 병가나 생산성의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일관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건강영향은 심혈관질환, 당뇨, 장해로 인한 퇴직, 신체적 건강에 대한 주관적 인식, 피로, 공복시 혈당과 관련한 것이다. 전반적 건강에 대한 주관적 인식, 심박수, 혈압, 흡연 등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많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도 있는 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고려해야 할 지점
OECD 국가 중 최장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시간은 분명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해결의 방향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의 건강영향이 일직선의 양반응 관계가 아니라 U자 모양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노동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노동시간이 긴 것만큼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이는 표준 노동시간 미만의 노동시간이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인한 것이고 이로 인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에는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가사와 육아를 위한 시간을 포함하여 생활시간을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부분의 업종에서 여성의 노동시간은 남성에 비해 짧다. 그러나 이들은 가사노동과 육아라는 이중부담을 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동시간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취약한 집단이라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무엇이 아니다. 노동시간의 단축은 일자리의 질, 노동시간의 배치와 이에 대한 자율성, 시간압박, 노동강도의 문제가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젠더적 접근과 일-생활 균형의 측면에서의 고려도 필요하다. 이는 전체적인 사회보장체계와 사회적 자원의 배치 속에서 그 상호작용이 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8시간의 노동, 8시간의 휴식,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8시간을 쟁취하는 것이 여전한 우리의 요구인 것이다.
<일터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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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바리 2011/04/06 1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6시간 vs 8시간]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재밌음...벌써 읽었나?
해미 2011/04/06 1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요. 아직 안 읽어봤어요. 다 읽고 빌려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