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9/28 19:09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몇일 잠을 계속 못 잤더니 얼굴이 누렇게 떳다구 우리 보건대행 간호사가

 

"선생님 20대 맞아요? 완전 삭았네. 삭아..." 이런다.

 

계속되는 그 대공장의 보고서 작업에 어제 아침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쪽집게 강의(의사 국가고시 보기 전에 중요한 핵심만 강의하는..)를 준비하니라 이틀을 고생했더니만 그런가 보다.

 

내가 국가고시를 보던 해에는 의사들이 의약분업땜시 파업을 한 해였다. 우리학교는 그 중에서도 소위 '강성'으로 소문난 학교였고 참석해도 "쟤는 원래 그래." 또는 좋게 봐줘야 "니 생각이 맞지. 우리도 같은거야. 교과서적 진료와 의권!"이라고 이야기하는 동기들이 얼굴도 보기 싫어 의사가 안 되면 그만이라는 자포자기가 있었던 시절이다.

 

교과서적 진료의 의미와 현실화 계획, 그리고 의권의 철학적 의미와 정치적 의미에 대해 논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 같은 거다라며 물을 타 거나 원래 좀 특이해서 말이 안 통하는 애로 찍어 놓구선도 철썩같이 출석을 불러대는 동기들의 파시즘이 끔찍하게도 싫었더랬다.

 

암튼... 평상시 하는 일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들을 공부하고 강의를 하는 것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학생이었다면 답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신경도 안 쓸텐데 (뭐... 나만 틀리는 건 아니니까...ㅋㅋ) 이건 틀린답을 가르쳐줘야 되는지라 이것저것 책을 찾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암튼...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예전 생각이 나서 사설이 좀 길었는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깨달았는데 우리 교과서의 제목이 "예방의학과 공중보건"에서 "예방의학"으로 바뀌면서 대폭 개정이 된 새 책이 올해 초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때는 별로 깊이 생각을 못 해봤는데 '공중보건'이라는 단어가 빠진것이 계속 맘에 걸린다.

 

예방의학은 질병의 원인과 분포등을 밝혀내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의 방식들을 배우는 것이라면 공중보건은 '의학'이란 말과 '보건'이란 말이 다르듯 정치/사회학적인 의미가 더 담겨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방의학은 굳이 공중(public)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집단'이나 '민중'의 전체 건강이 굳이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요새 불고 있는 웰빙바람이나 개인의 생활습관에 대한 수정,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 등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지금의 흐름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싶다. 아니면 미국처럼 개인적인 '예방'으로 환자를 보고 진료를 하는 접근방식을 택하는 거든지...

 

뭐든간에 바람직하지는 않은 변화인거 같았다. 우리가 배우는 것이 집단적이고 정치적인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거나 관리하는 방식을 배우는게 아니길 바라기 때문이다.

 

문제를 올 곧게 드러내고, 의학적인 치료와 예방에서 벗어난 사회적 치료와 의료를 이야기하고 민중들의 건강을 향상시킬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었던 '공중보건'이라는 단어를 다시 찾아야 하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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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8 19:09 2005/09/2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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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ngsili 2005/09/28 2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축문화사 교과서 제목이 바뀌었단 말씀? 오호... 본래 명칭(사회의학)으로 돌아가지는 못할망정, 공중보건을 빼버리다니... 근데 너가 왜 강의를 하냐? 스탭도 아니구 펠로우도 아니면서...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해 "전문의 자격증" 있는 분들만 강의를 하시라고 간곡히 말씀드려라... 너는 능력이 안 되어 도저히 못하겠노라고....

  2. 해미 2005/09/29 2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실이/ 그러게요. '사회의학'으로 바꾸는게 좋을거 같지요? 글구... 저두 학생들한테 쫌 미안하기는 했답니다. 이러니 제가 '스탭대우' 전공의 아니겠습니까? ^^

  3. 요하니 2015/04/13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짝 퍼갔습니다^^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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