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10/08/22 21:49

월든

 

 

 

'당신의 인생이 아무리 비천할지라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그것을 피한다든가 욕하지는 마라. 그것은 당신 자신만큼 나쁘지는 않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의 삶은 가장 빈곤하게 보인다. 흠을 잡는 사람은 천국에서도 흠을 잡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이 빈곤하더라도 그것을 사랑하라. 당신이 비록 구빈원의 신세를 지고 있더라도 그곳에서 유쾌하고 고무적이며 멋진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 지는 해는 부자의 저택이나 마찬가지로 양로원의 창에도 밝게 비친다. 봄이 오면 양로원 문 앞의 눈도 역시 녹는다. 인생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런 곳에 살더라도 마치 궁전에 사는 것처럼 만족한 마음과 유쾌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중에서

 

 

 

삶에 예외는 없다. 남들이야 어떻든 나만은 안전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은 언젠가 꼭 깨지고야 말 착각이고 환상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일까?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지.. 왼쪽 종아리가 계속 아프다. 하루의 대부분을 서서 일해야 하는 이 직업을 선택한 순간 감내했어야 할 일이지만 점점 서글퍼지는 것을 어쩌지는 못한다. 알고 있지 않은가. 고단한 노동자의 삶을. 장시간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내 육체는 이렇게 점점 병들고 시들어 갈 것이다. 수많은 선배노동자들의 삶이 그러했듯.

 

그렇다고 특별히 불행하지는 않다. 단지 늘 시간이 부족하다. 10시간 반의 노동과 8시간의 수면을 제외하고 육아와 가사노동을 최소한으로 줄여야만 신문 한장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요가도 하고 공부도 하고 남자친구도 사귀고 사회운동도 하고 싶지만 말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해야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경제적인 조건이 행복의 유무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없지만 돈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래서 무작정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월든호수에서의 소로우의 삶은 당시 지식인으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혼자서. 그는 외롭지 않았다. 그에게는 숲과 호수와 책과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만약 내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요즘은 가끔 생각해본다. 여러가지로 두렵기는 하지만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내가 소망하는 삶의 내용과 별반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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