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목련을 만나야 봄이라고 할 수 있겠지...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 낙화(落花)

몇년 전까진 봄이면 매화를 보지 못해 안달이 났었다.

공익근무하던 근처 관공서에 매화가 많아 점심시간, 퇴근후 사진기 들고 돌아 다니고,

같이 사진찍던 사람들과 멀리 원정도 나가고...

서울에 다시 온지 올해로 3년째, 매화를 보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봄날 이쁘게 피었던 꽃이 거센 봄비 한 번에 거칠게 떨어져 다음날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것을 보면

붉은 꽃의 시체를 보는 듯 한 아림이 있었다. (뭐 이런 비슷한 표현을 어디서 본 듯한 것 같다...)

처절한 생존의 현장에서 결국엔 떨어져 버린 쓸쓸함에 동질감도 조금 느끼고...

어쨋든, 저쨋든 요즘은 봄엔 목련을 보아야 한다.

푸르디 푸른 하늘에 새하얀 목련을 보면, 결국 이 봄, 거센 비바람 한 판에 떨어질 지언정,

아름답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니까.... 그러니까,

봄에는 목련을 만나야만 한다...

<후지 파인픽스 F40, 서울숲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