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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주 차분한, 시나리오 작가 혹은 영화속 소설가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대충 '한 남자가 있었다고 하자' 였을 거다.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어느 길 모퉁이를 혼자 걸어나오게 설정한 후, 다시 여러 군중 들 속에 동일한 발걸음을 내딛는 '알렉스'를 곧바로 보여준 후에야 영화제목이 화면을 가득채운다. 이로써 영화속 소설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소설은 아주 '비극적'이라는 독백도 곁들인다.영화, 정확히 말해 영화속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알렉스'라는 남자와 그의 애인 '시몬느'가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우연찮게 마주친 '아메'라는 여인에게 눈길이 닿은 알렉스가 '아메'에게 달려간다. 공교롭게도 '아메'는 강의로 정신없이 바쁜 영화속 소설가의 부인이며, 그 소설가는 '알렉스'와 '아메'의 불륜도 목격하게 된다. '아메'는 일에 노예가 되다시피 한 소설가와 결별을 선언하고 '알렉스'와 로마로 떠날것을 약속하며 K 카페에서 기다린다.
한편 '알렉스'는 '아메'와의 격정적인 하룻밤을 보내고 자신의 하숙집에 들러 로마로 떠날 차비를 하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하숙집은 온데간데 없고 여태 알고 지내던 친구, 애인, 하숙집 주인이 자신을 전혀 모르는 낯선 이방인으로 취급하는 것에 당황해 한다. 이제 남은 건 자신을 알아주는 어젯밤의 '아메'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아메'역시 자신을 모른다며 여전히 '발뺌'을 한다. 그나마 다행인건 자신을 낯선 타인으로 인식한 '아메'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로마로 함께 떠나자는 제안에 선뜻 입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사랑함을 확인한 '알렉스'와 '아메'는 저녁 8시 K카페에서 만나 로마로 떠날것을 약속하지만, '알렉스'는 '시몬느' - 물론 '시몬느'에게 '알렉스'는 낯선 타인이지만 - 와의 감정을 정리하는 데 머뭇거리다 결국 약속시간을 놓친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알렉스'를 뭇 군중속에서 길모퉁이를 돌아 나가려는 모습으로 설정한 후, 곧바로 군중들을 제거한후 혼자 길모퉁이를 돌아 나가는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이것으로 영화속 소설은 끝이 난 셈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펼쳐져있는 모호한 설정은 영화속의 영화, 정확히 표현하면 영화속 소설의 전개라는 독특한 구성에 기인한다. 처음엔 하나의 영화속의 시간의 비틀기쯤으로만 보였지만. 시간 비틀기로만 이해하기엔 너무 많이 뒤틀려 있다.
극중 '아메'와 '시몬느'는 일인이역이었는데, 이는 영화속 소설가가 아내를 등장인물로 내세웠지만, 그 아내의 억제된 욕망에 근거해 소설석 또 다른 인물을 창조했기 때문일거다. 즉, 소설가의 아내는 일상에서 남편에게 충실한 인물 - 시몬느 - 이었을것이나, 그 내면에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불만을 품고 있는 또다른 인물 - 아메 - 를 만들어내, 소설의 주요 모티브로 삼았던 것이다.
알렉스가 영화속 일상에서 전혀 낯선 타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수 많은 장면은 알렉스가 영화속 소설 주인공이기를 거부하고 영화속 현실로 뛰쳐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에 기초해 알렉스, 아메, 시몬느, 소설가 등도 영화속 소설와 현실을 넘나들며 동분서주 한다.
'Reconstruction'은 멱집합(Power set), 재귀(Recursive Programing)의 구성을 영화로 가져온 Stylish Love Story - 영화에 초대한 선배의 소개말을 빌면 - 이다.
위와 같은 소설속 소설, 영화속 영화 같은 이야기는 그리 참신한 얘기꺼리는 아니다. 단지 그 것이 SF 에서 주로 발현되었기에 관객들에게 큰 부담이 없었을 테다. 'Matrix 3(Reloaded)는 지금 껏 현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관객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현실을 또 하나의 Matrix로 보여주고, '13층'은 게임속의 게임 또 그 게임속의 게임을 재귀적으로 보여주며 게임속 인물이 게임밖으로 뛰쳐 나오는 황당한 그림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치만 이런 설정을 멜로물에 넣어버리면 아주 혼란스럽다.
'Reconstruction'은 제목처럼 다시 불이 켜진 극장을 나서며 재구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재구성이 황당하게 느껴진다면, 광화문 씨네큐브로 달려가 덴마크 감독 크리스토퍼 부(Christoffer Boe)가 만든 'Reconstruction' 보고 Reconstruct 해보시라. 2003년 깐느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고 하니, 졸립더라도 두눈은 크게 열어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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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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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지난 번에 잠시 있을때, 씨네큐브에서 '룩엣미'를 봤지. 그때 한 예고편이 이 영화였는데, 쩝..보고 싶었는데. 근데, 궁금한 건 예고편에 보편 한 남자가 끊임없이 추락하는 이미지가 있던데, 그게 뭐지? 그냥 꿈이었나?부가 정보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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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번에 걸쳐 추락하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게 위아래로 딱 떨어지는 모양이거든요. 제가 이해한 방식으론 두 여인사이에서 망설이다 '추락'함을 형상화한 것이거나, '아메'와의 약속장소로 무지하게 뛰는 장면을 CW 90 돌린 것이거나. 말도 안될것 같지만^^부가 정보
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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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종의 상징이였구나. 자살할려고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그건 그렇고 배경이 코펜하겐의 겨울이라면, 낮 장면이 거의 없었겠지. 거의 계속 밤일텐데. 어째 무지 음울할 듯 하다. 끝없이 계속되는 밤에 정체성이 사라지고 두여자(혹은 한 여자 안에 있는 두 마음..그렇다면 한 여자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와의 사랑에 실패하는(어쩌면 인간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영화가 아닐까? 음.. 영화를 보고 싶군.부가 정보
bud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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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쉬 러브스토리 는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영화 소개에서 -_-;;부가 정보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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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코펜하겐식 이별'이 뭔지 아시오?'하루 10분씩 그냥 들여다보기만해도 코펜하겐식 이별 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라는 영화를 찍은 윤성호 감독 최근 영화를 보다가 궁금해져서리.ㅎㅎ
코펜하겐....최근에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다보니, reconstruction이 생각났고~ '시,영화,커피,술'에 오래된 이 글이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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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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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I have no idea ㅠㅠ. 하루에 10분씩 들여다보기만 하는 건 많이 어려워 보이는데, 코펜하겐식 이별도 이런 이유로 어렵겠다는 추측만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