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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작년 이맘때 할머니는 곧 죽음을 앞둔듯 보였다. 더 이상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서 진주의료원 요양병동에서 입원중이었다. 그때 할머니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울고 있던 아빠를 봤다. 그리고 나도 할머니 손을 잡고 울어버렸다. 어쩌면 지금 잡은 할머니의 손이 살아생전 마지막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적적으로 할머니는 건강을 되찾았다. 물론 여전히 일어나서 화장실가는 것도 힘든 할머니다. 그래도 속은 깨끗하고 음식도 잘 잡수신다. 할머니의 입원과 퇴원이후 최근 진주 의료원 사태를 보며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진주 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없었으면 할머니는 지금 어쩌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진주 의료원 폐쇄이후 연세가 많은 환자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자본은 이렇게 끔찍하다. 이윤앞에 한 사람의 생명, 삶은 없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독립, 해방, 전쟁을 겪는 와중에도 8남매를 낳고 기른 할머니. 평생 살면서 자신을 위해 마음 편히 10원도 못썼을 열심히 살았고 이제는 조금 누려도 될때가 왔는데 병과 세월과 싸워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슬프다.

 

사회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한 노인의 삶을 오로지 개인에게 전가하는 자본은  할머니를 누가 모시냐? 병원비는 누가 내냐? 등으로 8남매를 다투게하고 아프게 한다. 그리고 아들들은 말로는 효자이나 할머니 샤워를 시켜드리거나 밥 한숟갈 먹이거나 할 줄을 모른다. 그저 며느리, 딸에게 모든 역할이 주어진다.

 

대체 이 굴레는 언제쯤 끝이 날 것인가. 언제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여/남 할 것 없이 함께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예의를 지킬까.. 나는 사람들과 보통의 남성들과 다르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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