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림, 여행, 책... 일상의 문화적 향유가 어떤 이미지로 남았는지에 대한 기록'에 해당되는 글 176건

Posted on 2004/11/21 23:30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모처럼 푸지게 잤다. 너무 자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푸~~욱 잤다. 토욜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두개의 회의는 쉴틈 없이 진행되어 저녁 7시에 끝났고, 이후 전범민중재판 의료인 기소인 총회에 잠시 참석했다가 후배가 일하고 있는 지역활동단체의 후원주점까지 들려 집에 들어간 것이 밤 12시경...(물론 모처럼 12시전에 들어간 날이었다. 울 오마니와 동생 왈! '일찍 들어왔네~~' 헉...) 자고 일어나 보니 TV에서 출발 비디오여행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론... 1시에 국회앞에서 있을 의료시장개방반대 의료인 시국선언에 가려던 계획이 늦잠으로 위기에 처한 순간...잠시 고민하다...걍 쉬기로 했다. 어제부터 시작된 우울모드가 가시지 않은 탓도 있었고, 지난주의 집중된 긴장이 풀어지면서 몸의 상태도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오늘 하루 팍! 쉬어버릴란다!라는 결의가 생겼다.ㅋㅋ 집에서 TV 리모콘을 만지작 거리며 엄마가 해주는 밥을 오래간만에 먹고, 귤 까먹고, 프링글스 한 통을 와그작 와그작 다 먹어치웠는데도 허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좀 여유가 생기면서 바야흐로 우울모드에 돌입하게 된 것임을 깨달았다. 이 상태면...당분간 지속될 수 있겠다 싶어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사실 그때까지는 이빨두 닦지 않고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향한 곳은 내가 젤루 좋아하는 극장인 시네큐브... 사람이 많지 않아 혼자 조용히 영화보기에 적당하고, 극장이 너무 작지도 않고, 좌석 사이의 거리가 있어 다리 뻗기에도 편하고, 영화가 끝난후에 한적한 광화문 밤거리를 걷는 낭만이 있는...그래서 좋아하는 극장이다.


영화는 (대충 다 아시다시피) 체 게바라의 20대 초반 남미여행을 그리고 있다. 그곳에서 젊고 패기있는 의학도에 불과하던 그가 어떻게 혁명의 영웅으로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을 수 있는 작은 계기들을 마련했는지에 대한 영화라고들 한다. 여행을 하면서 남미 민중들의 착취와 억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하면서 비로서 혁명에 대한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는...내용이다. 영화는 사막에서 만난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추방당한 부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광산의 인력시장에서 팔려가는 남루한 노동자, 살기가 힘들어 졌다는 민중들의 안타까운 목소리, 나환자촌에서 죽어가는 환자들, 안데스 산맥에서 스쳐지나가는 지쳐보이는 민중들의 모습을 통해 체가 느낀 것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여기에 촬영감독이 누군지 궁금할 정도로 멋지게 잡아낸 웅장한 남미의 풍광들이 로드무비로서의 손색없는 드라마와 여유, 웃음과 함께 이미지까지 준다. 거기다가 탱고, 맘보등을 아우르는 음악까지...잘 만든 영화임에 틀림없다. 또한 '나쁜교육'에서 내가 확~ 각인된 멋지고 섹시한 배우인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체의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연기도 훌륭했던 것이다. 영화 자체로는 정말 잘~~~ 만들었고, 보면 재미있는 좋은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왠지 맘에 안 든다. 게바라는 주위의 민중들과 환자들에게 항상 연민의 눈빛을 보내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다. 거기다가 남들 안 건너는 강을 천식을 무릎쓰고 수영을 할 정도로 의지와 실천력도 확실한 사람이다. 물론 영화상에 나타나는 체의 행적들이 실제 사실이고 이렇게 가지게된 따뜻한 가슴을 죽을때까지 놓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게바라에 대한 존경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게바라가 가지고 있던 가슴 따뜻한 현실의 모습이 이용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바라의 삶이 단지 휴머니틱하게 느껴지는게 맘에 안 들었다. 마치 언젠가부터 체의 사진이 티셔츠의 무늬가 되어 나타났을 때의 반감과 비슷했다. 게바라는 이 영화를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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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1 23:30 2004/11/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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