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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나요? 그리고 버리기

 

 

겨울이 가고 있다. 아니 (좀더 미래지향적으로) 봄이 오고 있다.

 

1. 폭설로 인한 큰 사고가 없이 지난 간 것이 다행이고

2.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때문에 내년 농부들의 수확이 걱정되기도 한다.

 

 

 

각설하고,

 

기껏해야 수십개의 자음 모음의 결합이지만 문자의 외관이나 혹은 발음이 참 멋진 단어들이 있다. 그 중에 단연 나의 시선을 사로 잡는 건 단연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다. 그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나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세포가 꿈틀거리는 작업이 동반되기에 더욱 그러한 듯 하다. 내게 있어 아무래도 가장 멋진 건, 봄에서 여름으로의 이동인데, 파릇파릇 돋아나는 초록의 편안함에 가늘게 코 끝을 자극하는 라일락의 기억이 어울러지면 거의 기절 직전이렸다.

 

지하철역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노숙자에게 조금 잠자리가 편해지는 것만으로도 봄은 멋진 계절이다. 무거운 외투를 하나씩 벗어던지고, 가볍게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며, 봄날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각설하고,

 

회사에 들어온지 3년이 되어서야, 입사하면서 세웠던 유치한 목표 = 월급 10% 버리기 - 정확히 나를 둘러싼 시민사회 단체 후원 - 의 반환점에 서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물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워졌다. 2000원짜리 식사로 만족하기엔 이미 미각은 고급화되었으며, 양주 몇병은 충분히 먹을만한 돈벌이를 하고 있다 믿는다. 5000원의 티셔츠로는 만족하지 않으며 이왕 구입할 거라면 자동차 또한 근사해야 했다. 충분히 많이 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충분함이 어느덧 자신만을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쓰기전에 버리는 것을 선택했는데, 3년이 지나서야 계획의 절반지점에 도착했다. 버리는 속도는 너무 느리고 아직 많이 부족하다.

 

20여전의 초등학교 '도덕'시간의 딱딱한 문구일 뿐인 '이웃사랑 혹은 불우이웃돕기'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현실화되기 위해서 많은 장벽을 뛰어넘어야 함을 알았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안전장치인 보험, 늦출수록 힘들어지는 주택구입, 다른 집 아이들과 비슷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희망. 물론 부양할 가족이 없는 나로서는 심리적 장벽이 대부분이겠지만, 아직도 매달 자동이체가 만드는 기회비용이 머릿속에서 '윙윙윙' 소리를 내고 있다.

 

1. 스노보드 데크를 새로 구입하면 어떨까?

2. 자동차 엔진 오일 바꿔야 하는데 :(

3. 봄이 오면 테니스 배우고 싶다 :)

 

돈의 속성인지 나의 영악함인지는, 상황은 참 간사하다. 더 빨리 더 많이 버리면 행복해 질거라고 막연히 그리고 가끔 떠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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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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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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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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