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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시승기

KTX를 2004년 9월 15일에 처음 탔으닌깐, 좀 되었다.

열심히 시집 뒤켠에 시승에 관한 짧은 노트를 적어뒀는데, 그 시집은 어디로 던져버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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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얼마나 빨리 돌아가야 만족할까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12 Monkeys (1995)'가 떠오른다. 순식간에 비행기로 퍼지는 바이러스의 충격적 비화는 가히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외래종의 유입은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며, 인류를 포함한 어느 생명체든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 힘든 실정이다. 육중한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는 것과 거대한 함선을 바다에 떠보내는 것, 이것은 가히 혁명적이었으나 그 만큼 적들이 오가는 대로이기도 한셈이다. 손쉬운 교류가 가져오는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지구환경보고서 2003'도 참고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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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빠르다. 땅에 붙어 있음에도 시속 300Km를 육박하는 고철덩어리는 처음이닌깐.  밤에 타서 밖이 보이진 않아지만, 실내 모니터에서 표시되는 실시간 속도표시는 290을 이미 넘어섰다. 더 빠르고 싶었다. 종착역이 목적지가 아니라면 정신 바짝차려야 할 것 같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였다간 /곤난/해질 수 있다. "어라 언제 부산까지 왔댜? 대전에서 내려야 했는데". 술먹고 타지 말지어다.

 

2. 승무원의 유니폼은, '새마을, 무궁화, 통일호, 비둘기'로 이어지는 박정희식 생뚱한 이름을 아직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여전히 답답하다.  쥐색이다.

 

3. 자리는 비좁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서울~대전간을 타본 나로서는 그 답답함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솔직히 비행기 Economy보다 훨씬 여유롭다는 기분이 들었다.

 

4. 보안요원처럼 보이는 승무원의 눈초리는 KTx 첫 시승의 기분을 망쳐놓기에 충분했는데, 손님 하나하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꼼꼼히 검사(?)하는 모양이었다. 이건 마치 9/11이후로 엄격해진 비행기 탑승보다 어쩌면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비행기는 1)수속입구에서 신분증과 항공권 검사 2)수속시 짐검사 3)비행기 탑승전 항공권 체크 4)기내탑승전 좌석 확인 - 솔직히 이것도 맘에 들진 않지만, 처음 비행기닌깐, 좌석을 안내해주기 위해 항공권을 달라는 줄 알았다 - 이라는 번잡하고 짜증나는 절차가 있더라도 일단 타고 나면 의심하진 않는다. 보안요원의 행동은 차라리 새마을의 좌석확인보다 더 후퇴한 기분이다.

 

5. 선반은 상당한 배려가 느껴졌다. 투명 재질로 된 유리판을 써서 그런지 앉은 좌석에서 위를 쳐다보면 자신의 짐이 안전한지를 금방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6. 화장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움직이는 곳에서 볼 일을 보는 경우를 거의 만들지도 않지만. 객차사이에 두개의 접이식 의사가 있는 점과 여유로운 공간이 좋아 보인다.

 

7. 소음/진동은 견딜만 하다고 느꼈는데 속도가 올라가면서 굉음을 내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치만 밤에 100Km로 서행한다면 아마 기차가 움직이는지/멈췄는지 착각할 수도 있을 법하다.

 

8.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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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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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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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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