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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OTIC

 

황인숙님의 '자명한 산책'을 다 읽었다.

 

시의 소재는 그녀의 전 시집과 동일하게 일상의 사소한 일을 그림을 보는 것처럼 탁월한 시각적 색채로 표현을 한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사회적 시선'을 드러내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시집 전체적으로는 아무래도 일부인듯 하다.

 

그녀의 감각은 너무도 탁월해 혹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감각적인 표현방법 때문인지, 우울한 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유쾌하다. 폭소를 자아내는 독특한 시적 매력 중에 하나는 'EROTIC'과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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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혀, 마른 혀

 

바람의 축축한 혀가

측백나무와 그 아래 수수꽃다리를 핥으면

측백나무와 수수꽃다리는

슬며시 눈을 뜨고

측백나무와 수수꽃다리로 깨어난다

 

바람의 마른 혀가

측백나무와 수수꽃다리로 깨어난

측백나무와 수수꽃다리를 핥으면

측백나무와 수수꽃다리는

스스로 눈을 감고

측백나무와 수수꽃다리로 잠이 든다

영혼이 펄럭이며 잘 마르는 날.

 

*/

 

기분이 꿀꿀할 때에는, 가볍고 얇은 '황인숙'의 시를 읽는다. 그럼, 나도 모르게 키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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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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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이미지
  • 설명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 소유자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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